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소도시가 세계 각국에서 석탄을 대체할 신재생에너지 집합체로 각광받고 있다.
수소도시는 도시·지역·섬‧산업단지 등 공간을 중심으로 다수의 수소 관련 기술이 하나의 수소경제로 결합돼 탄소중립 트렌드에 맞는 도시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세계 절반 이상의 인구가 도시에 거주하고 있으나 면적은 2% 미만에 불과함에도 전체 에너지의 약 80%를 사용하고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의 70%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도시의 탄소중립과 그린뉴딜 실현은 녹색기술 중심의 4차 산업혁명 인프라 전환에 큰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맥킨지(Mckinsey)가 세계 수소경제가 2050년까지 3000만개의 일자리와 매년 2조5000억달러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전망한 것처럼 수소의 생산‧저장·이송‧활용 과정과 전후방 밸류체인은 새로운 미래산업 창출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주요 국가들은 입지 중심의 수소 활용분야 또는 기술 사이의 융합·복합을 강조하며 수소 로드맵 및 국가전략을 발표하고 수소도시 건설을 핵심으로 수소경제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한국, 2030년까지 수소경제 시범도시 활성화
한국은 2030년 온실가스 총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고 2050년에는 탄소중립을 실현할 것을 선언하며 탄소중립기본법을 법제화했다.
국내 탄소 배출량의 약 90%를 에너지 부문이 차지하는 만큼 탈탄소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청정에너지 전환이 필수적이고, 정부는 2019년 수소도시 로드맵을 발표해 울산, 전주·완주, 안산을 시범도시로 선정해 수소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시작 당시 기술적·제도적 제약과 낮은 경제성에 대한 우려를 안고 출발했으나 2023년부터는 가시적 성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실제 울산 시범도시는 440kW 주택 연료전지 3기 설치공사와 태화강역 수소충전소 건설이 마무리 단계에 돌입해 2023년 하반기 임대주택 437세대에 열과 전기를, 승용차 충전기 4기에 10km에 달하는 수소배관을 연결해 수소를 공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주·완주 시범도시는 2023년 상반기 10kW 기숙사 연료전지 5기를 설치해 기숙사 824실에 열과 전기를 공급하고 하루에 수소 1200kg을 생산하는 추출기 2기를 2023년 하반기까지 설치해 수소트럭‧수소자동차 충전에 활용할 예정이다. 또 수소 이송이 가능한 튜브트레일러로 수소 공급망을 구축하고 이미 운영하고 있는 수소 시내버스 32대에 22대를 추가할 방침이다.
안산 시범도시는 440kW 주택 연료전지 1기를 설치해 2023년 하반기 504세대에 열과 전기를 공급하고 하루 1800kg을 생산하는 수소 추출기가 연결된 10.5km 수소배관 2개 구간도 2023년 상반기에 구축할 예정이다.
국토교통부는 2030년까지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10%를 수소도시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하고 도시 공모를 진행해 추가로 시범도시 6개를 선정했다.
신규 선정도시는 평택, 남양주, 당진, 보령, 광양, 포항으로 수소 생태계를 구축해 수소를 주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면서 시민이 도시혁신을 체감할 수 있도록 건설할 방침이다. 지방자치단체별로 국비 52억5000만원과 지방비 52억5000만원을 투자해 4년간 총 국비 200억원과 지방비 2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일본, 기타큐슈‧하루미‧우븐 수소타운 개발
일본은 세계 최초로 2017년 수소기본전략을 제정했으며 이후 중장기 수소 관련 계획을 수립하고 지속적인 기술개발과 실증사업에 투자하고 있다.
2014년 발표한 제4차 에너지 기본계획의 실증 프로젝트로 2010년부터 5년간 기타큐슈(Kitakyushu) 수소타운에서 부생수소를 활용해 수소충전소·주택·상업시설에 수소를 직접 공급하고 지게차·이륜차·자전거 등 수소를 활용하는 소형 이동수단 개발 및 상용화를 추진하며 세계 최초의 지역 연료전지를 실증했다.
도쿄 하루미(Harumi) 타운은 2021년 7-9월 열린 도쿄올림픽 대회 선수촌으로 활용했으며 계통전력과 도시가스, 수소 및 폐열을 복합적으로 결합한 에너지원을 사용하고 수소는 배관을 통해 24동 5650가구의 에네팜(Ene-Farm)에 직접 공급해 전기와 열을 생산에 활용했다.
성화 연료는 수소에너지 연구 필드(FH2R)에서 제조한 수소를 일부 사용했으며 선수촌에는 순 수소연료전지도 설치했다. 올림픽 이후에는 학교시설 등 생활 필수시설을 추가로 조성해 2025년부터 주거지역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2021년에는 민간기업 도요타(Toyota)가 수소도시 우븐시티(Woven City)를 착공했다. 후지산 기슭 71만평방미터 부지에 수소연료전지로 완전하게 구동되는 생태계를 구축하고 세계 과학자‧산업협력자 등 약 2000명이 거주하면서 신기술을 개발 및 시험하는 Living Laboratory 환경을 제공할 예정이다.
수소기술 외에도 고속차량 전용 도로와 저속의 개인이동 및 보행자 도로 공사, 보행자 전용 산책로 구분 등 에너지 효율적인 교통체계를 함께 도입해 최신 인공지능(AI) 기술을 이용한 주거 서비스 제공, 자생식물과 수경재배를 통한 탄소발자국 저감을 시도할 계획이다.
독일, EU에서 수소 개발계획 선도
유럽연합(EU)은 팬데믹(Pandemic: 세계적 대유행)에 대응한 그린딜의 연장선상에서 2020년 7월 수소전략을 발표하고 효율적인 에너지 순환시스템, 전력화, 재생에너지 베이스 수소·바이오에너지 사용을 강조하고 있다.
EU는 2021년 유럽 공동 관심 분야 사업(IPCEI)에서 수소 생태계 분야별 주요 사업 62개를 선정해 80억유로를 지원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IPCEI에는 해상풍력발전을 통한 2GW 그린수소 생산 사업, 1700km 수소배관 구축 사업, 독일 전역 수소충전소 구축 사업 등이 포함됐다.
특히, 독일의 탄소중립 모델은 다른 EU 국가에서도 본받아 수소도시 인프라 정비계획을 추진할 정도로 가장 빠르게 수소 개발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2004년 연료전지자동차(FCV)와 수소충전소 실증 프로젝트 CEP(Clean Energy Project)를, 2007년에는 수소·연료전지 기술혁신 프로그램 NIP(National Innovation Program)를 시작했으며 2009년에는 FCV와 수소충전소의 전국적인 보급을 목표로 정부와 자동차‧에너지기업을 멤버로 하는 민관 협력 프로젝트 H2 Mobility를 발족해 2023년까지 수소충전소 400개를 설치할 계획이다.
덴마크, 롤란드섬에 세계 최초 수소연료전지 마을 건설
덴마크 롤란드(Lolland) 섬은 전체인구 5만명이 사용하고 남은 잉여전력을 독일, 스웨덴 등 인근국가로 수출하는 신재생에너지 집합소로, 잉여전력을 저렴한 가격에 수출하는 대신 저장하는 방안을 모색하던 중 풍력발전을 수소연료전지와 연동하는 도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태양열‧풍력발전에서 비롯된 잉여전력으로 물을 수소와 산소로 분해해 별도로 저장한 뒤 연료전지와의 반응을 통해 전기와 열을 생산·공급할 계획이다.
덴마크는 롤란드섬의 베스텐스코프(Vestenskov) 마을에 1600만크로네(약 300만달러)를 투자해 개별 가정에 연료전지 모듈을 설치하고 수소 공급망을 배치해 세계 최초의 수소연료전지 마을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실현하고 있다.
수소연료전지 마을은 수소에너지를 개별 가정에 설치된 연료전지 모듈과 수소 공급망을 거쳐 탱크에 저장한 후 파이프를 통해 공급되며, 2008년 첫 가정이 수소 공급망에 연결된 이후 2009년 5가구, 2010년에는 35가구로 확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정에 설치된 연료전지는 냉장고 크기의 2kW 용량으로 전기 생산에는 약 40%, 전기‧열 병합 생산에는 80% 효율을 나타내 2008년 덴마크 최고 환경 프로젝트로 지정됐다.
덴마크 정부는 프로젝트를 통해 관련기술 개발 및 노하우를 축적하고 다른 프로젝트의 근거와 기초를 만들어 신재생에너지 사업과 함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수소 생산기술 제약과 낮은 시민 인식이 문제
전문가들은 수소경제 활성화가 국내에 정착하기까지는 아직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이 2019년 발표한 정기보고서에 따르면, 아직 상용화되지 않은 수소 생산‧저장‧이송‧활용 관련 기술이 상당하나 적용 가능 기술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부생수소가 풍부한 지역이나 추출수소의 원료로 사용되는 도시가스를 대량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지역을 선택해야 한다.
또 2021년 11월 발표된 제1차 수소경제 이행 기본계획에서 수소 공급 부문은 수입량만 2030년 196만톤에서 2050년 2290만톤으로 대폭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으나 부담스러운 수소 가격 때문에 수소 인프라 구축은 물론 에너지 안보에도 지장을 초래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아울러 시민들은 수소를 수소폭탄이나 수소자동차 폭발 위험이 연상되는 생소한 에너지원으로 인식해 안전성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어 수소에너지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 제고 역시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해 달성해야 할 과제가 되고 있다.
수소도시법 제정하고 국내 발전기지 건설해야
정부는 미비한 국내 수소 생산기술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수소도시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국토부가 마련한 수소도시법 정부 입법안은 2020년 국회에 제출됐으며 2021년 2월 입법을 예고했다.
수소도시 사업의 장기 수행기반을 마련해 수소경제 확산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는 수소도시법은 체계적인 수소도시 계획 수립, 신속하고 효율적인 기술 개발, 효과적인 지원을 종합적으로 규정해 수소도시 육성과 수소경제 이행 촉진에 목적이 있고 입지규제 완화, 수소 관련 신기술 지정 지원 등 특례사항과 재정적 지원 근거, 지원체계 규정을 포함하고 있다.
박래상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플랜트실장은 “구체적이고 성공적인 수소도시 모델 정립과 확산을 위해서는 서로 다른 이종기술의 융합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필요한 기술 개발을 위한 지원체계가 확립돼야 한다”며 수소도시법의 의의를 강조했다.
국내 수소 생산량 확대를 위한 발전기지도 순차적으로 건설 한다.
정부는 국내 최대 재생에너지 발전단지인 새만금에 신재생에너지 생산‧이용 기술을 대규모로 실증하는 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그린수소 1만4000톤 생산을 목표로 하는 생산 클러스터 실증사업을 추진한 뒤 성과를 바탕으로 새만금 산업단지 중 일부를 스마트그린 국가시범단지로 탈바꿈시킬 계획이다.
수소경제 활성화를 추진하는 정부와 안전성에 대해 우려하는 주민 사이의 인식 차이를 좁히기 위한 시도도 진행하고 있다.
정부는 주민 수용성을 제고하기 위해 시범도시 추진전략 발표 후 선정 전후로 수소 시범도시의 안전성에 대한 국민 참여형 이벤트를 가미한 카드뉴스‧홍보영상을 제작해 공식 SNS 등에 배포하고 수소도시의 친환경성·안전성에 대한 전문가 기고를 추진하는 등 집중홍보를 진행하고 있다.
또 시범도시 주민을 대상으로 수소자동차 시승식 및 수소인프라 견학·체험, 주민설명회를 개최하고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중앙부처 사업과 연계해 전기요금, 자동차 연료비 등을 절감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백승혜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