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위원회는 2025년 2월 말 유럽연합(EU) 제조업의 경쟁력 및 회복탄력성(Resilience)를 지원하기 위해 클린 인더스트리얼 딜(Clean Industrial Deal)을 발표했다.
청정기술 보급을 통해 에너지 집약형 산업의 탈탄소화를 추진하고 유럽 제조업의 미래를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화학산업은 구체적인 실행 계획과 신속한 지원을 요구하고 있으며 클린 인더스트리얼 딜 계획의 성패가 유럽 경제의 방향을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탄소중립 의지 유지하며 제조업 경쟁력 강화
유럽 제조업은 에너지 코스트 급등, 세계적인 경쟁 심화에 직면한 상태로 신속한 지원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유럽위원회 우르술라 폰데라이언 위원장은 클린 인더스트리얼 딜을 공표하며 “유럽은 산업 혁신의 대륙이자 공업 생산의 대륙”이라며 “그러나 청정제품 수요는 많지 않고 일부 투자가 다른 지역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클린 인더스트리얼 딜은 유럽기업의 성장을 막고 있는 요소를 제거하고 산업 경쟁력을 명확하게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정책의 의의를 설명했다.
산업의 탈탄소화를 경제 성장 원동력으로 강조한 것이며, 관련기업들과 투자가들에게 유럽이 2050년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있음을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클린 인더스트리얼 딜을 통해 에너지 집약형 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에너지 집약형 산업은 최근 에너지 가격 급등, 규제 복잡화, 불공정한 무역경쟁으로 경쟁력이 약화돼 신속한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청정기술 관련 산업 성장 촉진이 핵심이며 순환경제 추진과 원료 확보 안정화가 중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위원회는 산업‧기업‧가정의 에너지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쉽게 확보할 수 있는 에너지 행동계획을 채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청정에너지를 보급하고 전기화를 가속화함으로써 수입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을 낮추는 내용이 핵심이다.
또 산업 탈탄소화 촉진법을 통해 공적 및 민간 조달을 통한 △지속가능성 △회복탄력성 △유럽 제조 관련 기준을 정하고 EU에서 생산한 청정제품 수요를 자극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산업 탈탄소화 은행 설치해 이노베이션 자극
유럽위원회는 새로운 클린 인더스트리얼 딜 국가 보조 제도를 도입해 신재생에너지를 보급함으로써 산업 탈탄소화를 추진하며 청정기술 상용화 후 충분한 생산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지원체제를 간소화하고 신속한 승인이 가능하도록 할 예정이다.
이노베이션 펀드를 강화해 ETS(유럽 배출권거래제도)에서 얻을 수 있는 추가 수입, 투자 지원 프로그램을 개정하며 1000억유로의 자금 조달을 목표로 한 산업 탈탄소화 은행 설치도 추진할 예정이다.
인베스트 EU 개정을 통해서는 리스크 부담 능력을 높이고 청정기술, 청정 모빌리티, 폐기물 감축과 관련한 민간 및 공적 투자를 최대 500억유로 확보할 방침이다.
원료 확보 안정화를 위해서는 유럽기업들이 한자리에 모여 중요한 원료에 대해 수요를 집약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할 예정이다.
희소소재 센터(임시)를 설치함으로써 가입기업들이 공동으로 전략자원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하고 조달 코스트 감축 및 안정적인 공급체계 확보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2026년에는 순환경제법을 채택해 자원의 유효 활용과 리사이클률 향상을 도모할 예정이다. 2030년까지 사용하는 소재 중 24%를 순환형으로 전환하고 역외 지역에 대한 수입 의존도를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유럽위원회는 클린 트레이드 투자 파트너십을 출범해 무역협정 강화와 서플라이체인 다양화를 추진함과 동시에 불공정한 무역경쟁에서 EU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강화할 예정이다.
CBAM(탄소국경조정제도) 간소화 및 강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산업 전환에 반드시 필요한 인재 육성을 위해서는 스킬 유럽연합을 창설하고 노동자 지원 개선, 청정기술 및 디지털 분야 전문인재 육성을 실시한다. 최대 9000만유로의 예산을 투입할 방침이다.
화학산업, 구체적이고 즉각적인 행동 요구
화학산업은 클린 인더스트리얼 딜을 반기는 한편 구체적인 행동을 요구하고 있다.
클린 인더스트리얼 딜 발표 당일 벨기에 앤트워프(Antwerp)에서 개최된 회의에서는 400명이 넘는 유럽기업 경영자들이 모여 우르술라 폰데라이언 유럽위원회 위원장과 의견을 교환했다.
화학산업은 3월 유럽이사회를 앞두고 EU 가입국에 대한 계획을 신속하게 실시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유럽 제조업이 사상 최대 위기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 제조업은 수요 침체, 설비투자 정체, 생산능력 축소, 경쟁국에 비해 4-5배 높은 천연가스 수입가격으로 2023-2024년 생산량이 2.6% 감소했으며, 특히 화학산업 침체가 심각한 것으로 평가된다.
유럽 화학산업협회(CEFIC)에 따르면, 화학산업은 2023-2024년 1100만톤 이상의 생산능력이 감축됐고 21곳에 달하는 주요 생산기지가 폐쇄됐다.
일햄 카드리 CEFIC 회장 겸 사이언스코(Sysensqo) 최고경영자(CEO)는 “화학산업이 요구하는 것은 구체적이면서 즉각 실행 가능한 대책”이라며 “어떠한 모습이어야 할지보다 당장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럽은 다른 지역에 비해 목표 달성이 더딘 것으로 평가돼 고용 유출이 본격화되고 있다”며 “유럽의 지도자들이 과감하게 행동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마르코 맨싱크 CEFIC 사무국장 역시 “CEFIC이 요구하는 것은 전략이나 정책 발표가 아니라 실제 행동”이라며 “다양한 수단을 강구하고 금기를 타파하는 의지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CEFIC, 규제 재정비해 우호적 환경 조성하라!
CEFIC은 클린 인더스트리얼 딜 발표 이후 유럽 산업 경쟁력 회복을 위한 구체적인 정책 제안을 발표했다.
화학기업의 부담 경감과 성장 촉진이 목표이며, 특히 규제 간소화 및 지원 강화를 통해 화학기업이 지속가능성 목표를 달성하면서도 경제활동을 활발히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CEFIC은 유럽 화학산업의 경쟁력이 저하된 요인 중 하나로 과도한 규제와 복잡한 행정절차를 지적하면서 가장 먼저 지속가능성 보고 간소화를 요구했다.
CEFIC에 따르면, CSRD(유럽 기업지속가능성 보고 지침)는 화학기업에게 큰 부담을 주고 있다.
이에 따라 정책 제안에서는 산업별 ESRS(유럽 지속가능성 보고 기준) 도입을 신중하게 진행하고 EU 택소노미(녹색분류체계)에 바탕을 둔 보고 의무 적용을 2년 동안 유예할 것을 요구했다.
유럽위원회는 앞서 ESRS 대상기업에게 추가될 코스트가 일시적으로 17억유로, 연간 계속적 비용 역시 17억유로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CEFIC은 EU의 새로운 통상규범인 CS 3D(유럽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 지침) 개정도 요구했다.
CS 3D는 유럽기업들에게 인권이나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투명하게 보고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CEFIC은 시행을 연기하고 각국에 대한 적용을 일시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대신 경쟁력 평가를 실시해 실사 의무범위를 명확하게 함으로써 책임규제 조치를 도입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탄소중립‧순환경제 프로젝트도 합리적으로…
CEFIC은 순환경제 추진을 위한 폐기물 및 리사이클 규제도 개혁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리사이클은 MR(Mechanical Recycle) 뿐만 아니라 CR(Chemical Recycle)도 확대해야 하며 CR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EU에 통일된 매스밸런스 방식을 도입하고 폐기물 종료 기준도 통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화학기업의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서는 폐기물 이동과 관련된 행정절차를 간소화할 것을 요구했다.
에너지 기후 정책 합리화에 대해서는 유럽의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고용‧투자 유출을 막기 위해 ETS와 CBAM 운영을 재정비함으로써 코스트를 감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수입업자를 포함한 공평한 경쟁 환경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화학제품 규제 최적화를 위해서는 EU 다른 산업 관련 정책과의 정합성을 확보하고 투자 지연을 막기 위해 정책 상호 작용을 사전에 평가하는 시스템을 설치할 것을 요구했다.
이밖에 CLP(화학물질 분류‧표시‧포장에 관한 규정) 개정안이 라벨의 폰트 크기까지도 과하게 규제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화학기업의 부담 경감을 위해 수정할 것을 제안했다.
IED(유럽 산업배출 지침)는 합리화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IED는 화학기업의 환경 허가 취득 및 유지를 위해 필요한 기준이나 최근 개정 후 ISO14001:2015 환경경영시스템(EMS)이 허가 요건에 포함돼 절차가 복잡해진 것으로 파악된다.
CEFIC은 EMS 도입을 지지하고 있으나 허가 취득 프로세스와는 분리해 행정 부담을 경감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CEFIC은 클린 인더스트리얼 딜 실행을 위해 유럽위원회가 화학산업이 직면한 상황을 파악하고 화학산업의 요구 사항을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일햄 카드리 CEFIC 회장은 본인이 이끄는 사이언스코가 미국 투자를 검토하는 것처럼 유럽위원회가 적극 나서지 않는다면 많은 유럽 화학기업이 유럽을 떠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
<화학저널 2025년 06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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