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폐플래스틱 분해용 촉매 개발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플래스틱 리사이클 기술은 화학적 재활용(CR: Chemical Recycle), 물질 재활용(MR: Material Recycle), 에너지 재활용 등으로 구분된다.
CR은 폐플래스틱에 화학적 변화를 일으켜 다른 물질로 전환하는 방법으로 재활용하는 것이며 고분자 구조를 분해해 원유 베이스 플래스틱 원료와 동일한 원료를 생산할 수 있어 최근 탄소중립 핵심기술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리사이클 작업을 반복 시행할 수 있고 혼합 상태 혹은 오염된 플래스틱을 처리 가능하다는 점에서 강력한 폐플래스틱 유효 이용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열분해, 가스화, 해중합 등이 대표적인 CR 기술이며 적절한 촉매 개발이 상용화를 뒷받침할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AC바이오드, PET를 메탄올 단계까지 분해
일본에서는 스타트업이 PET(Polyethylene Terephthalate)를 메탄올(Methanol) 단계까지 분해하는 해중합 촉매를 개발해 주목된다.
청정기술 전문 스타트업 AC바이오드(AC Biode)는 혼합 폐플래스틱을 CR 처리하는 것을 최종 목표로 설정하고 폐플래스틱을 원료용 모노머로 분해하는 해중합 촉매를 Plastalyst 명칭으로 개발하고 있다.
그동안 병에 사용된 PET 수지를 기초원료 메탄올(Methanol)로 분해하는 해중합 촉매 등 다양한 촉매를 개발했고, 특히 PET용은 화학기업과 공동으로 일본 혹은 해외에서 1-2년 안에 스케일업 검증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PET 해중합은 TPA(Terephthalic Acid)와 EG(Ethylene Glycol)로 분해하는 방법이 일반적이나 AC바이오드는 세계 최초로 보다 업스트림 단계에 있는 메탄올까지 분해하는데 성공했다.
독자 개발한 촉매를 사용해 TPA와 EG로 분해한 후 EG를 메탄올로 해중합한 것으로, PET에서 범용성이 높은 기초화학제품인 메탄올까지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물만 용매로 사용하고 섭씨 200도 이하의 비교적 저온에서 해중합 반응을 진행하기 때문에 기존 기술보다 코스트가 낮고 처리가 간단하다는 특징이 있다. 기존 기술은 유기용매를 필요로 하고 반응 온도가 200도 이상이다.
AC바이오드 자체 실험에 따르면, PET 투입량 대비 메탄올 회수율은 약 85%에 달했으며 또다른 연구시설에서도 용량 1리터급 반응기를 사용해 추가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일찍부터 많은 화학기업이 관심을 나타내며 이르면 1-2년 안에 파일럿 플랜트 가동, 2026년 상업화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밖에 AC바이오드는 PP(Polypropylene), 우레탄(Urethane), 다층구조 플래스틱 등 다양한 용도에서 해중합 촉매 연구개발(R&D)을 진행하고 있다.
PET를 TPA와 EG로 분해하는 촉매도 개발하고 있으며 메탄올까지 해중합하는 기술과 마찬가지로 물만을 용매로 사용하고 180도 이하 저온에서 해중합 반응을 진행함으로써 차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오사카(Osaka)대학과는 PE(Polyethylene)용 해중합 촉매를 개발하고 있다. 기초원료 프로필렌(Propylene)을 다량 회수할 수 있고 해중합 온도가 250도로 기존 기술의 450도보다 저온에서 분해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PET 촉매와 PE용 해중합 촉매 모두 3-4년 안에 상업화하는 것을 목표로 파일럿 실증을 준비하고 있다.
AC바이오드는 2019년 설립돼 폐플래스틱용 해중합 촉매, 교류로 충‧방전하는 교류전지 등을 개발하고 있으며 유럽연합(EU) 기관 산하 VC(벤처캐피탈)인 네덜란드 EIT InnoEnergy로부터 일본기업 최초로 출자를 받은 바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폐플래스틱용 해중합 촉매 사업에서 외부와 협업해 CR 사업을 추진하거나 자체생산 혹은 위탁생산으로 촉매 공급에 특화시키는 사업모델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N.E., 바스프 PuriCycle 공세 강화
바스프(BASF) 자회사 N.E.Chemcat은 폐플래스틱을 열분해해 화학제품 원료 성분으로 제조하는 탄화수소유 추출 유화기술 분야에서 수요기업 개척을 본격화하고 있다.
바스프가 2022년 출시한 PuriCycle 판매를 추진하면서 폐플래스틱 CR 기술 개발 트렌드에 맞추어 정유기업, 석유화학기업, 플래스틱 부품을 취급하는 자동차기업 등 다운스트림을 주요 수요기업으로 주목하고 있다.
N.E.Chemcat은 바스프와 스미토모금속(Sumitomo Metal Mining)이 50대50으로 합작 설립한 촉매 생산기업으로 일본에서 자동차용 배기가스 정화, 연료전지, 석유정제, 석유화학 공정에 사용되는 촉매를 생산하고 귀금속 회수‧정제 사업 등을 영위하고 있으며 2011년부터는 바스프 촉매 판매를 맡고 있다.
유화기술은 CR의 일종으로 폐플래스틱이 혼합된 플래스틱을 처리 가능해 대량 리사이클을 실현할 수 있으며 유화기술로 얻은 열분해유는 정유공장이나 NCC(Naphtha Cracking Center) 등 기존 생산설비에 투입하는 방식으로 화학제품 원료 재생을 실현하기 때문에 초기 비용을 억제 가능하다.
바스프 PuriCycle은 폐플래스틱 유화기술용으로 설계된 시리즈로 열분해유에서 염소 화합물 등 불순물과 반응성이 높은 화합물을 제거하는 흡착제, 촉매 등으로 구성돼 있고 수요기업별 유화 프로세스나 열분해유에 포함된 불순물 성상에 맞추어 공급할 수 있다.
알루미나(Alumina) 흡착제는 폐플래스틱 베이스 안료와 착색제, 열분해로 생성된 중질분과 재(Ash) 등을 제거할 때 사용하며 표면적과 세공 용적이 크기 때문에 안료 제거를 통해 열분해유의 색을 개선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1차 수소화 촉매 PuriCycle SH는 열분해유에 상당량 포함돼 있는 고반응성 디엔류를 선택적으로 수소화 처리한다. 열분해유는 디엔류가 남아 있으면 중합반응이 진행되기 때문에 SH로 안정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탈 할로겐용 흡착제 PuriCycle H는 열분해유에서 염소화합물을 제거할 때 사용하며 섭씨 250도 온도에서 200시간 이상 지나도 100%에 가까운 제거 성능을 유지할 수 있다.
수소화 정제 촉매인 PuriCycle HP는 열분해유에서 질소화합물과 산소화합물을 수소화 처리로 분리하고 NCC에서 이용할 수 있는 수준까지 성능을 높이는데 사용한다.
일본은 폐플래스틱 리사이클률이 87%에 달하나 소각 후 열에너지로 회수하는 TR(Thermal Recycle) 처리가 60%를 차지하고 있다.
CR은 대량 배출될 폐플래스틱을 유효하게 이용할 수 있는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특히 혼합 플래스틱까지 처리할 수 있는 유화기술은 대규모 실증 프로젝트가 다수 진행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그린성장 전략을 통해 폐플래스틱과 폐고무, 이산화탄소(CO2) 원료화 기술을 2030년까지 확립하고 2050년에는 기존제품과 동일한 가격으로 공급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N.E.Chemcat은 2030년까지 환경보호 및 SDGs(지속가능한 개발목표) 관련 사업 비중을 80% 이상으로 확대하고 PuriCycle 채용을 확대할 예정이다.
PE‧PP, 촉매 없이 계면활성제로 전환
최근에는 촉매 없이 플래스틱 소재를 고부가가치 화합물로 업사이클링할 수 있는 방법이 개발됐다.
잘 분해되지 않아 환경에 골칫거리인 플래스틱 재활용을 뛰어넘어 플래스틱 폐기물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류궈량 미국 버지니아공대 화학과 교수 연구팀은 PE, PP로부터 고부가가치 화합물을 얻을 수 있는 연구 결과를 2023년 8월10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공개했다. 업사이클링은 폐기제품이나 쓸모없는 물품을 수선해 재사용하는 리사이클을 넘어 신제품으로 탈바꿈시켜 가치를 높이는 작업을 의미한다.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하는 PE, PP는 업사이클링이 필요한 대표적인 소재로 분류되고 있다.
PE는 방수, 내유성, 신축성, 보온성이 있어 일회용 포장용기, 장난감, 파이프, 투명필름 등에 사용되며, PP는 투명성, 내열성, 견고성, 내약품성 특징이 뛰어나 포장용기, 미세먼지 마스크, 필름, 어망, 테이프, 의료부품 등에 투입되고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해양수산통계센터에 따르면, 2017년 기준 글로벌 플래스틱 생산량은 3억4800만톤에 달했고 앞으로 매립되거나 폐기될 플래스틱 쓰레기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연구원이 한국환경공단 보고서를 검토한 결과 1인당 하루 플래스틱 배출량은 2016년 110g에서 2020년 236g으로 증가해 서울에서만 하루 2300톤의 플래스틱 쓰레기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PP와 PE는 골칫덩어리가 되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국내 PP, PE 생산량은 2016년 각각 26.5%, 31.8%로 전체 플래스틱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단기 사용제품 제조에 다량 투입되는 만큼 2개 소재의 폐기물량은 심각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업사이클링을 위해서는 먼저 플래스틱을 분해해야 하나 플래스틱은 다양한 고분자 물질로 구성돼 자연분해가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연구팀은 PP, PE 폐기물 혹은 혼합물을 분해해 지방산으로 전환하기 위해 온도구배 열분해 방식을 이용했고 플래스틱을 왁스처럼 만들어 망간스테아르산염으로 처리해 지방산으로 업사이클링에 성공했다.
온도구배는 열이 흐르는 방향의 단위 길이당 온도 차를 의미하며 온도구배 원리를 이용해 서로 다른 온도 지점이 존재하는 온도구배 장치를 만들면 화학물질을 열분해할 수 있다.
온도가 높은 지점에서 화학반응이 활성화돼 분해 반응이 진행되고 온도가 낮은 지점으로 이동해 안정된 형태로 새로운 생성물이 형성되는 원리이다.
연구팀은 얻어낸 지방산을 이용해 계면활성제로 전환했다. 계면활성제는 계면 장력을 감소시키는 역할을 해 비누, 샴푸, 세제, 소독제 등에 사용되며 가치가 플래스틱의 2배에 달하기 때문에 플래스틱 폐기물을 적극적으로 업사이클링한다면 고부가산업 전환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연구팀은 “온도구배 장치를 통한 열분해 방식은 플래스틱을 업사이클링하는 기존 방식처럼 고가의 촉매나 화학반응을 위한 까다로운 반응조건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 장점”이라며 “온도구배 장치로 열분해한 플래스틱 왁스의 질과 양을 높이는 방법을 찾는 것이 남은 과제”라고 강조했다. (강윤화 책임기자: kyh@chemloc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