
반도체 경기가 호황에서 불황으로 선회하고 있으나 반도체용 가스는 공급부족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본 화학기업과 국내기업들이 반도체용 가스 투자를 확대하고 있으나 일본산 공급이 대부분이고 국내 생산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쇼와덴코(Showa Denko)가 안성의 반도체 제조용 고순도 가스 보관능력을 50% 확대했으나 적기 공급이 가능할지 의문시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전자제품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으나 반도체용 화학제품이나 고순도 가스 국산화 노력을 게을리한 나머지 일본산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다는 비난도 일고 있다.
특히, 반도체용 특수 가스는 글로벌 수급타이트 현상이 일상화돼 국산화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쇼와덴코, 안성 가스센터 1.5배 증설
쇼와덴코는 최근 반도체 메모리 적층화와 반도체 증설 투자가 이어지면서 국내 고순도 가스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국내 자회사 한국쇼와덴코전자재료의 물류기지인 안성 가스센터를 50% 증설했다.
부지면적을 2배 확대하고 새로운 창고 및 사무동을 건설함으로써 기존 창고를 포함 보관능력을 1.5배 확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도 창고를 추가 건설함으로써 2023년에는 보관능력을 2배로 확대할 예정이다.
쇼와덴코는 반도체 제조공정 중 성막, 에칭, 세정에 사용되는 고순도 가스 분야의 세계 최대 메이저이며 웨이퍼에 회로를 형성하기 위해 정밀한 굴곡을 만들거나 구멍을 내는 에칭가스는 글로벌 시장점유율이 25%에 달하고 있다.
최근 비대면 특수를 누렸던 컴퓨터, 스마트폰 판매 호조가 일단락됐으나 반도체 적층화가 계속되고 있고 반도체 생산기업들의 증설 투자도 잇따르면서 고순도 가스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쇼와덴코는 20종 가량의 고순도 가스를 공급하고 있으며 국내에서 내수 뿐만 아니라 수출용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해상물류 혼란이 계속됨에 따라 보관능력을 확대함으로써 공급체제 안정화를 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과 합작으로 한국에 이어 미국 투자 검토
쇼와덴코는 SK머티리얼즈와 2017년 합작기업 SK쇼와덴코를 설립하고 영주공장에서 에칭가스의 일종으로 질화막 미세가공에 사용하는 CH3F(플루오로메테인)를 생산하고 있다.
폴리실리콘(Polysilicon) 가공에 사용하는 HBR(브로민화 수소) 공장도 건설해 2022년 8월 시험가동에 돌입했고 현재는 정상 가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수요기업들의 요청에 맞추어 생산품목을 확대할 계획이다.
SK그룹과는 미국에서 고순도 가스를 함께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이 정부 차원에서 반도체 설비투자 유치에 주력하며 고순도 가스 시장이 연평균 7%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양사는 2025년 이후 미국 생산체제를 확립하기 위해 2023년 중반까지 생산품목을 결정하는 사업타당성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SK머티리얼즈는 성막가스, 클리닝 가스에 강점을 갖추고 있으며 에칭가스에 특화된 쇼와덴코와 미국에서 상호보완적 관계를 구축하는데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쇼와덴코는 텍사스에 물류기지를 갖추고 있으며, SK머티리얼즈는 최근 미국 수출을 확대하고 있어 현지 생산을 통한 시너지가 기대되고 있다.
중국 생산 확대에 타이완 생산 본격화
쇼와덴코는 반도체 생산국에서 고순도 가스 생산 및 물류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타이완에서는 현지 자회사 Taiwan Showa Chemicals을 통해 산화막 에칭에 사용되는 C4F8(옥타플루오로사이클로부탄) 생산을 시작했으며 2021년부터 2022년에 걸쳐 에칭, 세정용 암모니아(Ammonia)와 염소 제조공정을 개선해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 현지 반도체 생산기업들의 투자가 본격화되면서 물류체계 강화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는 상하이(Shanghai)에서 2개 공장을 가동하며 웨이퍼 표면에 산화막을 형성하는 아산화질소(N2O)를 생산하고 있으며 C4F8 생산능력을 4배 확대했다.
청두시(Chengdu)에서는 에칭가스의 일종인 CF4(테트라플루오린탄소) 최종공정을 담당하고 있는 중국기업과 합작공장을 건설했다.
물류기지는 상하이, 우한(Wuhan), 시안(Xian)에 두고 있으며 조만간 화북지역에도 새로운 물류기지를 건설할 예정이다.
고순도 가스 핵심 공장인 일본 가와사키(Kawasaki)에서는 러시아산을 수입했던 고순도 가스 원료를 자체 생산하기 위해 공정 개선을 본격화하고 있다. 원료명, 생산량 등은 공개하지 않았으나 러시아산 의존도를 상당수준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쇼와덴코는 반도체‧전자소재를 성장동력으로 주목하고 2026년까지 5년 동안 2500억엔 이상을 투입해 매출액을 2021년 3600억엔에서 2025년 5500억엔 이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크립톤 10배에 제논 4배로 폭등
반도체 제조공정에 사용되는 고순도 가스는 일본산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가운데 크립톤(Kr), 제논(Xe) 등 희소가스는 수급타이트가 만연화되고 있다.
반도체용을 중심으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는 반면, 공급은 충분한 수준으로 증가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도 글로벌 수급 타이트를 더욱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크립톤은 글로벌 가격이 2017년에 비해 10배 폭등했고 제논이 4배 올랐으나 공기 중 함유량은 크립톤의 10%에 불과해 실질적으로는 47리터 실린더 기준 약 10억원에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희소가스는 반도체 에칭공정을 중심으로 2017년부터 수요가 급증했고 2021년 이전까지 이미 3-4배 오른 상태이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원료 공급이 정체돼 폭등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크립톤과 제논은 산소 부생물로 취급되고 있다.
2가지 가스 모두 산소보다 끓는점이 높아 액화산소 중 농축돼 있기 때문에 정제장치를 거쳐 탄화수소 등 여분의 성분을 제거한 다음 다시 증류해 산소를 제거해 생산하며 정제과정을 거쳐 분리‧정제해 공급하고 있다.
공기 중 함유량은 크립톤이 1.1ppm, 제논은 0.09ppm에 불과하며 크립톤과 제논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대량의 산소 수요가 유지돼야 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따라서 대규모 공기분리장치(ASE)가 부속돼 있는 제철소 등 대규모 수요기업의 가동률이 크립톤과 제논 부생량을 좌우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중국이 조강 생산 주도권을 장악함에 따라 3국의 가동 상황이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본, 2024년까지 증설 투자
일본에서는 일본산소(Nippon Sanso)와 에어워터(Air Water)가 크립톤 시장점유율 12-13%, 제논은 50% 정도를 차지하고 있으나 전체 크립톤 및 제논 수요 절반을 수입하는 산업 구조상 수급타이트 영향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일본산소가 2010년 이후 12년만에 생산능력 확대에 나선 것도 수급타이트 심화에 따른 것으로 파악된다.
일본산소는 JFE Steel과 합작 가동하고 있는 JFE 산소센터의 후쿠야마(Fukuyama) 공장에 정제장치를 신규 도입함으로써 그동안 오이타(Oita)에서만 가동했던 정제기지를 늘릴 계획이다.
일본은 주요 수요처인 대형 ASE가 한정돼 있어 희소가스 신증설 투자 요인이 많지 않았으나 JFE 산소센터가 2021년 ASE 신규 건설을 결정함에 따라 생산능력 확대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JFE 산소센터는 기존 공장을 대체해 에너지 절감능력이 우수한 신규 ASE를 도입하고 크립톤과 제논을 포집할 수 있는 설비를 함께 설치할 예정이어서 후쿠야마 공장 한곳에서 원료 가스부터 정제까지 일괄생산이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정부는 서플라이체인 대책을 위한 투자 촉진 사업 보조금 제도를 통해 일본산소의 설비투자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일본산소는 후쿠야마 프로젝트 투자액 중 최대 3분의 2 정도를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산소는 후쿠야마 공장이 예정대로 가동하면 2024년 4월 이후 크립톤 생산능력이 520만리터, 제논은 42만리터, 에어워터는 크립톤 88만리터, 제논 15만리터에 달하게 된다. (강윤화 책임기자: kyh@chemloc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