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이 폐플래스틱 재활용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모습이다.
정부가 CE(Circular Economy) 9 프로젝트라는 신성장 전략에서 석유화학, 철강, 비철금속, 배터리, 전기·전자, 섬유, 자동차, 기계, 시멘트 9개 업종을 대상으로 순환경제를 강조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석유화학은 CE 9 프로젝트에서 플래스틱 폐자원 확보를 위한 인프라 확대는 물론 열분해유 생산을 확대하고 폐플래스틱 해중합, 플라스마 열분해 등 기술 개발을 통해 원료 고급화를 추진한다.
그러나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은 폐플래스틱 재활용이라는 명제를 근본에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임기응변식으로 대응하고 있는 모양이다. 대표적인 대응이 식품·화장품 용기를 재활용 플래스틱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SK케미칼은 가공식품 생산기업 오뚜기와 손잡고 순환 재활용 PET를 100% 적용한 소스 용기 생산을 시작했고, 롯데케미칼은 풀무원과 재활용 소재를 활용한 포장재 개발에 나섰다고 홍보에 열을 올렸다. LG화학은 화장품 개발·생산기업 코스맥스에 재활용 플래스틱 PCR ABS 공급을 시작했고, 정유기업인 GS칼텍스도 네슬레코리아와 손잡고 커피 캡슐용 친환경 복합수지를 납품한다고 한다.
식품이나 화장품은 포장 소재 대부분이 플래스틱이라는 점에서 CR(화학적 재활용)로 처리한 폐플래스틱 수요가 상당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러나 화학기업들이 공급하는 재활용 플래스틱이 어떠한 과정을 거쳐 생산하고 있는지, 과연 해중합이나 열분해 공정을 거쳤는지 의문투성이다. 석유·화학기업들이 CR로 처리했다고 주장하고 있을 뿐 어느 누구도 검증한 적이 없다. 자체 처리했는지, 외부에 위탁해 생산했는지도 알 수 없다.
LG화학이 당진에 열분해유 2만톤 공장을 건설했고, SK지오센트릭은 해중합 재활용 7만톤 공장을 건설했으며, 롯데케미칼은 재활용 플래스틱 소재 11만톤 설비를 구축했다고 자랑할 뿐이다.
폐플래스틱 배출량이 가장 많은 농업용 필름이나 포대 재활용에 나서지 않은 것을 보면 짐작이 간다. 폐플래스틱 재활용에 있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것이 폐플래스틱 수거체계를 결정하는 것이고 다음으로 분리가 마무리되면 열처리하는 것인데도 수만톤 공장을 건설했다고 자랑이 대단하나 무슨 수로 수거하고 처리할 것인지는 대책이 없는 상태이다.
기존 수거 및 열처리 사업자들과 마찰을 빚을 뿐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어디서 어디까지 하청을 줄 것인지, 아니면 역할을 분담할 것인지 결정하고 수거에 나서야 하나 아무것도 진전된 것이 없다. 맹탕이다.
반면, 글로벌 석유화학 메이저 라이온델바젤은 포장재 재활용 사업을 강화하면서 농업용 필름 재활용 메이저 AFA Nord와 50대50으로 합작해 LNF Nord를 설립하고 2025년부터 LDPE, LLDPE 폐기물을 연포장용 고품질 플래스틱으로 재생하는 프로젝트를 개시한다. 스트레치 필름, 쉬링크 필름 등 2차 포장재가 재활용 대상이며 강도, 투명성 요건을 만족하는 고품질 재생 LLDPE, LDPE를 2만6000톤 생산할 계획이라고 한다.
폐플래스틱 포장재는 AFA Nord가 공급하고 라이온델바젤은 자체 브랜드로 판매하는 시스템이다. 더 중요한 것은 라이온델바젤이 독일에서 농업용 필름 재생공장을 오랫동안 가동하고 재활용 소재 생산에서 폭넓은 경험을 보유하고 있는 AFA Nord를 파트너로 선택했다는 점이다.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은 왜 전문기업을 인정하고 파트너로 삼지 않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유럽연합(EU)은 2025년부터 플래스틱 포장재를 생산할 때 재생 원료를 50% 이상 사용하도록 의무화하고, 한국도 2023년부터 재활용 원료 3% 사용을 의무화한 후 2030년까지 30%로 끌어올릴 방침이다.
<화학저널 2023년 7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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