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I홀딩스(대표 이우현·서진석)가 한미약품과 새로운 통합의 개념을 제시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글로벌 바이오 시장에서는 수십년 전부터 최근까지 꾸준히 이종산업 간 결합이 이어져 오고 있으며 2018년에는 제약·바이오산업과 이종산업 간 인수합병(M&A)이 966건으로 전체 M&A의 67.2%를 차지했다.
OCI는 한미약품과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양사의 장점을 새로운 시너지로 극대화하기 위한 상생 동반 경영구조를 마련했다. 특히, OCI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현금 창출력, 한미약품의 신약개발력이 결합되면 앞으로 바이오 산업계에서 높은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우현 OCI 회장은 “영국 최대 화학기업이던 ICI(Imperial Chemical Industries), 독일 바이엘(Bayer), 일본 스미토모케미칼(Sumitomo Chemical), LG화학도 성장 한계 돌파구로 생명과학을 택했다”며 “OCI도 같은 길을 가려고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바이엘은 석유·화학기업으로 출발해 2022년 기준 83개국 354개 연결회사를 보유한 글로벌 초대형 메이저로 2018년 매출 이상의 자금을 투입해 세계 최대 종자기업 몬산토(Monsanto)와 통합하고 2020년 애스크바이오(AskBio)를 인수해 세포‧유전자 치료제 시장에 진출했다.
2022년에는 약 73조원에 달하는 매출을 거두었으며 9조원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하는 등 미래 먹거리 발굴에 매진하고 있다.
OCI그룹은 2018년 부광약품과 합작법인 설립을 시작으로 바이오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한미약품그룹과의 통합이 바이엘과 같은 미래 먹거리에 대한 강력한 동력으로 작용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바이엘 뿐만 아니라 일반 화학물질과 플래스틱, 의약품 및 특수제품을 제조하던 ICI가 1993년 생명과학·제약부문 사업을 제네카(Zeneca)로 분할한 이후 1998년 스웨덴 제약기업 아스트라AB(Astra AB)와 통합해 설립한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 역시 글로벌 톱티어로 자리 잡았다.
일본 아사히카세이(Asahi Kasei) 역시 핵산 발효 기술을 바탕으로 제약·바이오산업에 진출해 2022년 미국 바이오노바사이언티픽(Bionova Scientific)을 통합해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권을 획득하고 바이오산업 진출을 본격화했으며, 독일 바커(Wacker Chemie)는 1980년대부터 바이오솔루션에 진출해 본격적 성장을 위해 2005년 독일 프로테라(Pro Thera)를 인수한 바 있다.
다만, 일부에서는 OCI홀딩스의 한미사이언스 지분 인수에 따른 가치 희석과 법적 분쟁으로 인수합병이 불확실한 점을 우려하고 있다.
통합에 반대하는 임종윤·임종훈 한미약품 사장은 신주 발행 금지 가처분에 대한 첫 심문기일인 2월21일을 앞두고 “한미사이언스가 통합 과정에서 경영권 프리미엄을 전혀 챙기지 못했다”며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의 지분 매도 가격과 유상증자 신주발행가액이 3만7300원으로 시장 가격과 큰 차이가 없다”고 지적했다.
한울회계법인에 따르면, 2020년 2월부터 5년간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100억원 이상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의 양수도 사례의 경영권 프리미엄율 평균은 약 239%이다.
이에 한미약품 관계자는 “한울회계법인의 통계는 일방적인 흡수 인수합병 사례를 기반으로 작성됐으나 한미그룹과 OCI그룹의 통합은 경영권을 그대로 유지한 상태에서 시너지를 극대화한 모델이므로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윤우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