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프린터는 당초 라피드 프로토 타입으로 불리는 고가의 테스트용 수지성형 장치에 불과했으나 최근에는 일반인들도 구입할만한 가격대를 형성하며 가정에까지 급속도로 보급되고 있다.
3D프린터 메이저 Stratasys가 열가소성 수지를 용해시켜 적층하는 열용해 적층공법 특허를 보유하고 있었으나 2009년 만료됨에 따라 저가의 3D프린터 판매가 가능해져 폭발적인 성장을 이끌고 있다.
3D Robotics의 CEO(최고경영자) 크리스 앤더슨(Chris Anderson)은 2012년 발매된 저서 「Makers」에서 3D프린터를 사용함으로써 “대기업의 도움 없이 이노베이션을 실시할 수 있는 새로운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크리스앤더슨 CEO는 “단순한 이노베이션의 시대가 아니라 인터넷을 사용해 낮은 코스트로 다양한 전문가의 의견을 수집하는 오픈 이노베이션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며 “3D프린터를 활용하면 실제 제조 및 판매 과정도 대기업에게 의존하지 않고 개인이 주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개인이 연구개발(R&D)부터 제조·판매에 이르기까지 일괄적으로 이노베이션을 실행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열풍은 불었으나 상용화는 아직…
2013년부터 열용융 적층공법 3D프린터의 저가격화가 이행되면서 3D CAD 데이터만 가지고 있으면 자유롭게 3D프린터를 사용할 수 있게 됐으며 누구든지 아이디어를 곧바로 사업화할 수 있는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열용융 적층공법 3D프린터는 열가소성 수지로 제조한 필라멘트를 고온에서 용융시킨 후 직경 0.2mm 정도의 노즐에 삽입함으로써 용융수지를 압출하는 흐름으로 진행된다. 압출된 얇은 수지가 형태를 만들면 3D CAD 데이터를 부여하고 슬라이서 소프트로 여러 층을 슬라이스해 층별로 노즐의 경로를 계산하고 제어하는 것이다.
열용융 적층법 외에 최근에는 광경화 수지에 레이저를 비추어 3D프린팅을 하는 방식도 등장하고 있다.
해당공법은 원리적으로 압출 외의 방법도 사용이 가능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금속 3D프린터는 분말을 레이저로 소결하는 방식과 아크 방전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구분되며, 2가지 방식 모두 열가소성 수지를 고온에서 융해시키는 방식에 비해 고가이기 때문에 저렴한 3D프린터는 열용융 적층법을 사용하고 있다.
2014년 레이저 소결 3D프린터의 특허가 만료되면서 저렴한 금속 3D프린터의 등장이 기대되고 있으며 2017년 판매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2013년부터 3D프린터 사업이 활성화되면서 각종 관련서적과 판매점 등이 우후죽순 등장했으나 2015년부터 열광적인 붐이 진정되며 당초 예상되던 산업혁명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일부 마니아 현상으로만 남아 있다.
그러나 3D프린터의 출하대수는 2019년까지 매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015년에는 세계적으로 총 24만5000대의 3D프린터가 출하됐으며 주로 교육기관을 중심으로 저렴한 열용융 적층방식 프린터가 공급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일본은 차고가 따로 없어 3D프린터를 둘 공간이 부족한 집이 많으며 소비자를 만족시킬만한 충분한 품질로 성형이 가능한 프린터가 거의 없어 보급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고가의 3D프린터를 사용하면 표면을 깔끔하게 마감할 수 있지만 아직까지 변형, 강도 등에서 충분한 품질을 얻지 못하고 있고 상용제품 생산이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그러나 관련기업들은 컴퓨터도 업무·개인용으로 널리 사용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듯이 3D프린터도 보급이 서서히 확대된 후 급속도로 기술이 진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복합소재를 3D프린팅 원료로 사용
일반수지는 강성, 강도가 약하지만 특성을 강화하기 위해 금속 3D프린터로 대체하기에는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점이 문제로 제기돼왔다.
관련 시장에서는 해당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4년부터 다양한 실험이 실시되고 있다.
가장 먼저 CNT(Carbon Nano Tube)를 열가소성 수지에 함유시켜 수지 필라멘트를 제조하는 방식이 개발됐다.
CNT가 고가이기 때문에 최종가격도 높아지지만 열용융 적층공법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강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다만, CNT는 결정구조가 완전해 다른 수지와의 결합이 용이하지 않기 때문에 강도를 높이지 못하는 단점이 지적되고 있다.
짧은 탄소섬유를 필라멘트에 혼합해 강한 강성과 강도를 부여하는 방법도 연구되고 있다.
해당 필라멘트는 이미 시판되고 있으며 열가소성 플래스틱으로만 제조한 필라멘트에 비해 강성과 강도가 향상됐지만 가격 대비 성능 향상 수준이 낮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MarkForged는 2014년 가을 단섬유로는 해결할 수 없었던 강성 및 강도 부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속 장섬유 복합소재를 프린트할 수 있는 3D프린터 「Mark One」을 출시했다.
Mark One은 아직 충분한 성능을 갖추지 못했지만 안전한 장섬유인 유리섬유와 탄소섬유로 성형이 가능한 세계 최초의 3D프린터로 알루미늄 합금 수준의 강성과 강도를 부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3년 벤처 캐피탈로부터 10억원 가량을 지원받아 7명으로 구성된 연구진이 상업화에 성공했다.
후속제품인 Mark Two도 예약 접수를 시작했으나 사이즈가 일반적인 3D프린터 정도에 불과해 상용제품 수준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한 것으로 지적된다.
수지는 PA(Polyamide)만을 사용하고 있으나 특수 PA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Arevo Labs은 3D CAD 데이터를 바탕으로 복합소재의 섬유방향을 최적화해 3D 프린팅 성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유리, 탄소섬유 외에 PEEK(Polyether Ether Ketone), PAEK(Polyaryl Ether Ketone) 2종을 사용한다.
항공기 부품도 성형할 수 있으나 구체적으로 어떠한 최종제품을 제조하고 있는지 밝히지 않고 있다.
2015년에는 섬유 최적화를 포함한 성형 서비스를 시작했다.
인터넷에 공개된 인장 강도는 100MPa 정도로 낮기 때문에 섬유의 체적함유율이 낮거나 단섬유일지도 모른다는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대학 실험실 레벨을 중심으로 장섬유를 투입한 복합소재를 성형하는 연구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 비교하면 투자액에 엄청난 차이가 있어 일본의 기술 개발은 많이 뒤처진 것으로 파악된다.
최첨단 프린터인 Mark One조차 상용제품을 제조하지 못하고 있으며 기술 개선에 앞으로 수년은 더 걸릴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특정제품에 한정시키면 2016년 안에라도 장섬유로 강화된 3D프린터로 성형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으며 일반적으로는 3D CAD 데이터가 있다면 누구든지 편리하게 상품화하는데 최소 15년은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3D프린팅으로 코스트 절감 극대화
그동안 개발된 3D프린팅 기술로는 기존 복합소재를 제조하기에 한참 모자란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3D프린터 복합소재는 금속과 비슷한 강성과 강도를 보유하고 있고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3D프린터와 동일한 가격으로 제조장치를 구입해 특별한 환경을 마련할 필요 없이 바로 성형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섬유강화 복합소재는 섬유방향에 따라 금속 이상의 강도를 보유할 수 있다.
섬유에 직교하는 방향으로 두면 플래스틱과 동일한 강도를 가지며 섬유방향을 적절하게 배치함으로써 특성에 변화를 줄 수 있다는 점, 즉 이방성이 강점으로 주목된다.
아울러 기계가공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그동안 기계가공으로는 성형이 불가능했던 형태를 제조할 수 있게 되며 금속제품과 동일한 성능을 부여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복합소재 3D프린터로는 금속과 동일한 수준의 강성 및 강도를 보유한 소재를 저가격 성형공법으로 인쇄할 수 있다.
실제제품과는 차이가 있지만 데이터만으로 손쉽게 만들 수 있으며 3D CAD 데이터 뿐만 아니라 인터넷을 통해 섬유방향 정보 등을 공유 및 입력한다면 필요한 장소에서 바로 성형하는 것도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예를 들어 이동 중 고장이 발생했을 때 자동차부품 및 항공기부품을 바로 성형해 긴급 수리하는 것도 가능하다.
여행지에서 자전거를 만들어 사이클링도 할 수 있으며 군대가 해외에 파견을 나갔을 때 고장난 부품이 있다면 현지에서 직접 수리할 수 있게 된다. 또 각종 생산현장에서의 활용도 기대되고 있다.
실용화가 가능할 정도로 신뢰도가 축적된다면 현재의 경제시스템을 바꾸어놓을 정도로 임팩트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복합소재 3D프린터가 상용화되면 기계가공 마감, 기계가공 등의 과정이 사라지게 되며 일체성형을 하기 때문에 용접, 볼트 등도 필요하지 않게 돼 물류 코스트를 생각할 필요도 없어진다.
섬유방향에 따라 강성과 강도가 크게 달라지는 것도 섬유강화 복합소재의 특징이다.
이방성을 잘 활용한다면 기존의 플래스틱과 금속소재로는 실현이 불가능했던 디자인의 가공제품을 만들 수 있다.
3D프린팅 복합소재는 기계가공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그동안 금속으로는 가공 코스트가 높을 뿐만 아니라 매우 복잡해 기계로는 가공할 수 없던 형태도 다품종 소량생산할 수 있게 된다.
설계·섬유방향과 성형 프로세스를 최적화함으로써 장소에 제약을 받지 않고 3D프린팅 성형 작업을 실시할 수 있게 돼 공장 보유 및 유지 코스트를 필요로 하지 않게 된다.
섬유방향과 성형 프로세스의 최적화도 인터넷을 통해 자동화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됨에 따라 장기적으로는 신제품을 개발할 때의 이노베이션만이 중요한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으로 파악된다.
복합소재 3D프린팅이 가져올 미래사회
복합소재 3D프린터는 제조업의 미래를 바꾸어놓을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성형 시뮬레이션까지 포함한 성형 최적화 공법이 확립된다면 다른 소재 대신 3D프린터로 제조한 금속 수준의 강도와 강성을 보유한 복합소재를 채용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복합소재 설계공법을 익힌 기술자가 거의 없다는 것이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3D프린터로 제조한 복합소재는 일반적인 산업소재에 비해 기계적인 성질이 20배 정도에 달하고 전기적 성질은 1만배 이상의 이방성을 보유하고 있다.
또 성형 방법 및 순서에 따라 최종제품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철저하게 설계해두기만 하면 되던 기존의 방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과제가 산적해 있으며 설계과정에 얼마만큼의 섬유를 어느 방향으로 어떻게 성형할지 명확하게 정해두어야 원하는 소재를 얻을 수 있다.
앞으로 특정국가가 성형 프로세스 최적화를 인터넷에 가장 먼저 공개한다면 해당국가로 세계의 실험 데이터가 집결돼 세계 복합소재 3D프린터의 설계를 지배하는 중요거점 지위를 선점하게 될 것이다.
만약 성형 프로세스 최적화 데이터센터에 3D프린터로 제조할 때마다 요금을 받도록 시스템을 구축해둔다면 데이터센터를 보유한 국가가 시장을 장악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최초로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면 자동적으로 인터넷을 통해 세계의 데이터를 모을 수 있고 설계공정 및 제조공정을 최적화함으로써 수익성 확대를 도모할 수 있다.
데이터 뿐만 아니라 복합소재 3D프린팅의 경험적 지식까지 수집하게 된다면 전체 시장흐름을 지배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미국에서는 이미 3D CAD 데이터를 업로드하고 최적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있으며 일본에서도 3D프린팅 복합소재용 필라멘트를 성형해 판매하는 생산기업이 등장했다.
미국은 막대한 연구비를 들여 복합소재 3D프린터와 관련된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3D프린터의 헤드를 여러 종류 부착해 서로 다른 소재를 성형함으로써 센서를 플래스틱 구조 내부에 제조하는 방법, 진동을 제어하는 메타소재를 제작하는 방법 등을 연구하고 있다.
센서와 액추에이터를 복합소재 3D프린터로 동시에 성형하는 것도 가능해질 것으로 파악된다.
유럽도 대기업이 중심이 돼 복합소재 3D프린터에 관심을 가지고 기초 연구부터 추진하고 있다.
일본은 복합소재학회가 「복합소재성형을 위한 3D 프린팅 연구회」를 통해 정보를 교환하고 있고 탄소섬유 시장점유율이 1위 수준이지만 복합소재 개발 분야에서는 선진국 가운데 가장 뒤처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강윤화 기자: kyh@chemloc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