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9대 국가전략 프로젝트를 선정해 화학산업 고부가화를 국책과제로 추진할 방침이나 실효성이 의문시되고 있다.
9대 국가전략 프로젝트는 과학기술 R&D(연구개발) 컨트롤타워를 표방한 과학기술전략회의에서 선정한 R&D 사업으로 자율주행 자동차, 경량소재, 인공지능(AI), 스마트시티, 가상증강현실, 정밀의료, 바이오신약, 탄소자원화, 미세먼지 절감 기술 등이다.
화학산업은 경량소재, 탄소자원화에 집중하고 있으나 경량소재는 원천기술을 확보하지 못했고 기술이전도 어려워 2010년부터 R&D 성과가 제자리걸음을 지속하고 있다.
여기에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정권의 핵심사업이었던 「창조경제 정책」들이 좌초 위기를 맞고 있을 뿐만 아니라 창조경제에 대한 개념도 정립되지 않았고 「박근혜 정책」이라는 부정적 인식 때문에 미래창조과학부가 다음 정권에서 해체될 가능성이 높아 관련과제도 추진이 어렵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주도해 국가 R&D 컨트롤타워로 조직한 과학기술전략회의는 운영동력이 떨어지고 있으며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12월9일 가결됨에 따라 9대 국가전략 프로젝트가 예정대로 추진되기 어려울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인공지능·정밀의료·경량소재 “집중”
국가전략 프로젝트로 추진한 9개 과제 가운데 인공지능, 정밀의료 등 6개 과제는 2017년부터 추진하며 자율주행 자동차와 스마트시티 R&D 과제는 예비 타당성조사를 통과하지 못해 다시 기획과정을 거쳐 재추진할 예정이다.
2016년 12월5일 기획재정부와 미래창조과학부는 9대 국가전략프로젝트 R&D 2017년 지원예산을 300억원에서 155억원 증액해 총 455억원으로 확정했다.
미세먼지 절감 기술은 기획재정부가 2017년 예산안으로 100억원을 요청했으나 사안이 시급한다고 판단해 20억원 증액한 120억원으로 확정해 9대 프로젝트 중 가장 많은 예산이 투입된다.
수행기관은 과학기술로 효과적인 미세먼지 절감 정책을 수립하고 측정기술을 고도화해 정확도가 높은 장·단기 예보 시스템을 구축할 방침이다.
탄소자원화는 95억원, 가상증강현실은 10억원 감액돼 65억원을 편성했으며 바이오신약은 사업 기획기간을 2017년으로 연장해 5억원을 지원받는다.
총 사업비가 1조5000억원인 인공지능, 경량소재, 정밀의료, 스마트시티, 자율주행 자동차는 2016년 8월부터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의 예비 타당성조사를 실시한 결과 인공지능 1704억원, 정밀의료 746억원, 경량소재 510억원을 지원하는 방안으로 통과됐다.
스마트시티, 자율주행 자동차는 중복과제가 많아 재기획 검토 판정을 받고 기획비 5억원만 배정받았으나 인공지능은 2017년 85억원, 정밀의료 35억원, 경량소재 25억원을 지원받았다.
미래부 관계자는 “국가전략 프로젝트는 정부가 경제사회 이슈를 논의해 확정한 핵심역량 사업”이라면서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필요한 예산”이라고 밝혔다.
9대 국가전략 프로젝트는 과학기술전략회의지원단이 총괄하며 미래부 지능정보산업육성팀이 인공지능, 미래부 디지털컨텐츠과가 가상현실, 국토부 미래전략팀담당관실과 도시경제과가 스마트도시, 복지부 보건의료기술개발과가 정밀의료, 산업부 산업기술개발과와 자동차항공과가 자율주행 자동차, 산업부 철강화학과가 경량소재, 미래부 원천기술과가 미세먼지 절감 기술, 미래부 원천기술과가 탄소자원화, 미래부 생명기술과가 바이오신약을 전담할 예정이다.
티타늄, 원천기술 확보 “불가능”
정부는 철강산업이 수익성에 악화에 시달리면서 고부가화 사업으로 체질 개선하기 위해 티타늄(Titanium) 양산기술, 저원가 탄소소재 확보 등 경량소재 개발을 추진할 방침이다.
정부는 티타늄, 알루미늄(Aluminium), 마그네슘(Magnesium) 등 경량소재는 세계 시장규모가 2016년 150조원에서 2025년 600조원 수준 성장하며 탄소섬유, 인조흑연 등 융복합 탄소소재는 2015년 123조원에서 2025년 725원 수준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티타늄은 90% 이상 수입하고 있으며 선도국 보호기술을 자체개발, 이전가능 기술을 국제협력으로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2023년 5000톤 공장을 상업화할 계획이다.
4세대 알루미늄, 경량화 마그네슘은 합금기술을 중심으로 2023년까지 양산화 기술을 확보해 자동차 경량화 소재에 투입할 방침이다.
티타늄은 고강도, 내식성, 인체친화성 등이 우수해 조선, 플랜트, 자동차, 안료 등 주력산업 뿐만 아니라 방산, 항공, 의료 등 첨단산업에서 필수소재로 주목되고 있다.
산업부는 2014년부터 티타늄 소재 개발에 집중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창출하지 못해 정부 지원으로 원천기술을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방산, 항공, 의료 등 고부가화 타이타늄 소재는 미국, 일본, 유럽 등이 핵심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국산화가 요구되고 있으나 원천기술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 소재는 랜딩기어, 배기계통, 날개구조물, 엔진부품 등에 채용되고 있으며 방산 소재는 탱크, 장갑차, 잠수함, 소총 등 다양한 분야에 사용되고 있다.
국내시장은 차별화된 산업화된 전략이 요구되고 있으나 중국과 일본이 핵심국가로 부상했고 원천기술이 부족해 기존 기술을 모방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글로벌 생산기업들은 민항기, 군용기, 잠수함 등에 공급하고 있고 촉매, 열교환기, 담수화설비 등에서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으며 인공관절, 임플란트 등 의료 소재에도 투입되고 있으나 국내시장은 원천기술이 부족해 수입제품에 의존하고 있다.
중국은 티타늄을 매년 8만톤 이상을 채굴하는 등 원료 확보를 통해 1차 가공기술을 확보함에 따라 국내기술에 비해 앞서나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중국은 1950년대부터 타이타늄 연구에 돌입했으며 60-70년대부터 방산 및 우주산업에서 수요가 발생하면서 연구를 확대해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티타늄 및 합금은 미래산업을 위한 기간소재로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국가적으로 관리하고 있어 생산 및 수출이 제한됨에 따라 기술 이전이 어려운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티타늄은 우주항공, 국방, 의료, 에너지 등의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대부분 극한환경용으로 사용돼 시장 진입이 어렵기 때문에 기슬개발 및 상용화 노력 뿐만 아니라, 인증 및 표준화 등 관련 인프라에 대한 지원 강화가 병행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은 생산규모면에서, 일본은 고품질의 티타늄 스폰지와 중간소재에서 한국을 압도하고 있는 반면, 국내기업들은 고가의 중간소재를 수입해 단순 2차 가공에만 집중하고, 기술부족으로 발생하는 스크랩 등을 재활용하지 못해 낮은 가격으로 재수출함에 따라 수익성 개선이 어려운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국내 티타늄 산업은 절삭가공 등 2차 가공 위주로 부가가치가 낮아 바, 정련, 잉곳 제조, 성형가공 등 고부가가치가 높은 영역에서 국내 실정과 가장 부합되는 영역을 발굴해 R&D 투자를 확대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탄소소재, 국산화 실패 “밑빠진 독”
탄소소재는 탄소섬유 및 인조흑연의 제조코스트를 절감하고 응용제품 개발을 확대해 자동차 등 산업부품에 투입할 예정이다.
특히, 산업부가 「탄소산업 클러스터 조성사업」을 별도로 운영해 추진할 방침이다.
탄소소재는 공정단축이 가능한 자동차 부품용 탄소섬유 중간소재과 고속방사 개발을 통해 제조코스트를 절감하며 다품종을 동시 성형할 수 있는 일체형 가공기술을 확보하고 재활용 기술을 개발할 예정이다.
하지만, 탄소소재 사업은 포스코켐텍이 국산화를 추진했으나 사실상 실패사업으로 평가되고 있어 정부 지원이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탄소소재 사업은 콜타르(Coal Tar) 고부가화로 철강 및 태양광에 투입돼 수익 창출이 기대됐으나 시황 악화가 계속되면서 포스코켐텍이 신규진입을 고심하고 있다.
등방코크스는 일본 Tokai Carbon과 60대40 합작으로 2014년 12월31일까지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었으나 2016년 3월31일까지 연기한 끝에 합작투자에서 철수했다.
침상코크스는 일본 Mitsubishi Chemical과 합작해 2014년 가동할 예정이었으나 2015년에도 신규가동에 실패해 상업화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포스크켐텍은 침상코크스가 전극봉 원료로 사용돼 수입제품을 대체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원료의 80%가 정유공정의 부산물인 석유계 피치를 사용하고 있어 품질을 따라가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크스 사업은 수익 창출이 어렵다고 판단하고 등방코크스에 이어 침상코크스도 투자를 철회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효성·태광, 일본산 따라잡지 못하고…
탄소섬유는 효성, 태광산업이 국산화에 성공했으나 글로벌 탄소섬유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일본기업들이 탄소섬유 신증설에 박차를 가하면서 독과점을 강화하고 있어 국내기업들의 수요 확보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Toray, Teijin, Mitsubishi Rayon 등 3사는 글로벌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한 가운데 수요가 급성장하고 있는 북미를 중심으로 신증설을 진행하고 있다.
북미는 항공기, 자동차산업이 집약돼 있어 탄소섬유 생산기업들이 수요를 확보할 수 있는 중요한 지역으로 인식되며 투자 경쟁도 치열한 상태이다.
Toray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소재 탄소섬유 2000톤 생산설비에 2020년 5500억원을 투자해 6000톤으로 확대할 계획이며 자회사 Zoltek의 멕시코 공장도 생산능력을 2500톤에서 5000톤으로 2배 확대할 방침이다.
Teijin도 사우스캐롤라이나에 1650억원을 투자해 2000-2500톤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으며, Mitubishi Rayon은 미국 캘리포니아 소재 2000톤 공장을 4000톤으로 2배 확대할 계획이다.
탄소섬유는 항공기, 자동차, 풍력 날개 등의 수요가 신장해 2020년 2.5배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효성과 태광산업은 뚜렷한 수요를 확보하지 못한 가운데 자동차용으로 투입을 시도하고 있다.
효성 관계자는 “스판덱스는 10년 이상 적자생산을 지속했으나 영업력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세계 1위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할 수 있었다”며 “탄소섬유는 여전히 미래 소재로 구분되고 있어 장기적인 계획으로 투자를 지속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막연하게 탄소섬유에 대한 투자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대부분 세계 수요를 일본기업이 선점하고 있고 고급 기술력을 요구해 시장진입이 어려움에 따라 국가가 직접 지원할 필요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미래부, 탄소자원화만 구체화하고…
미래부는 온실가스 감축과 동시에 고부가가치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혁신적 탄소자원화 기술의 조기 확산을 위해 미래부, 산업부, 환경부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탄소자원화 국가전략프로젝트 실증 로드맵」을 2016년 9대 국가전략프로젝트 중 유일하게 12월12일 수립·발표했다.
탄소자원화 기술은 산업단지나 발전소 등에서 발생되는 부생·온실가스로부터 일산화탄소(CO), 메탄(CH4), 이산화탄소(CO2) 등 탄소원을 메탄올, 경유 등 화학제품으로 자원화하는 기술이며 전환 기술과 광물화 기술로 구분하고 있다.
정부는 2017년 초 범부처 단일사업단을 발족하고 2020년까지 6년간 국비 340억원 포함 총 475억원을 투자해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추진사업단은 탄소자원화 기술수준과 시장환경 분석을 통해 우선 실증이 가능한 핵심 요소기술을 도출해 패키지화한 후 실증규모별 추진 내용과 성능기준 및 추진전략을 마련할 방침이다.
아울러 「탄소자원화 전략 플랫폼」을 구축하고 실증 사업을 통해 수집한 온실가스 정보를 데이터화해 감축량 산정 기술 개발을 추진함으로써 실증 성과를 확산시키는 계획도 추진한다.
정부는 산업단지에서 발생하는 부생가스의 탄소를 분리·활용해 유용한 화학원료·연료를 생산하는 기술을 광양-여수 산업단지와 연계해 추진할 계획이다.
미래부는 11월3일 전라남도·광양시·여수시 등 4개 지자체 및 포스코·LG화학 등 20여개 기업과 탄소전환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CO 선택적 분리·정제 및 화학촉매 전환을 통해 메탄올(Methanol), 올레핀(Olefin), 경유 등을 생산하는 기술을 단계별로 개발할 방침이다.
2022년까지 CO 분리·정제 9000톤, 석유·화학제품 3000톤 생산설비를 가동한 후 대기업 주도로 CO 분리·정제 300만톤, 석유·화학제품 100만톤 생산설비를 구축하는 장기화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다.
특히, 부생가스 활용이 용이한 광양-여수 산업단지와 연계, 관련 지자체 및 생산기업과 협력해 실증 플랜트를 구축·운영할 계획이다.
발전소에서 배출되는 저농도 이산화탄소도 직접 활용해 복합 탄산염으로 광물화해 폐광산 채움재를 생산하는 기술도 개발할 방침이다.
2022년까지 폐광산 채움재 3만톤 생산설비를 건설하고 관련기업이 30만톤을 상업화할 수 있도록 기술 이전으로 지원한다.
발전소 및 시멘트·광산 생산기업이 다수 위치한 강원-충청지역에서 부지 연계를 통해 패키지 기술 실증 플랜트를 구축·운영할 계획이다.
탄소자원화 국가전략프로젝트 추진 과정에서 수집된 실증정보를 바탕으로,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우수한 최적 가용기술(Best Available Technology)을 도출하고 온실가스 감축효과 산정기술 개발도 지원할 계획이다. <허웅 기자: hw@chemloc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