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기업들은 봄철에 접어들면 정기보수를 실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모두가 그러한 것은 아니나 스팀 크래커나 SM은 특히 그러하다.
봄부터 겨울까지 풀가동한데 따른 설비 및 부품의 노후화·고장을 수리하고 생산성을 제고하기 위한 목적이 일반적이지만 최근 들어서는 정기보수를 집중시킴으로써 수급타이트를 유발해 현물가격을 끌어올리기 위한 수단으로 정기보수를 활용하는 측면이 강하게 대두되고 있다.
석유화학 생산대국이면서도 운영 면에서는 후진국에 속하는 한국, 타이완, 중국이 후자에 가깝고 유럽이나 미국, 일본은 고장을 예방하고 안전사고를 방지한다는 목적으로 정기보수를 실시하는 편이다.
일본 석유화학기업들도 정기보수를 활용해 수익을 올리는 작업을 추진해왔으나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긍정적인 측면보다는 부정적인 면이 강하다고 판단해 현물가격 인상 목적으로는 잘 활용하지 않는 편이다. 그러나 일본계 무역상들은 아시아 석유화학제품 무역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측면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아시아 석유화학기업들과의 공조에 공을 들이고 있는 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정기보수를 활용한 현물가격 인상작업이 힘을 잃어가고 있다. 중국이 자급률을 크게 끌어올려 수입물량을 줄이고 있음은 물론 수요기업들이 정기보수 집중에 대비해 가동률을 조절하거나 역외물량 구입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상업공급 메이저들과 무역상들이 현실과는 거리가 있는 수급타이트를 조장해 현물가격을 인상하는 불법행위를 역겨워하고 있으며 가격조작 농간에 더 이상 당할 수 없다는 불만이 팽배해 있다.
2014년 하반기부터 2016년 하반기까지 스팀 크래커와 다운스트림을 동시에 가동하고 있는 석유화학기업들은 막대한 수익을 올린 반면, PE나 PP 플랜트를 단독 가동하고 있거나 순수하게 다운스트림에 집중하고 있는 중견기업들은 수익성이 그리 좋지 않았다는 점이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예전에는 PE와 에틸렌, PP와 프로필렌의 스프레드로 수익성을 분석했다면 최근에는 PE 또는 PP와 기초원료인 나프타의 스프레드로 수익성을 분석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이 1990년 이전에는 기초유분과 합성수지 생산을 겸하지 않았으나 석유화학 투자 자유화 정책을 기화로 신증설 경쟁에 나서면서 업에서 다운까지 두루 아우르는 생산체제를 구축함으로써 다른 아시아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고 있다.
즉, LG화학이나 롯데케미칼은 업스트림 생산과 다운스트림 수요를 일치시키는 방법으로 잉여물량을 최소화시킴으로써 에틸렌 시세를 극단적으로 조절하고 에틸렌 강세를 빌미로 PE 가격까지 강세로 유도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한화케미칼과 대림산업도 여천NCC를 거느리고 있다는 점에서 비슷한 측면이 강하다.
하지만, 중국이 자급률을 끌어올리고 중동이 다운스트림 생산을 확대하고 있으며 미국이 셰일가스 베이스 에틸렌 증설을 통해 PE 수출에 적극 나섬으로써 업-다운 통합전략도 한계점에 도달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동남아와 인디아도 투자를 확대하면서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2월 중순까지 에틸렌이 초강세로 전환되고 SM에 이어 PS와 ABS가 급등과 폭등을 반복했으며 PE도 예상보다 강했으나 2월 말부터 에틸렌의 상승세가 제한되고 SM에 이어 PS가 폭락세로 전환된 것이 잘 증명해주고 있다.
LG화학, 롯데케미칼에 이어 대한유화, 한화토탈이 스팀 크래커를 증설하는 전략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음을 되새겨보아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