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화학산업은 최근 들어 경쟁력이 크게 약화된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이 산업용 소재로 사용되는 석유화학제품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신증설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성장 둔화에 따라 과잉물량을 저가에 수출하고 세계적으로도 성장성 약화에 따라 수요가 부진하다는 것은 일반적인 분석이다.
중국이 범용제품을 중심으로 수출을 확대하고 있고, 석유화학의 기초 원료로 나프타를 주로 투입하고 있으나 에탄이나 LPG에 비해 상대적으로 코스트 경쟁력이 떨어지며, 인건비와 전기요금을 중심으로 한 유틸리티 코스트가 높아 전체적으로 코스트를 끌어올리는 구조적 한계가 작용하고 있다는 점도 새로운 논점이 아니다.
20-30년 전부터 예견된 현상으로,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이 철저히 대비하지 않은 것이 경쟁력 약화의 핵심이다. 자동차를 중심으로 전자·반도체·배터리용 소재를 개발해 부가가치를 높여야 한다고 끊임없이 권고했으나 전혀 진척이 없었고 오늘날 구조조정을 당하는 처지로 내몰리고 있다.
한국은행도 최근 화학제품의 수출경쟁력을 진단하면서 코스트 경쟁력 저하와 기술개발 부진을 지적했다. 국내 화학산업이 배터리 소재를 중심으로 정밀화학제품과 산업용 소재 생산을 확대하고 있으나 석유화학제품의 코스트 경쟁력을 커버할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고, 중국·중동의 부상으로 경쟁력이 갈수록 약화될 위기에 처해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을 포함하지는 않았으나 미국도 중국·중동 못지않게 한국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한국은행은 중국의 부상을 우려했다. 한국이 코스트 경쟁력이 떨어지는 나프타를 탈피하지 못한 채 범용제품 중심으로 생산을 확대하면서 고도화를 진행하고 있으나 중국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중국은 석유화학 신증설을 확대함으로써 자급률을 넘어 수출산업으로 육성하고 있음은 물론 2020년대 초부터 전기자동차·배터리·태양광을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정책을 펼침으로써 수입 의존도를 낮추고 있다.
더군다나 미국과 중동 국가들이 코스트 경쟁력이 높은 신공법을 활용한 대규모 설비 투자를 확대함으로써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의 경쟁력 약화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사우디를 중심으로 자체 생산하는 원유를 정제하지 않고 화학제품으로 직접 전환하는 COTC 프로젝트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는 것을 단적인 예로 들었다.
중동이 COTC 공법 투자를 확대하면서 화학제품 수율을 대폭 끌어올리면 한국산 석유화학제품은 가격경쟁이 떨어져 수출경쟁력이 크게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에쓰오일이 울산에서 진행하고 있는 샤힌 프로젝트가 주목받는 이유이다.
반면, 석유제품은 전반적으로 경쟁력이 낮아지고 있으나 고도화 투자를 단행한 결과 2022년 이후 수출경쟁력이 살아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정유기업들이 2010년대 말 단순 정제마진 하락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설비 고도화를 통해 극복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2023년 이후 국제유가 약세에도 불구하고 미국·일본·오스트레일리아 수출을 확대할 수 있었고 당분간 수출경쟁력을 유지할 것으로 평가했다.
한국은행은 화학제품 중 정밀화학 생산 비중을 2018년 16.7%에서 2025년 24.7%로 높였음에도 불구하고 경쟁력을 끌어올리지 못한 것은 투자의 타이밍을 놓쳤고 중국이 한국보다 앞서 고부가가치·차별화에 나섰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정부가 석유화학산업을 되살리겠다면서 에틸렌 생산능력을 25-35% 감축하는 대책을 강행하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나 생산능력 감축에 앞서 고도화 투자를 어떠한 방법으로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