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만큼 플래스틱 소비가 많은 나라도 드물다.
코로나19 이전부터 택배가 일상화되더니 코로나19를 계기로 택배가 활성화되면서 플래스틱 소비량이 급증하고 있다. 사무실이 많은 광화문이나 성수동, 구로동을 들먹일 필요가 없을 정도로 점심시간에는 커피가 든 플래스틱 용기를 들고 다니는 것이 유행으로 정착한 지 오래됐다.
환경부가 플래스틱 소비를 줄이겠다고 사용 규제에 나섰으나 커피 판매점들의 반발이 거세고 정치권이 표퓰리즘에 빠지면서 사문화된 지 상당 시간이 지났다. 일부에서 종이로 대체했으나 일반화되지 못하고 있고 종이 빨대도 플래스틱으로 되돌린 상태이다.
플래스틱 사용 규제를 현실화하지 못할 바에는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플래스틱을 생분해성이나 바이오화해 대체하는 것이 현실성 있는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으나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이 형식적으로 대응할 뿐 적극적이지 않아 문제가 되고 있다.
생분해 또는 바이오 플래스틱은 석유계 플래스틱에 비해 환경오염 정도를 줄일 수 있으나 코스트가 높아 한계가 있고, 국내 석유화학기업들도 기술적 한계로 본격 생산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유럽연합이 자동차용 플래스틱에 대해 재활용 비율을 규제하겠다고 나서 플래스틱 재활용을 본격화하거나 생분해성‧바이오 플래스틱 생산을 더 이상 늦출 수도 없어 진퇴양난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하면서 반환경적 정책을 쏟아내고 있어 당장은 재활용 확대나 생분해성 전환을 늦출 수는 있으나 트럼프가 영원히 집권할 것도 아닌 마당에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다.
세계적으로 플래스틱 생산량이 2022년 기준 4억톤에 달했고, 폐기량도 생산량과 비례해 증가할 수밖에 없어 플래스틱으로 인한 환경오염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플래스틱 폐기물 발생량은 2022년 3억7000만톤에서 2060년 10억톤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글로벌 화학기업들은 플래스틱 재활용을 확대하고 있다.
삼일PwC에 따르면, 글로벌 플래스틱 재활용 시장은 2019년 368억달러(약 50조원)에서 2027년 638억달러로 커져 연평균 성장률이 7.4%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맥킨지도 글로벌 재활용 플래스틱 시장이 2050년 6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플래스틱 재활용은 MR(Mechanical Recycle), TR(Thermal Recycle), CR(Chemical Recycle) 3가지 방법이 있으나 MR은 폐플래스틱을 수집한 후 분해해 다시 플래스틱을 생산하는 방식으로 수집이나 세척 코스트가 상당할 뿐만 아니라 품질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고, TR은 폐플래스틱을 소각해 에너지원으로 사용함으로써 대기오염을 일으키는 문제가 있다.
CR은 화학공정을 통해 폐플래스틱을 분해해 원재료를 재생산하는 방식으로 품질 저하가 없고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어 궁극적인 해결책으로 거론되고 있으나 기술적 한계에 부딪혀 있다. 열분해유나 해중합 기술은 개발 경쟁이 한창이고 미국 다우, 독일 바스프, 사우디 사빅 등이 상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SK지오센트릭 등이 기술 개발이나 투자를 선언했으나 석유화학 불황 장기화와 트럼프의 반환경 정책에 편승해 진전이 없고, SK는 공식적으로 열분해유 사업 포기를 선언했다.
그러나 CR 비율이 2020년 6.6%에서 2030년 20.7%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돼 무작정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생분해성 또는 바이오 플래스틱 시장도 2028년 460만톤 이상으로 2022년에 비해 5.3배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플래스틱 재활용과 생분해성 개발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화학저널 2025년 05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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