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출규제 해제에 삼성 클러스터 주목 … 국산화는 물거품 우려
일본산 반도체 소재 수입이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수상(내각총리)의 정상회담 이후 일본이 2019년부터 유지해온 핵심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 해제를 결정하고, 한국은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취하함에 따라 반도체 무역분쟁이 종료됐다.
일본은 한국 대법원에서 판결한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배상과 관련해 사실상 보복 조치로 2019년 7월4일 한국에 수출하는 극자외선(EUV) 레지스트, 불소(Fluorine)계 PI(Polyimide), 불화수소(에칭가스) 등 3개 품목에 대해 한번 허가받으면 일정기간 심사 없이 수출할 수 있었던 포괄적 수출허가에서 수출조건에 따라 심사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개별 수출허가 방식으로 전환한 바 있다.
하지만, 양국 정상회담 후 수출규제 조치 해제를 선언함에 따라 2023년 3월23일 3개 품목에 대한 수출허가 방식을 기존의 포괄적 방식으로 되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본 반도체 소재 생산기업들은 정부 수출규제 조치에도 약 4년 동안 큰 영향을 받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수출이 어려워진 만큼 타이완 공세를 강화했고 일부는 해외 생산설비를 활용하거나 신속히 해외투자를 진행해 한국 수출을 이어감으로써 타격을 최소화한 것으로 평가된다.
스텔라케미파(Stella Chemifa)는 세계 최고로 순도가 높은 12N(99.9999999999%) 불산을 공급하며 2019년 매출 중 30-40%가 한국에서 발생했으나 2020년 4-12월 한국 매출이 약 10%로 격감한 바 있다.
하지만, 타이완 TSMC(Taiwan Semiconductor Manufacturing)가 일본 자회사를 설립했고 일본 반도체산업 부흥을 위해 설립된 라피더스(Rapidus)가 신규 공장을 가동함으로써 2022회계연도(2022년 4월-2023년 3월) 매출이 372억9600만엔으로 전년대비 13.4%, 영업이익은 45억8300만엔으로 12.3% 증가했다.
모리타케미칼(Morita Chemical)은 수출규제 초기 개별심사로 고전했으나 중국 사업장을 활용해 한국 수출을 이어왔고 타이완 공세를 강화함으로써 수익성을 유지했다. 현재는 한국 매출이 2019년 대비 70% 격감한 상태이나 수출규제 완화로 수요가 되살아나면 수익 개선 흐름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TOK가 송도에서 EUV 레지스트를 양산하고 스미토모케미칼(Sumitomo Chemical)의 자회사 동우화인켐이 2021년 익산 EUV 레지스트 공장을 완공한 것도 한국 수요기업들과의 거래를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파악된다.
반면, 국내 반도체 소재 생산기업들은 2019년 이후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국산화 투자를 활발히 진행한 가운데 일본산 수입이 재개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타격이 우려된다.
특히, 불화수소는 솔브레인, ENF테크놀로지, 램테크놀러지, SK머티리얼즈 등이 국산화에 도전해 일부 대체가 이루어졌으나 첨단 분야나 고순도제품을 중심으로 일본산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EUV 레지스트는 일본이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고 있어 일본산 대체가 어려웠으나 동진쎄미켐이 2022년 말 양산에 성공해 국산화 가능성이 제기됐다.
그러나 아직 동진쎄미켐 생산제품으로 대체가 완전히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이고 일본기업들이 여전히 시장을 장악하고 있어 국산화 효과는 낮을 것으로 평가된다.
삼성전자는 앞으로 20년 동안 국내에서 300조원을 투자해 신규 반도체 공장 5개를 건설하는 등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 나설 계획이다.
정부 요청에 따라 결정한 투자이며 주요 일본 반도체 소재 생산기업들이 진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어 반도체 소부장 분야에서 일본기업에게만 유리한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은 미국-중국 무역마찰이 장기간 이어짐에 따라 경제안보 차원에서 협력관계 강화를 결정했으나 정상회담 직후 한국 정부가 일본 정부에 대한 화이트리스트 재편 절차에 돌입하며 일본도 화이트리스트 복원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음에도 3월 말까지 일본이 움직이지 않은 점은 우려된다.
화이트리스트는 수출절차 간소화 혜택을 주는 국가 명단으로 일본은 2019년 8월28일 외환법에 따른 수출 관리상 분류에서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 바 있다.
화이트리스트 재편입을 위해서는 한국은 산업통상자원부 고시 개정이, 일본은 시행령 개정이 필요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강윤화 책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