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G(5세대 이동통신) 등 차세대 통신이 인프라로 정착되며 원격의료, 자율주행 보급이 기대되고 있다.
후지키메라(Fuji Chimera)에 따르면, 5G 등 차세대 통신용 프린트 배선판 관련 시장은 2030년 17조1390억원으로 2021년 대비 33.6%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밀리파와 테라헤르츠(THz)대 고주파 대역을 사용하는 차세대 통신은 초고속‧대용량 통신, 저지연, 다중동시접속 등이 가능하며 데이터 통신 편의성을 상당수준 향상시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통신기기의 핵심인 반도체용 프린트 배선판 소재 분야에서는 수지, 유리 크로스, 필러(충전제), 동박에서 차세대 통신에 적합한 신소재 개발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대량통신과 손실저감 양립 “도전”
5G 등 차세대 통신은 주파수가 높아질수록 데이터를 대량 송신할 수 있는 반면, 전기신호 손실이 일어나기 쉬운 단점이 있다.
전기신호 전송 손실을 억제하기 위해 차세대 통신용 소재‧부품 생산기업들은 유전특성을 중시하고 있으며 저유전 특성을 보유한 신소재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프린트 배선판은 크게 전자회로용 동박(도체)과 수지, 유리 크로스, 필러 등 절연 소재(유전체)로 구성되며 유전체 때문에 발생하는 전기에너지 손실인 유전손실과 도체 때문에 발생하는 전기에너지 손실인 도체손실 모두를 저감해야만 손실량이 적은 통신을 실현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린트 배선판은 구부리거나 접을 수 없는 리지드(Rigid) 기판과 구부리고 접는 것이 가능한 플렉서블(Flexible) 기판, 반도체를 실장하는 반도체 패키지 기판으로 구분되고 있다.
리지드 기판은 통신기지국, 데이터센터, 자동차, 전자기기에 사용되는 루터와 스위치, 서버 마더보드, 밀리파레이더, 안테나 기판 등에 사용되며, 플렉서블 기판은 스마트폰에서 배선 및 내장 안테나용으로 투입되고 있다.
PPE 중심 저유전 수지 개발 가속화
저유전 수지는 메인 수지로 사용해 수요를 대량 확보하는 방향과 보조 수지로 투입해 보완적 역할을 수행하는 방향 등 2가지 방향에서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
기판 소재는 내열성, 인성, 가공성 등을 기본 성능으로 갖추어야 하며 최근에는 저유전 특성 요구가 확대되고 있으나 1개 수지만으로 모든 요구 성능을 충족시키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메인 수지를 보조 수지로 보완하는 방식으로 개발되고 있다.
리지드 기판 메인 수지로는 오래 전부터 에폭시수지(Epoxy Resin)가 사용되고 있으나 저유전 특성이 요구되는 영역에서 PPE(Polyphenylene Ether)로 전환되고 있다.
PPE를 대체해 차세대 메인 수지로 자리를 잡기 위한 다른 소재 생산기업들의 개발이 활발한 가운데 PPE 생산기업들도 성능 향상에 주력하며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그러나 수지 단독으로 저유전특성을 향상시키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차세대 통신이 본격적으로 보급될 미래에는 1개 수지만이 산업계 표준으로 정착될 가능성은 낮으며 차세대 기판 소재를 실현하기 위해 메인 수지를 두는 대신 성능별로 특화된 스페셜리스트 수지를 여러개 조합해 수지별 장점만 이용하는 방식이 선택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물론 차세대 저유전 수지 중에서도 압도적인 사양을 가진 수지가 등장한다면 산업계 표준 지위를 획득할 가능성은 남아 있으나 시장 전반적으로는 내열 수지, 가공 수지, 저유전 수지 등을 조합함으로써 기판 소재 성능을 전반적으로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개발이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메인 수지로 정착되면 언젠가는 가격 인하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으나 첨가제처럼 사용되는 보조 수지라면 부가가치화 투자가 용이하다는 점에서 생산기업들도 산업계 표준 획득 경쟁에는 큰 기대를 걸지 않고 있다.
동박‧유지, 저유전 수지와 밀착 주목
수지 종류가 늘어나게 되면 프린트 배선판 소재를 만들 때 밀착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발이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에 유리 크로스, 필러 생산기업인 닛토보(Nittobo)와 덴카(Denka) 등은 저유전정접과 밀착성을 모두 확보할 수 있도록 수지와의 밀착성 향상에 주력하고 있다.
동박은 도전손실 억제를 위해 요철을 줄이면 표면이 거칠어지고 밀착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CCL(동장적층판) 생산기업들의 개발 작업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며 수지 역시 저유전화할수록 극성이 없어져 밀착성이 약화돼 과제 해소를 위한 개발이 기대되고 있다.
소재 생산기업들은 800GbE(Gigabit Ethernet) 대응 수지 및 기판 소재 샘플 공급을 본격화하고 있으며 1-2년 후부터 본격 채용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GbE는 초당 기가비트(GB)의 속도를 내는 이더넷 전송기술이며 현재는 400GbE이지만 2024-2025년 800GbE로 2배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유리 크로스는 생산기업들은 보다 낮은 유전정접 특성을 가진 석영 크로스에 주목하고 있고 필러로는 기존 용융 실리카(Silica)를 능가하는 잠재력을 가진 결정 실리카, 방열과 저유전 특성을 겸비한 질화붕소 채용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저유전 소재는 테라헤르츠 수준의 초고속 통신 시대에도 대응이 가능할지 또 코스트를 어느 정도로 낮출 수 있을지가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미래에 광전융합 기기가 등장해 기존 구리 배선 대신 광 회로를 사용하게 되면 유전손실 제약이 없는 빛이 통신을 맡게 돼 소비전력을 압도적으로 낮출 수 있고 초고속 처리까지 실현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만약 광전융합 기기로 패러다임 전환이 이루어진다면 프린트 배선판 소재의 개념은 사라지고 새로운 시대가 찾아올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NTT는 광전융합 기기 개발을 추진하고 있으며 2019년 이후 칩 간 배선을 빛으로 바꾼 후 2030년 이후에는 칩 내부 접속까지 빛으로 대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포스트 PPE 등장하며 고부가화 경쟁
고속‧대용량 통신용 루터, 스위치 등 통신기기용 리지드 기판은 저유전 수지로 주로 PPE를 채용하고 있다.
PPE는 저유전 특성 뿐만 아니라 내열성, 난연성이 우수하며 흡수성은 낮고 용제에 쉽게 녹거나 다른 수지와 혼합하기 용이하다는 강점을 갖추고 있다.
리지드 기판용 PPE는 사빅(Sabic)과 MGC(Mitsubishi Gas Chemical)가 생산하고 있으며 사빅이 PPE계 올리고머 노릴(Noryl) SA9000을 통해 산업계 표준 지위를 장악하고 있는 가운데 MGC도 PPE계 올리고머 OPE로 고성능 리지드 기판용에서 채용실적을 확대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5G 보급과 함께 수요 증가가 본격화되며 사빅은 2020년, MGC는 2021년 각각 글로벌 생산능력을 2배 확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PPE는 저유전 특성을 갖추었다는 것이 일찍부터 알려지면서 과거부터 기판 소재로 사용됐고 시행착오를 거쳐 리지드 기판용 저유전 수지로도 자리를 잡게 됐다.
시장 선구자는 사빅이나 MGC도 2000년대 초반에 리지드 기판용 PPE계 올리고머를 개발해 2013년부터 공급하며 사빅과의 경쟁 구도를 유지하고 있다.
화학기업들은 무선‧유선 통신이 고속‧대용량화되며 중장기적으로 저유전 수지 수요 증가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 아래 PPE를 벤치마킹해 신소재 개발을 추진하고 있으며, PPE 생산기업들도 주류 지위를 다지기 위해 고부가화에 주력하고 있다,
사빅은 포스트 5G용 차세대 그레이드를 출시할 예정이다. (강윤화 책임기자: kyh@chemloc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