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적정 규모의 출자전환 없이는 반대 … 산업은행이 제동 걸어 SK글로벌 정상화 방안을 둘러싸고 약 2개월 동안 진행돼온 채권단과 SK그룹 간 협상이 결국 결렬됐다.법정관리신청서가 법원에 제출되기까지 몇 일 간의 시간이 있는 만큼 재협상 가능성을 완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채권단과 SK그룹 간 입장 차이가 워낙 커 기대는 어렵다는 것이 협상 실무자들의 의견이다. 특히, 채권단이 법정관리 신청을 하루나 이틀 정도 뒤로 미룬 것은 재협상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라 정부 측 압력 때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큰 기대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SK는 5월28일 오전 이사진 간담회를 개최하고 채권단이 요구한 국내 매출채권 1조원 출자전환에 대해 논의했으나 대부분의 이사들이 부정적인 견해를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SK는 채권단의 요구대로 출자전환을 하게 되면 손실도 손실이지만 이사들이 대주주와 시민단체, 노동조합 등으로부터 회사에 손실을 끼친 혐의로 고발당할 수 있기 때문에 응할 수 없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SK그룹은 SK의 출자전환 규모를 9000억원(국내 4500억원 및 해외 4500억원)으로 하는 대신 SK글로벌을 앞으로 5년 동안 구조조정을 통해 매출 18조5500억원, EBITDA 5400억원의 우량기업으로 만들겠다는 중기사업계획서를 채권단에 제출했다. 주주 등의 반발 때문에 채권단 측 요구를 도저히 수용하지 못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에 대해 채권단은 적절한 규모의 출자전환이 전제되지 않은 자구안은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다. 채권단은 해외매출채권은 SK글로벌 본사의 채무가 아닌 만큼 채무재조정의 대상이 아니며 출자전환도 불가능한 것이라고 일관되게 주장해왔다. 또 SK그룹이 내놓은 영업이익 확대방안은 확실한 보장장치가 없는 만큼 SK그룹 측 근거로 회사정상화 방안을 짜는 것은 모래성을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결국 채권단은 SK가 갖고 온 9000억원 출자전환 방안은 해외매출채권을 제외할 때 4500억원만 출자전환하는 내용이라고 평가했으며, 채권단이 최종 양보안으로 제시한 1조원에 턱없이 모자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채권단은 SK 측이 도저히 수용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4500억원 출자전환 방안을 갖고 온 것은 협조의사가 전혀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보고 협상결렬을 선언했다. 더욱이 채권단이 결의를 미룬 것은 재협상에 대한 미련 때문이라는 관측도 있지만 실제로는 정부 측 압력 때문이라는 것이 채권단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채권단은 SK 측 정상화방안을 전화로 통보받은 직후 채권단 운영위원회를 소집했다. 주채권은행인 하나은행은 즉시 청산형 법정관리에 들어가자는 주장이었고 대부분 운영위원들도 찬성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정부 입장을 대변하는 은행으로 여겨져 온 산업은행이 너무 급하게 처리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하며 제동을 걸었다. 여기에 정부 고위관계자의 직접적인 메시지도 채권은행장들에게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경제적으로 파장이 큰 문제인 만큼 시간을 좀 더 갖고 결정해달라는 요청이었다는 후문이다. 결국 채권단 운영위원회는 당초 계획을 접고 법정관리 신청결정을 다음 회의로 미루었으며, 다음 운영위원회도 언제 열릴지 정해지지 않았다. 채권단 관계자는 “결정을 연기한 이유가 채권단 내부 계산이 아닌 정부 측 압력 때문이었던 만큼 극적인 상황반전을 예측하는 것은 무리”라며 “정부에서 중재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할 수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Chemical Journal 2003/06/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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