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은 한국·중국 FTA(자유무역협정) 발효에 따른 수혜가 크지 않을 것으로 파악된다.
한·중 FTA가 발효되면 석유화학제품의 관세철폐 등으로 부진했던 석유화학산업이 활기를 되찾을 것으로 기대됐으나 양허대상 제외품목 설정 및 중국의 범용제품 자급률 향상 등으로 판로 확대가 여의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014년 석유화학제품 수출액 약 480억달러 가운데 45%에 상당하는 220억달러가 중국에 치중됐으며, 한·중 무역액은 2000년 35억달러에서 2014년 248억달러로 약 7배 증가했다.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은 중국의 경제발전에 따라 고품질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해 중국의 수출경쟁력 향상 및 산업고도화에 일조함으로써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유지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2015년 1-9월 중국수출은 저유가 등으로 수출액이 전년동기대비 21% 감소했으나 출하량 기준으로는 9.9% 증가했다. 다만, 대부분 품목의 출하량이 한자리대 전반으로 소폭 증가에 그쳤다.
중국에서 대규모 증설이 추진되고 있는 PTA(Purified Terephthalic Acid)는 50% 이상 격감했고 2014년 신규 플랜트가 가동을 개시해 수출 증가에 기여한 P-X(Para-Xylene), 벤젠(Benzene), EG(Ethylene Glycol), EVA(Ethylene Vinyl Acetate) 등을 제외하면 중국수출이 전체적으로 15% 이상 감소했다.
그러나 산업통상자원부는 2015년 6월 체결한 한·중 FTA가 12월20일 발효됨에 따라 PPS(Polyphenylene Sulfide), 이온교환수지 등 중국에서 성장이 기대되는 고부가가치제품 진출 기반이 마련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한·중 FTA는 2015년 12월20일 발효됐으며 수출품목 중 91%의 수입관세를 20년간 단계적으로 철폐할 예정이다.
P-X, EG, AN(Acrylonitrile), PTA, 페놀(Phenol), 아세톤, MEK(Methyl Ethyl Ketone) 등은 양허대상에서 제외됐으나 대부분이 즉시 또는 5-20년 이내에 철폐되며 정부가 기대하는 PPS도 10년 이내에 단계적으로 철폐될 예정이다.
정부는 고기능제품 수출을 적극 확대하기 위해 고기능성 PE(Polyethylene), SAP(Super-Absorbent Polymer), 슈퍼EP(Engineering Plastic) 생산기반 구축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아울러 SK케미칼과 Teijin이 합작으로 PPS 플랜트를 가동하고 있는 이니츠(Inits), SK종합화학과 사우디 Sabic이 합작한 메탈로센(Metallocene)계 LLDPE (Linear Low-Density PE)와 같은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중국이 CTO(Coal-to-Olefin) 및 MTO(Methanol-to-Olefin) 설비를 잇따라 건설하고 있고 미국은 셰일가스(Shale Gas) 기반의 에탄(Ethane) 크래커를 2017년부터 본격 가동해 코스트 경쟁력 하락을 타개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석탄, 셰일가스 대두로 나프타(Naphtha)를 기반으로 한 석유화학산업이 점차 경쟁력을 잃어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2014년에는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의 영업실적 악화가 두드러졌으나 양적성장에서 질적성장으로 전환하고 있는 과정이라고 판단해 자율적 구조재편을 촉구함과 동시에 고부가가치제품의 포트폴리오 강화를 위한 특별법 제정 등을 추진하고 있다.
경쟁력 저하 및 공급과잉에 빠진 석유화학산업의 구조조정이 원활히 추진되도록 세제 및 자금 지원 뿐만 아니라 상법, 공정거래법 등을 일괄적으로 개정할 방침이다.
삼성그룹은 최근 화학 계열사를 한화그룹 및 롯데케미칼에게 잇따라 매각했으며, 정부는 구조조정 촉진대책을 통해 PTA, AN 등 가동률이 떨어지고 있는 사업의 통합 및 이관, 설비폐쇄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석유화학기업들이 자율적으로 고부가가치제품 분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는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여수단지에서 추진하고 있는 C5유분 활용 프로젝트가 대표적인 사례로, 여천NCC와 롯데케미칼은 여수단지 NCC (Naphtha Cracking Center)에 설치하는 C5유분 분리 플랜트를 2016년 가동할 예정이다.
양사는 C4, C5를 활용한 고부가가치제품의 성장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하고 해외 성공사례를 벤치마킹하며 소재를 활용한 연구개발을 강화하고 있다.
정부도 여수단지의 다운스트림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인접한 광양만에 기능성 화학소재 클러스터 조성을 추진하고 있으며, 여수단지에서 원료 조달이 가능한 이점을 활용하고 포스코 제철소와의 연계를 촉진해 기능성 소재 관련기업의 유치 및 육성을 지원해나갈 방침이다.
여수단지는 산업부와 미래창조과학부가 공동 추진하는 산업단지 K-ICT 클라우드 서비스 상용화 사업의 모델로 부상하고 있다.
산업단지의 스마트화를 추진해 제조거점에 클라우드 서비스를 도입함으로써 경쟁력이 있는 혁신단지로의 전환을 도모하고 있다. <이하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