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학산업은 미국발 관세전쟁에 당장 영향을 받지 않아도 중장기적으로는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석유화학산업은 주로 아시아 지역으로 수출하고 미국 수출 비중은 상대적으로 높지 않으며, 정유산업은 에너지 품목이 상호관세에서 제외되고 수출 품목도 항공유와 윤활유에 머물러 있어 관세전쟁에 따른 타격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자동차산업은 영향이 불가피해 자동차산업과 연결된 분야는 중장기적으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미국은 2025년 4월3일 모든 수입 자동차에 25%의 추가 관세를 적용했고, 무역 상대국에게 동일 수준의 관세를 부과하는 상호관세 1차 조치로 4월5일 모든 국가에 일률적으로 10%의 관세를 도입했다.
4월9일에는 무역적자가 큰 60여개 국가를 대상으로 개별 관세율을 높이는 2차 조치를 발효할 예정이었으나 90일 동안의 유예기간을 부여하기로 했다.
관세전쟁, 한국기업에게 기회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세계를 상대로 관세전쟁에 나선 가운데 국내 석유화학산업은 예상보다 타격이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미국이 부과한 상호관세가 중국과 타이완 각각 34%, 32%로 한국 25%보다 높아 한국 석유화학산업은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이 운영하거나 건조한 선박이 미국에 입항하면 최대 150만달러의 수수료도 부과될 수 있어 미국에 생산기반을 둔 국내 화학기업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기대되며 주요 수혜기업으로 LG화학, 한화솔루션, 금호석유화학이 주목받고 있다.
LG화학은 미국의 관세 정책에 대응하며 성장세를 이어갈 방침이다.
LG화학은 2025년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12조1710억원, 영업이익 4470억원을 기록하며 1분기만에 흑자전환했다. 석유화학 부문은 매출 4조7815억원, 영업이익 마이너스 565억원으로 적자가 줄었으며, 첨단소재 부문은 매출 1조4898억원, 영업이익 1270억원으로 전자 및 엔지니어링 소재의 고부가가치제품 매출 증가에 힘입어 수익성이 개선됐다.
LG화학은 미국의 관세 정책에 따라 양극재 수입가격 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하고 테네시 양극재 공장 가동을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2026년 1만톤 양산을 시작으로 2028년 6만톤으로 증설할 계획이다.
한화솔루션, 미국 태양광 강화로 대응
한화솔루션 역시 관세 전쟁에 유리하다는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2025년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3조945억원, 영업이익 303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첨단소재 부문은 매출 2738억원에 영업이익 마이너스 18억원에 그쳤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동남아를 통해 수입하는 중국산 태양광제품에 최대 350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으며 한화솔루션은 미국 공장이 있기 때문에 유연하고 효과적인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2024년부터 미국 모듈 공장을 가동하고 있으며 2025년 모든 생산라인을 가동할 예정이다.
또 2025년 하반기 미국 태양광 밸류체인 구축을 목표로 미국 조지아에 태양광 생산설비 솔라허브를 건설하고 있으며 완공되면 생산능력은 연간 8.4GW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호석유화학도 호조를 누렸다.
금호석유화학은 2025년 1분기 영업이익이 1206억원으로 시장 예상치 727억원을 상회했고, 특히 합성고무 부문은 460억원으로 2024년 4분기 대비 150% 증가했다.
관세전쟁에 따라 말레이시아 NB라텍스(NB-Latex) 시장이 성장한 영향으로 판단된다.
NB라텍스는 의료용·위생용 장갑의 핵심 원료로 금호석유화학의 생산능력은 94만6000톤이며 80%를 말레이지아와 타이로 수출하고 있다.
미국은 2025년 1월 중국산 의료용 장갑에 50%의 관세를 부과한데 이어 2026년 100%로 인상할 계획이며 미국의 동남아산 고무장갑 비중이 높아지면 금호석유화학 영업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일본, 자동차‧반도체 소재 간접적 영향 우려
일본은 2024년 미국에 대한 수출액이 1480억달러를 기록했다.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 수출액이 513억달러로 34%를 차지했고 공작기계 및 건설기계 361억달러로 24%, 전자기기 192억달러로 13%, 화학제품은 100억달러로 6.6% 수준을 나타냈다.
상호관세 2차 조치가 발동되면 화학제품 역시 24%의 관세가 추가로 부과되지만 미국이 자국 산업 서플라이체인 유지를 위해 대부분의 화학제품(HS 코드 분류)을 과세 대상에서 제외해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론이 확산되고 있다.
무기화학제품 85개, 유기화학제품 374개, 화학공업제품 8개, 플래스틱 24개, 고무류 5개가 과세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과세 제외 대상 중 미국 수출량이 많은 품목은 에틸렌(Ethylene) 중합체, PTFE(Polytetrafluoroethylene), 1,1,2,2-Tetrachloroethane(HFC-134a), 폴리에테르(Polyether), 실리콘(Silicone) 등이며, 수출액 기준으로는 PET(Polyethylene Terephthalate), 전자공업용 도핑원소, 방향족에테르알코올, 에폭시수지(Epoxy Resin) 등이다.
상호관세 대상으로 지정된 품목 중 일본 화학기업이 미국에 직접 수출하고 있는 것은 벤젠(Benzene) 등을 제외하면 기능성 화학제품이 대부분이고 현지에 경쟁기업이 적어 가격 전가가 가능하기 때문에 당장 타격이 크지는 않을 것으로 파악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사히카세이(Asahi Kasei)는 2025년 4월10일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 매출액이 전체의 20%를 차지하고 미국에서 생산하는 화학제품에 대한 원료 조달액이 170억-180억엔 정도여서 추가 관세가 부과되면 경쟁 조건이 변화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2차 조치 발동 후 관세 24% 추가 우려
반도체를 제외한 전자기기 대부분도 상호관세 대상이라는 점에서 2차 조치가 발동되면 기기 생산기업에게 소재를 공급하고 있는 화학기업을 중심으로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된다.
미국에 직접 수출하지 않는 범용수지, 페인트 등 대다수 화학제품 역시 자동차에 대한 추가 관세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미국은 현재 승용차에 2.5%, 트럭에 25.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추가 관세가 부과되면 각각 25% 높아지게 된다.
아울러 5월3일부터 엔진 및 엔진 부품, 트랜스미션, 파워트레인 부품, 전자부품, 타이어 등 주요 부품에 25%의 추가 관세가 부과될 예정이다.
다만, USMCA(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 기준을 충족한 부품은 당분간 관세 면제를 받을 수 있다.
일본 화학기업들은 자동차부품 생산기업 및 완성차기업에게 범용수지부터 EP(엔지니어링 플래스틱), CFRP(Carbon Fiber Reinforced Plastic) 등 다양한 화학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추가 관세 부과로 일본 완성차기업이 생산을 줄이게 되면 그동안 공급했던 화학제품 수요도 함께 줄기 때문에 화학산업도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판단된다.
아사히카세이는 2027년까지 추진하는 경영계획에서 영업이익 목표로 3000억엔을 설정했으나 글로벌 경기후퇴 영향으로 실제로는 2700억엔을 넘지 못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반면, DIC는 미국발 경기후퇴를 우려요소로 보고 있으나 2025년 포장소재 수요가 양호하고 연말까지 비슷한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그러나 2차 관세가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소재도 있으며 화학기업별 위기감이 다른 것으로 판단된다.
도쿠야마(Tokuyama)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의약품에도 추가 관세를 부여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최근 성장제품으로 육성하고 있는 치과소재의 가격 경쟁력이 악영향을 받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강윤화 책임기자: kyh@chemlocus.com), (오영은 기자)
표, 그래프: <일본의 미국 수출 비중(2024), 일본의 화학제품 미국수출 비중(2024), 일본산 화학제품 중 과세 대상 제외품목(수입액 기준), 일본산 화학제품 중 과세 대상 제외품목(수입량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