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CA(Chlor-Alkali) 생산기업들이 동남아시아 신증설 투자를 적극화하고 있다.
AGC, 도소(Tosoh) 등 일본 CA 메이저들은 최근 원료가격 폭등과 수요 부진으로 수익성이 악화돼 고전하고 있으며,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생산능력 확대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동남아 투자를 서두르고 있다.
AGC는 인도차이나 반도의 CA 자회사 재편을 완료했고 현지 협력기업과 함께 탈탄소 대응을 본격화하며 2025년 가동을 목표로 증설에 나설 계획이다. 이와 별도로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지역에서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코스트 증가로 동남아에 대규모 설비투자를 중단했던 도소는 최근 필리핀 공장을 활용하는 등 기존 투자 계획을 대체할만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AGC, 동남아 PVC 200만톤으로 확대 검토
CA의 대표적 다운스트림인 PVC(Polyvinyl Chloride)는 중국의 경제 성장률 둔화와 부동산 버블 영향으로 수요 감소가 심각해 2022년 말 현물가격이 톤당 800달러 수준으로 연초의 절반 이하에 머물렀으며 하락세가 예상보다 장기간 이어지고 있다.
저가 역외물량 유입과 중국의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움직임을 감안할 때 수요가 단기간에 회복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이 제로코로나 정책을 폐기하고 이동을 자유화했으나 경제가 활성화되지 않고 있으며, 부동산 버블이 심각해 건설·건축자재 수요가 살아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AGC와 도소는 동남아를 중심으로 투자를 계속 이어갈 방침이다.
AGC는 2022년 12월 중순 인도차이나 반도의 CA 사업을 통합하기 위한 설립한 신규기업 AGC Vinythai가 에틸렌(Ethylene) 조달처인 타이 PTTGC에 대해 제3자 할당을 확대했다고 공개했다.
AGC Vinythai는 기존 비니타이(Vinythai)와 구 AGC Chemicals Thailand, AGC Chemicals Vietnam 등을 통합해 신규 설립했으나, 타이에서 가성소다(Caustic Soda), VCM(Vinyl Chloride Monomer), PVC 생산능력을 확대하기로 한 기존 계획을 유지할 방침이다.
가성소다 생산능력은 2025년까지 57만톤으로 22만톤, VCM은 80만톤으로 40만톤, PVC는 70만톤으로 40만톤을 확대할 계획이다. 100억엔 이상을 투자하며 원단위 개선을 포함해 에너지 절감 설비를 신규 도입하고 동력원의 탈탄소 대응을 본격화하기 위해 전력 공급기업인 PTT 그룹 자회사 Global Power Synergy와 연계할 계획이다.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에서 PVC 생산능력을 200만톤으로 확대하는 별개의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타이 증설을 완료한 후 동남아의 PVC 생산능력을 추가로 25% 확대하기 위한 투자로 가성소다와 PVC 모두 아시아 수요가 충분할 것이라는 판단 아래 설비투자를 본격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에서도 PVC 40만톤 추가 건설 검토
AGC는 CA 사업에서 동남아를 가장 중요한 지역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최근 2025년 가동을 목표로 타이 사업장을 대규모 증설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2030년까지 장기계획을 통해 추가로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타이 사업장은 PVC 생산능력을 160만톤, 가성소다는 164만톤으로 확대할 예정이나 동남아에서 PVC, 가성소다 각각 최종 생산능력을 200만톤 수준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수립했기 때문에 약 40만톤 정도의 추가 증설이 필요한 것으로 파악된다.
베트남이 추가 증설을 위한 유력 후보지로 떠오르고 있다.
현지법인인 AGC Chemicals Vietnam(ACVN)은 PVC 생산능력이 15만톤이고 원료용 VCM은 저장탱크를 3기 갖추고 전량 수입하고 있다.
호치민(Ho Chin Minh)에서 자동차로 1시간 반 거리로 유전 및 가스전이 있는 것으로 유명한 바리아붕따우(Ba Ria-Vung Tau)에 소재하고 있어 생산능력 확대에 유리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베트남은 인프라 투자 확대를 타고 PVC 수요가 연평균 5%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며 ACVN은 수요 증가에 맞추어 이미 AGC 인도네시아, 타이 사업장으로부터 수입하는 양을 늘리고 있고, 2022년에는 일본공장에서 가성소다를 조달해 판매하는 사업을 확립했다.
현재는 가성소다 수요가 액체 기준 30만톤이고 수처리용이 주류이나 앞으로 알루미나(Alumina) 제련용과 LiB(리튬이온전지) 관련 수요가 더해지면서 성장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고 자체 조달체제 정비에 나선 것으로 파악된다.
ACVN 사업장 부지는 14.3ha로 절반은 유휴지이어서 생산능력 확대 여력이 충분한 것으로 평가된다. 또 남쪽으로 자동차로 20분 정도 거리에 있는 롱손(Long Son)이 베트남 최초의 석유화학단지를 건설하고 있고 2차 투자 계획까지 공개함에 따라 완공 후 PVC 원료 조달처가 다양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앞으로도 전해부터 이어지는 일관생산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안정적인 전력 공급 및 원료 조달 등 과제 해결에 주력할 방침이다.
도소, 필리핀 공장 증설로 전환
도소는 건설 코스트 급증으로 채산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1년 동안 검토해온 동남아 CA 체인 투자를 일시 중단했다.
의사결정 시 중요한 조건으로 부상한 재생에너지 이용 및 탈탄소 대응 가능성이 낮다는 점도 투자 중단 요인으로 작용했다.
새로 건설할 CA 플랜트에서 연평균 70만-80만톤에 달하는 이산화탄소(CO2)가 배출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소는 2021회계연도(2021년 4월-2022년 3월) CA 사업 영업이익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으나 자가 석탄화력발전 베이스로 PVC를 수출하고 있어 석탄 가격 폭등과 PVC 가격 폭락 영향을 받은 2022회계연도에는 적자 전환이 불가피했다.
그러나 CA 수익기반 확충을 위해서는 해외투자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신규 설비투자 대신 기존 사업장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도소는 필리핀 민다나오(Mindanao)섬에 필리핀 유일의 전해설비이나 가성소다 생산능력이 1만9000톤에 불과한 Mabuhay Vinyl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이미 2022년 3월부터 2023년 11월 상업가동을 목표로 생산능력을 3만2000톤으로 1만3000톤 확대하기 위한 증설공사를 추진하고 있으며 수력 전원을 사용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늘어날 우려가 없어 동남아 생산능력 확대에 효과적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근 스팀 크래커로부터 에틸렌을 조달해 EDC(Ethylene Dichloride)를 생산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루손(Luzon) 섬에 수력발전 이외 방식으로 발전한 전력을 사용하나 PVC를 생산하는 Philippine Resins Industries가 있어 거리 제약을 해소할 만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