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인트는 건설, 철강, 선박, 자동차 등 폭넓은 분야에서 마감 소재로 활용되고 있다.
화학경제연구원(CMRI)이 2017년 5월 발행한 페인트 시장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페인트 시장은 정부의 건설투자 확대에도 불구하고 내수 침체와 조선산업 불황, 자동차 생산량 감소 등의 영향으로 수요가 급감한 것으로 파악된다.
페인트 수요는 비중이 큰 선박용 수요가 크게 줄어듦에 따라 2016년 67만7420kl로 전년대비 18.8% 감소했다.
선박용 페인트는 선박 발주량과 보수 주기에 영향을 받으며 2016년 세계 선박 발주량이 480척, 1115만CGT로 2015년 1665척, 3962만CGT에 비해 4분의 1 수준으로 격감하고 글로벌 경기침체로 선주들이 보수시기를 미루어 수요가 감소한 것으로 판단된다.
공업용 페인트로 분류되는 플래스틱용 수요가 급격히 줄어든 것 역시 시장 축소에 영향을 미쳤다.
플래스틱용 페인트 시장은 가전제품, 모바일제품 등 전방산업 경기에 큰 영향을 받고 있다.
국내 플래스틱용 페인트 생산량과 수요는 최근 가전제품 생산기업들이 가격경쟁력 확보를 위해 생산기지를 해외로 이전하는 추세이고 모바일제품은 표면을 메탈로 처리하거나 도장하지 않는 방식으로 공정을 변경함에 따라 수요가 감소하고 있다.
메이저, 건축용이 수익성 “견인”
KCC, 삼화페인트, 노루페인트 등 국내 페인트 메이저 3사는 건설경기 호황으로 수익 악화를 만회한 것으로 파악된다.
건축용 페인트는 국내 페인트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7% 가량으로 KCC, 삼화페인트, 노루페인트, 강남제비스코가 70% 이상을 장악하고 있으며 2016년 총 생산량이 25만6440kl에 달했다.
정부의 임대주택 사업과 아파트 분양이 증가하면서 건축용 페인트 및 실내 인테리어를 아우르는 건설경기가 활황을 나타냈을 뿐만 아니라 셀프 인테리어나 유해 화학물질에 대한 사회적인 이슈가 대두되며 친환경 페인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호조를 이룬 것으로 판단된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친환경 페인트 선두기업인 벤자민무어(Benjaminmoore)가 적극적인 마케팅을 통해 고급 페인트 수입제품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고급 페인트 수입제품이 4자 구도를 이루고 있는 건축용 페인트 시장에서 경쟁 심화를 불러일으킴과 동시에 중소기업의 입지를 더욱 축소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또 새로운 성장요인이 없어 전망이 불투명하며 건설경기가 불황으로 전환되면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불가피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건축용 페인트에 대한 매출 의존도를 낮추고 다각화를 통해 시장의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전략이 요구된다.
정석케미칼, 고휘도 페인트 개발 “승부”
국내 도로표지용 페인트 시장은 대화페인트와 정석케미칼이 전체의 90%를 장악하던 기존 구조에서 2016년 다수의 중소기업들이 진출함에 따라 구도가 변화한 것으로 파악된다.
2016년 기준 대화페인트, 정석케미칼 외에 부광페인트공업, 이화정공, 대동안전 등 군소기업 10곳이 도로표지용 페인트를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로표지용 페인트는 크게 노면표시와 미끄럼방지 용도로 구분된다.
수요비중은 노면표시용이 절대적이지만 사회 전반적으로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미끄럼방지용의 비중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도로표지용 페인트는 국가기관 주요 수요처이기 때문에 정부 예산에 따라 생산과 수요가 결정되는 특징이 있다. 또 보수 수요 의존도가 높고 장기적인 경기침체와 내수 격감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고기능성제품으로 전환시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할 것으로 파악된다.
정석케미칼은 야간 시인성 확보에 뛰어난 고휘도 페인트를 개발함으로써 수요 부진을 타개하고 있다.
2016년 8월 도로 차선 도색 시 행정자치부령으로 정한 기준에 맞게 설치·관리를 의무화하는 「도로교통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발의됨에 따라 야간이나 우천 시 발생하는 교통사고 감소를 위한 성능 강화가 요구되고 있어 차선 시인성을 개선한 고휘도 페인트의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선박용, 2020년 이후 수요 회복 “깜깜”
선박용 페인트 수요는 2016년 8만2140kl로 62% 감소하며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선박 수주 감소와 경기침체로 선주들이 보수 시기를 미룬영향이 큰 것으로 파악되며 2020년 이후 점진적으로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수요는 국제해양기구(IMO: International Maritime Organization)가 2016년 선박 황산화물(SOx) 배출 규제를 승인하며 2020년 1월부터 세계 모든 선박의 연료를 벙커C유에서 MGO(Marine Gas Oil) 혹은 LNG(액화천연가스)로 교체해야 한다고 발표함에 따라 회복이 기대되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2017년 3월 러시아 국영선사로부터 친환경 유조선 4척을 수주하는 등 대규모 선박 교체 수요를 유발해 전방산업인 조선경기와 선박용 페인트 생산기업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국내 선박용 페인트 시장은 KCC, 조광요턴, IPK, PPG, 츄고쿠삼화 등 메이저들이 시장을 과점하고 있다.
메이저 중심의 구조는 국제규격에 맞는 인증 취득이 까다로운 것이 원인으로 지적되며 치열한 경쟁 속에서 선박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 사업을 철회하는 곳이 나타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또 중국이 실시하고 있는 조선 구조조정도 국내 선박용 페인트 수요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된다.
단기적으로는 기존 중국기업들이 수주하던 사업을 획득해 수요가 증가할 수 있으나 중장기적으로는 구조조정이 성공해 중국 조선업의 성장동력으로 작용하면 산업 패권이 중국에 넘어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전방산업의 영향을 많이 받는 선박용 페인트 수요 역시 중국에 종속되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시장 동향을 파악하고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요구된다.

공업용, PCM용 고부가화 “시급”
공업용 페인트는 2016년 수요가 7만3350kl로 2012년에 비해 12% 줄었으며 전기전자용, 플래스틱용, PCM(Pre-Coated Metal)용 수요가 각각 연평균 4%, 16%, 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전자용 시장은 함침용, 전선용 바니쉬 생산기업들의 공장 해외 이전에 따라 축소된 것으로 파악된다.
국내 복귀가 일어나지 않는 이상 현재와 비슷한 수준의 고정 수요만 있을 것으로 예상되나 중국이 기능 업그레이드에 성공하면 국내산은 경쟁력을 잃을 것으로 우려된다.
플래스틱용 페인트는 프리미엄 가전제품 시장 확대와 휴대폰의 메탈화 영향으로 공업용 페인트 가운데 수요가 가장 많이 감소했으며 중국과의 외교 악화로 화장품 수출이 감소하면 수요가 더욱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냉장고 도어 및 측판, 세탁기 몸체, 에어컨 측판 등 고급 가전제품과 샌드위치 패널, 건물 외장 벽체 등의 건축자재에 채용되며 비교적 시장 트렌드 변화에 덜 민감한 PCM 페인트만이 공업용의 수요를 견인할 수 있는 유일한 요소로 파악되고 있다.
PCM 페인트는 도장한 후 용도에 맞게 성형 및 가공하기 때문에 일반 페인트와 생산 및 도장 방법이 상이하다.
가전제품 생산기업들이 기존 범용 컬러 강판에서 고급 무늬 인쇄가 가능한 프린트 강판으로 전환하고 있는 가운데 저가의 중국산 컬러 강판 유입이 위협요인으로 작용함에 따라 기존 Line Speed에만 치중했던 방식에서 고객 맞춤형과 내후성을 강화한 고부가제품에 주력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할 것으로 파악된다.
분체페인트, 전방산업 의존 낮추어야…
분체페인트는 용제를 사용하지 않고 분말을 도장, 가열, 용융시켜 도막을 형성하며 에폭시-아크릴 폴리에스테르 등의 열경화성 타입이 사용된다.
도장법은 침적법, 정전법 등이 있으며 유기용제를 사용하지 않아 VOCs(휘발성 유기화합물)가 적고 환경보호에 적합한 페인트로 인식되고 있다.
국내 분체페인트 수요는 2016년 가전제품 생산기업이 해외로 공장을 이전함에 따라 4만1320톤으로 2% 감소했다.
하지만, 박막화와 우수한 외관을 실현할 수 있는 고부가제품들이 개발되고 있으며 액체 페인트에 비해 고가이나 재도장을 하지 않아도 되고 VOCs 저감장치를 설치하지 않아도 돼 가격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 자동차, 가전제품 등 전방산업의 의존도를 낮추고 신규 시장을 개척하면 수요가 신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초기 고정비가 용제 페인트에 비해 2-3배에 달해 신규 진입이 어려워 메이저의 점유율이 96%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UV페인트, 모바일용 부진에 “한계 직면”
UV 페인트는 수요가 지속적인 신장세를 나타냈으나 2015년 최대치를 기록한 후 감소세로 전환됐다.
UV 페인트는 자외선 화학 작용에 따라 단시간에 경화되고 저온 건조 등 관리가 간단해 전방산업 의존도를 낮추고 수익성 개선에 기여하는 차세대 기능성 페인트로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됐으나 모바일제품에 적용되는 플래스틱용 페인트 사용량 감소 및 건축용 UV 페인트의 필름 대체 등으로 수요가 감소했다.
플래스틱용 UV 페인트는 화장품 케이스, 모바일제품, 자동차부품, 가전제품 등에 사용된다.
국내 플래스틱 수요는 스마트폰의 메탈화 및 바(Bar) 형태로의 디자인 변화, 가전제품의 스테인리스 소재 대체에 따라 2017-2021년 연평균 1.3% 감소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국내 건축용 UV 페인트는 가구용, 마루용, 상재용으로 구분된다.
가구용은 우레탄 도장이 주류를 이루었으나 UV 페인트는 장비만 갖추어져 있으면 모든 작업이 자동으로 진행돼 생산성이 압도적으로 우월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UV 페인트는 생산성이 우수할 뿐만 아니라 건설경기 회복에 따른 아파트 및 오피스텔 붙박이가구 도장 수요가 있었으나 마루 및 PVC(Polyvinyl Chloride) 바닥재 수요가 증가하며 전체 시장이 축소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혜수 연구원: lhs@chemloc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