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배터리 생산기업들이 중국과 경쟁하고 있는 가운데 핵심 소재 대부분을 중국산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수입을 다변화하면서 재활용하는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양극재의 핵심 소재인 전구체의 원재료는 90% 이상을 중국에서 수입하고, 음극재 등 다른 핵심 소재의 원재료도 중국 의존도가 60%를 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21년 1-9월 전구체의 원료로 투입되는 산화텅스텐, 수산화칼슘, 수산화망간 수입액은 19억9512만달러(약 2조3500억원)에 달했고 92.8%인 18억5081만달러를 중국에서 수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양극재 소재인 산화코발트는 중국산 의존도가 63.9%, 음극재 소재인 인조흑연은 67.0%, 분리막 원료 역시 60.8%에 달했다.
중국이 원재료 공급을 중단하면 배터리 및 소재 생산을 중단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어서 배터리 생산기업들은 폐배터리 리사이클 사업을 서둘러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유럽위원회도 2020년 12월 공개한 유럽 배터리 규제안을 통해 2030년까지 축전지에 리사이클 코발트를 12%, 납은 85%, 리튬 및 니켈은 각각 4%를 함유시키도록 의무화할 계획이다.
2035년부터는 의무함유 비율을 코발트 20%, 납 85%, 리튬 10%, 니켈 12%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삼성‧현대‧SK‧LG, 폐배터리 리사이클 시스템 구축
국내에서는 삼성·현대자동차·SK·LG 그룹이 전기자동차(EV)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중소기업과 협업해 2022년 초부터 폐배터리의 재사용(Re-use)-재제조(Re-manufacturing)-재활용(Recycling)을 일원화하는 시스템을 개발할 계획이다.
한국전지산업협회는 지자체, 연구기관, 대학, 대기업, 중소기업 등이 참여하는 폐배터리 재사용 얼라이언스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 전라남도, 나주시, 광양시,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녹색에너지연구원, 한국전자기술연구원 등이 참여하며 대학은 연세대, 전남대, 목포대가, 대기업과 중소기업 18곳도 참여한다.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SK온(SK이노베이션 배터리 부문), 현대자동차 등 국내 배터리, 자동차 생산기업이 주축이고 성일하이텍, 우진산전, 인셀, 원광전력, 평산전력기술, 어스텍, 지엠티코리아, 바이오코엔, 포엔, 휴렘, 굿바이카, 피엠그로우, 그린베이스, 전기자동차서비스 등 폐배터리 재활용기업과 배터리 소재 생산기업, 폐차 전문기업 등이 참여했다.
폐배터리 얼라이언스는 사용 후 배터리 재활용 확대를 위한 시범사업을 2022년 초부터 추진하며, 폐배터리의 재사용-재제조-재활용을 한번에 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한다. 폐배터리는 사용 후 잔존 용량에 따라 여러 방식으로 재활용할 수 있다.
재사용은 사용 후 배터리를 다른 용도로 다시 사용하는 것으로, 보통 전기자동차 배터리는 70-80% 수준으로 용량이 떨어지면 교체하고 에너지저장장치(ESS)로 재사용할 수 있다. 재제조는 사용한 배터리나 부품을 수리해 신제품 성능으로 되돌리는 방식이고, 재활용은 폐배터리에서 핵심 부품을 수거해 다시 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나주시에는 전기자동차·ESS 사용 후 배터리리사이클링산업화센터가, 광양시에는 친환경 리튬2차전지 재활용센터를 건설했다. 나주센터는 2022년 2월, 광양센터는 2022년 12월 완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 전기자동차 생산기업에서 폐배터리를 수거하고 2개 센터를 통해 안전성과 성능을 점검한 후 폐배터리 성능에 맞는 방식으로 재활용하며, 폐배터리를 활용한 다양한 응용제품도 개발할 계획이다.
글로벌 중고·폐 배터리 시장은 2019년 1조6500억원에서 2050년 600조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얼티엄셀즈, 미국에서 리-사이클 프로세스 도입
LG에너지솔루션과 GM(제너럴모터스)의 합작법인인 얼티엄셀즈(Ultium Cells)는 2021년 5월11일 북미 최대 배터리 재활용기업인 리-사이클(Li-Cycle)과 배터리 제조과정에서 발생하는 폐배터리를 재활용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셀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폐배터리의 코발트, 니켈, 리튬, 흑연, 구리, 망간, 알루미늄 등 다양한 원료 가운데 95% 가량을 새로운 배터리 셀의 생산이나 관련 산업에 재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2021년 말부터 재활용 프로세스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 원료를 재활용하는 하이드로메탈러지컬(Hydrometallurgical) 공정은 기존 공정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최대 30%나 낮아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세계 최대 전기자동차 배터리 생산능력 확보 및 전기자동차 시장의 급격한 성장에 발맞추어 배터리 생산과정 및 전기자동차 사용 후에 발생하는 폐배터리 사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얼티엄셀즈 뿐만 아니라 폴란드, 오창 공장에서도 폐배터리 재활용을 위해 관련기업들과 협력을 진행하고 있으며, 2021년 2월에는 현대자동차 및 KST모빌리티 등과 전기택시 배터리 대여 및 사용 후 배터리의 ESS 재사용 실증사업을 위한 업무협약(MOU)를 체결했다.
포스코, 중국 화유코발트와 리사이클 합작
포스코도 2차전지 리사이클 사업을 본격화한다.
포스코는 전남 율촌단지 6만평방미터 부지에 1200억원을 투자해 포스코HY클린메탈이 주도하는 2차전지 리사이클링 공장을 건설했다.
LiB 스크랩을 파쇄 및 선별 채취한 블랙 파우더 1만2000톤에서 니켈, 리튬, 코발트 등을 추출하는 자원순환 친환경 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포스코는 2차전지 리사이클 사업을 위해 2021년 3월 유럽에서 폐전지 스크랩을 블랙 파우더로 가공하는 PLSC(Poland Legnica Sourcing Center) 법인을 폴란드에 설립했으며, 5월에는 광물 정련·정제 분야에서 세계적 기술을 보유한 중국 화유코발트(Huayou Cobalt)와 65대35 비율로 2차전지 소재 추출공정을 담당하는 합작기업 포스코HY클린메탈을 설립했다.
포스코는 5월26일 율촌산업단지에 생산능력 4만3000톤의 수산화리튬 공장을 착공했고 그룹 차원에서 배터리 소재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포스코 그룹은 2차전지 소재의 핵심 원료인 리튬·니켈·흑연 공급부터 양극재·음극재 생산에 이르기까지 2차전지 소재 밸류체인 전반에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2030년까지 리튬 22만톤, 니켈 10만톤을 자체 공급하고 양극재 40만톤, 음극재 26만톤 생산체제를 구축해 2차전지 소재 부문에서 매출액 23조원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바스프, Fortum‧Nornickel과 폐배터리에서 금속 추출
바스프(BASF)도 배터리 재이용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바스프는 핀란드 Fortum, 러시아 Nornickel과 함께 핀란드 Harjavalta에서 전기자동차 배터리 리사이클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한 기본합의서에 조인했다.
앞으로 사용이 완료된 배터리에서 금속을 추출하고 원료로 재이용하는 사이클을 확립함으로써 순환 시스템을 완성할 계획이다. 또 재생가능에너지를 사용하는 전력을 활용함으로써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을 감축해 환경부하를 낮출 방침이다.
바스프는 Harjavalta에 건설할 배터리 소재 전구체 공장에서 리사이클 소재를 사용할 계획이며, 배터리 소재 생산과 리사이클을 조합함으로써 순환경제 확립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리사이클을 통해 코발트, 니켈을 비롯한 금속을 공급해 전기자동차 배터리가 환경에 미치는 부하를 저감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Fortum은 습식치금 프로세스를 전문으로 하는 핀란드기업을 인수해 LiB에서 희소금속을 회수하는 비율을 50%에서 80% 이상으로 높였고, Nornickel은 파라듐, 니켈 등을 생산하는 메이저로 백금, 구리, 코발트, 로듐, 은, 금, 이리듐, 루테늄, 셀레늄, 텔루륨, 황 등도 공급하고 있다. (박한솔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