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유·화학기업들이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을 본격화하고 있다.
석유·화학제품 생산과정에서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포집하지 않고서는 탄소중립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나아가서는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재활용해 화학제품의 원료로 이용하는 기술 개발이 요구된다. 진정한 의미에서 탄소중립을 실현하는 길이다.
SK이노베이션은 울산 컴플렉스의 수소 정제공정에서 발생한 탄소를 회수해 고순도 가스로 정제한 후 반도체 에칭, 용접, 식물 재배 용도로 공급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석유공사와는 동해 가스전을 활용한 탄소 포집·저장 실증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대산공장에 탄소 포집·액화 20만톤 설비를 건설한다. 대산 크래커에서 배출된 탄소를 분리한 후 배터리 전해액 유기용매 원료로 투입하거나 드라이아이스, 반도체 세정액 원료로 판매할 계획이라고 한다.
다만, CCUS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효과적인 수단으로 인정받고 있음에도 과연 관련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2000년대부터 흡수법, 흡착법, 분리막법 등 탄소 포집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으나 미국, 영국, 독일, 일본에 비해 개발단계에 머물러 있거나 기술 수준이 한참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화학단지 차원에서 클러스터를 형성해 CCUS를 추진해도 성공 가능성이 높지 않은 상태에서 개별기업들이 CCUS를 추진함으로써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탄소 포집을 철강·화학·시멘트·에너지 등 중공업의 불가피한 배출을 해결할 수 있는 핵심 방안으로 인정하면서도 기술적 문제가 경제적 실행 가능성을 저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탄소 포집 서비스, 구매자 사이의 파트너십이 형성되지 않으면 투자자금을 조달하기 어렵고 접근성과 경제성을 확보할 수 없어 탄소 포집·저장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생태계 조성을 강조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벨기에 앤트워프-브뤼헤 항구의 Antwerp@C 프로젝트가 주목받고 있다. 앤트워프는 유럽 최대의 통합 화학 클러스터가 소재해 있는 에너지·화학 허브로 브뤼헤 항구와 바스프, 보레알리스, 엑손모빌, 에어리퀴드 등 7개 에너지·화학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으며, 2030년까지 항만지역의 탄소 배출량 50% 감축을 목표로 탄소 포집 공유 인프라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먼저 배출원에서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수집·운송할 개방형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고, 파이프라인과 전용 액화 플랜트를 연결하며, 최종 저장소로 운송하기 위한 수출 터미널을 건설함으로써 대규모 탄소 배출기업들이 인프라를 공유하고 규모화하며, 참여기업의 집단적 경험과 전문성을 활용할 계획이다.
영국에서도 산업·발전 설비가 집적된 동부 해안에서 ZeroCarbon Humber, Net Zero Teesside 2개 클러스터가 CCUS를 추진하고 있다. 에너지기업으로 구성된 컨소시엄 Northern Endurance Partnership이 북해 운송·저장 인프라를 주관하고 참여기업의 협력을 통해 포괄적인 CCUS 네트워크를 구축함으로써 자원·리스크를 공유해 부담을 경감시킬 계획이다.
벨기에, 영국과는 다르게 한국은 기술이 초기에 머물러 있을 뿐만 아니라 저장공간 확보, 원거리 운송비용 등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GS칼텍스, 현대건설 등이 CCUS 사업에 뛰어들어 인도네시아, 말레이지아, 오스트레일리아 등으로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수송해 저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나 기술·코스트 문제를 해경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글로벌 탄소중립 시나리오에서 CCUS의 기술 기여도를 전체 탄소 감축량의 15% 수준으로 제시하고 CCUS 없이는 넷제로 달성이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국내 석유·화학기업들도 화학단지를 중심으로 클러스터를 형성해 CCUS를 추진함으로써 기술·코스트 문제에 쉽게 접근할 것을 권고한다.
<화학저널 2023년 10월 23·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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