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저널 2023.11.06
제주도 골프장들이 위기에 처했다고 한다.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불가능해지면서 대호황을 맛보았으나 골프 인구가 해외로 빠져나가면서 내장객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2022년 상반기에는 내장객이 146만명을 넘겼으나 2023년 상반기에는 117만명을 약간 웃도는 수준으로 줄었고, 특히 육지·외국인은 100만명에 육박했으나 70만명을 밑돌았다고 한다. 제주도 골프장 내장객은 2019년 209만1504명, 2020년 238만4802명, 2021년 288만7910명, 2022년 282만2395명에 달했으나 2023년에는 200만명을 밑돌 가능성이 있다.
왜 그러할까? 모두가 인식하고 있겠지만 내장객이 몰리면서 그린피를 비롯해 숙박비, 항공료 등이 모두 올라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일본은 물론 동남아로 골프 여행을 가는 것이 제주도보다 훨씬 저렴하다고 하니 누가 제주도를 찾겠는가.
그나마 제주도 골프장이 현상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공무원, 공공기관 임직원이 많이 이용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공무원은 해외 골프 여행을 가기 어려우니 제주도가 안성맞춤일 수 있다.
문제는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임직원을 대상으로 골프 접대에 나서는 중소기업들은 허리가 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3명만 접대해도 기본적으로 그린피, 카트비, 캐디피로 100만원 이상이 들어가고 여기에 게임비로 200만-300만원, 골프가 끝나고 식사비로 100만-200만원이 들어간다고 하니 본인을 포함하면 적어도 500만원 정도가 들어간다는 것이다. 여기에 항공료를 더하면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엄청난 금액이다.
그렇다고 접대하지 않으면 다음을 기약할 수 없으니 울며 겨자 먹기가 아닐 수 없다.
물론 공무원들이 자기 이름을 기록하지는 않는다. 타인 명의를 도용하거나 가명을 사용하기 때문에 단속이 어렵고 일부에서는 중소기업들이 신용카드를 제공해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편의(?)를 봐준다고 하니 할 말을 잃게 한다.
골프장에 가면 공무원들은 대부분 신용카드로 결제하지 않고 현금을 사용한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본인이 비용을 부담하고 휴가를 즐긴다면 괜한 트집이 될 수 있으나 신용카드를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미뤄 접대받는 것이 확실하다고 할 수 있다.
국내 화학기업들도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기획재정부, 그리고 산하기관들의 협조를 받기 위해 골프 접대를 많이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에너지·원료 코스트, 각종 인허가, 환경규제, 관세, 정책적 지원 등으로 얽혀 있기 때문이다.
옛날에는 관공서 주변에서 저녁식사를 접대하고 돈봉투를 주는 것이 관례였으나 김영란법이 시행된 이후에는 식사도 거의 불가능해 가명을 동원해 골프 접대를 하는 것이 일반화돼 있다.
중소기업들은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임직원에 대한 접대문화가 사라질 것으로 기대했으나 오히려 활성화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점에 놀라워하고 있다. 국가 경제가 위기에 처한 시점에서 공무원의 기강을 잡기 위해 골프 금지령까지는 아니더라도 접대 골프는 금지하는 것이 마땅하나 전혀 그러하지 않았다.
국내 골프장들은 골프비용도 여러 가지이다. 먹는 비용을 제외하더라도 그린피, 카트비, 캐디피 3가지에 달한다. 그것도 캐디피는 현금이 필수적이다. 3가지 비용을 통합 고지하고 본인을 확인한 후 카드로만 결제할 수 있도록 강제할 필요가 있다.
공무원의 기강을 잡지 않고 국정을 정상화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점에서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드라이버로 250m, 300m를 쳐도 OB를 내면 아무 소용이 없다면서 방향성을 강조한 바 있다. 공무원 조직의 부정·부패 고리를 끊고 정상화하는 것은 OB가 아니다.
<화학저널 2023년 11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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