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에틸렌을 증설하겠다고 한다.
2019년까지 2870억원이라는 거액을 투입해 대산 소재 스팀 크래커의 에틸렌 생산능력을 104만톤에서 127만톤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기초소재 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상당히 의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LG화학이 스스로의 필요성에 따라 에틸렌 증설에 나서는지는 알 수 없지만 산업통상자원부가 석유화학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한 직후 나온 것이어서 독자적 결정이 아니라는 것이 일반적 시각이다. 정부 방침에 따라 구색을 맞추기 위한 발표일 뿐이라는 것이다.
에틸렌을 증설한다고 발표하면서도 다운스트림 신증설에 대해서는 아무런 내용이 없는 것이 잘 증명해주고 있다. 기초유분을 신증설할 때는 반드시 유도제품 프로젝트가 뒤따라야 하지만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 석유화학산업은 1980-1990년대에 유도제품 프로젝트가 많아 에틸렌 생산능력 확대 경쟁을 벌였지만 오늘날에는 에틸렌을 비롯해 대부분의 석유화학제품이 공급과잉 상태이고 다운스트림도 포화상태로 에틸렌 증설이 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다운스트림의 수출 경쟁력도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대한유화도 2017년 에틸렌 생산능력을 47만톤에서 80만톤으로, 프로필렌은 35만톤에서 50만톤으로 증설할 방침이나 LG화학과는 차원이 다른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다운스트림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기초유분인 에틸렌, 프로필렌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한유화 역시 에틸렌 증설에 나서는 것이 하나의 모험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50달러 수준에 머무르고 있지만 중동이 나프타 베이스 석유화학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 나프타가 경쟁력을 상실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고, 미국을 중심으로 에탄 베이스 에틸렌 프로젝트가 홍수를 이루고 있어 고정투자비 절감만으로는 경쟁력을 높이기 어려워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에탄 베이스 에틸렌은 나프타 베이스보다 코스트 경쟁력이 유리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국가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중동은 스팀 크래커의 원료코스트가 나프타의 15-20%, 미국은 30-40%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은 저유가에 나프타 가격이 하향 안정화된 반면 에틸렌은 고공행진을 지속해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지만 2017년부터 미국이 에탄 베이스 에틸렌을 활용해 PE 및 PVC 수출을 확대하면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한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특히,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은 에틸렌에 대한 수익 의존도가 매우 높은 편이다.
일본 화학기업들은 최근 땅을 치고 후회한다고 한다. 국제유가 폭락에 따라 경쟁력을 상실할 것으로 판단해 스팀 크래커의 조기 폐쇄 및 통폐합을 서둘렀으나 한국기업들의 배만 불려준 것으로 판명됐기 때문이다.
에틸렌이 초강세를 지속할 것으로는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일본이 스팀 크래커를 조기 폐쇄하지 않았다면 에틸렌이 초강세를 지속하지는 못했을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판단이다.
결론적으로 LG화학이나 대한유화가 제조코스트 절감으로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면 다행이나 반대의 현상이 나타난다면 큰 일이 아닐 수 없다. 결코 경쟁력이 떨어지는데 그치지 않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LG화학은 다운스트림 확장 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히든가, 아니면 에틸렌 증설을 포기하든가 선택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