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화학기업들은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기 위한 R&D(연구개발) 투자 확대가 요구되고 있다.
스마트 공장 도입, 미래지향적인 차별화제품 개발 등 화학 관련산업 전반에 걸쳐 고부가화를 가속화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석유화학기업들은 저유가 지속, 미국과 중국의 석유화학 투자 지연에 따라 석유화학제품의 스프레드가 확대됨에 따라 2016년 사상 최대의 영업실적을 기록했으며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케미칼, SK종합화학 등 4대 메이저의 총투자액이 8조원에 달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국내 R&D 투자액 순위는 LG화학과 삼성SDI가 2차전지 R&D에 집중함으로써 정유·화학기업 가운데 1-2위를 차지했고 이어 한국타이어, 셀트리온, 한미약품이 뒤를 이었으나 1-2위와는 큰 격차를 나타냈다.
국내 화학기업들은 자동차, 배터리, 바이오 등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은 고부가가치 사업부문과 핵심설비 증설에 선제적으로 투자함으로써 수익 안정화를 시도하고 있다.
셀트리온을 비롯 한미약품, 녹십자 등 헬스케어 관련기업들은 매출액 대비 R&D투자 비중이 높은 편이며, 특히 셀트리온은 24.45%, 한미약품은 18.45%에 달한 것으로 파악된다.
헬스케어 관련기업들은 본업 외에 사업다각화를 목적으로 코스메슈티컬(Cosmeceutical) R&D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LG화학, 배터리·기초소재에 대규모 투자
2016년 화학기업 R&D 투자액 순위는 LG화학이 6780억2700만원으로 1위, 삼성SDI가 5525억2900만원으로 2위, 한국타이어가 1670억7200만원으로 3위, 셀트리온이 1639억6300만원으로 4위, 한미약품이 1625억9400만원으로 5위에 올랐다.
LG화학은 R&D투자액이 2016년 7000억원에 가까웠을 뿐만 아니라 설비투자도 1조9000억원 상당을 집행하며 2015년에 이어 국내 화학기업으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다졌다. 2017년에는 설비투자액을 2조7000억원으로 35% 확대할 계획이다.
R&D투자는 미래 핵심사업인 배터리분야에 집중하고 있으며 2017년에는 2차전지, 수처리, 제약, 바이오 등 신규사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함에 따라 1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LG화학이 흡수합병한 LG생명과학은 매출액 대비 R&D투자 비중이 높은 편이어서 주목된다. 2007년 17.5%에서 2016년 13.4%로 10년 동안 매출액의 15% 이상을 신약 개발에 집중했으며 2010년에는 경쟁 제약기업들의 R&D투자 비중이 10%를 밑돌았음에도 불구하고 19.3%로 매우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다만, 2011년부터 꾸준히 하락해 2016년에는 13.4%에 그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LG화학은 2017년 R&D투자를 대대적으로 확대하면서 특히 팜한농의 그린바이오(Green Bio) 사업 육성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파악된다.
LG화학은 미국 Dow Chemical 등 글로벌 화학기업들이 그린바이오 사업을 집중 육성하고 있는 추세에 발맞추어 2016년 4월 동부팜한농 지분 100%를 4245억원에 인수했다. 그린바이오는 글로벌 시장규모가 120조원대로 연평균 8%대 성장률을 유지하고 있어 성장시장으로 각광받고 있다.
팜한농은 비료, 작물보호제, 종자 등 그린바이오 분야의 핵심기술 개발과 신제품 개발체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바이러스, 곰팡이 등 병해에 강한 품종 육성을 위해 병리검정 기술과 DNA 분석을 통해 육종형질을 선발할 수 있는 분자마커를 개발하고 있다.
삼성SDI는 2016년 배터리 사업의 영업실적이 부진했으나 R&D투자는 5525억2900만원으로 2위 자리를 지켰다.
2차전지,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IT 사업에 R&D를 집중하고 있으며 2013년 글로벌 OLED(Organic Light Emitting Diode) 소재 생산기업 Novaled를 인수하며 OLED 소재 원천기술을 확보함으로써 신규소재 개발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있다.
2016년에는 케미칼 사업 매각을 마치고 배터리 전문기업으로 재탄생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으며 R&D센터도 소재, 소형전지, 중대형전지, 전자소재로 구분하는 등 배터리 R&D에 특화시킨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정유기업, 매출액 대비 R&D 투자 “저조”
국내 정유기업들은 매출액에 비해 R&D투자 비중이 낮은 수준인 것으로 파악된다.
SK이노베이션, S-Oil, 현대오일뱅크, GS칼텍스 등 정유4사는 현금 보유액이 7조-8조원에 달하고 있지만 R&D투자 비중은 매출액의 1% 내외에 머물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2016년 R&D투자액 1453억1800만원에 투자비중 0.37%, GS칼텍스는 투자액 496억9300만원에 투자비중 0.19%, S-Oil은 투자액 161억5900만원에 투자비중 0.10%, 현대오일뱅크는 45억9900만원에 0.04%에 그쳤다.
정유기업들은 석유제품 수요가 개발도상국 경제 성장에 따라 신장하고 있으나 경쟁이 치열해지고 전망도 불투명해 신규사업 R&D가 시급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정유기업들은 석유제품의 마진이 축소됨에 따라 석유화학 사업 확대에 올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정유기업들은 R&D투자가 부진하지만 석유화학과 함께 친환경 바이오에너지 등 미래 에너지 개발에 대한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GS칼텍스는 매출액 대비 R&D투자 비중이 낮은 편이지만 2014년 0.10%, 2015년 0.17%, 2016년 0.19%로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비식용 식물을 원료로 바이오부탄올(Bio-Butanol)을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했으며 바이오화학 분야에서 국내 선두의 입지를 다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GS칼텍스는 2016년 11월 약 3600억원을 투입하는 바이오부탄올 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했으며, 국내에서는 500억원을 투입해 여수 No.2 플랜트에 바이오부탄올 400톤 데모플랜트를 건설해 2017년 하반기 완공할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은 LiB(Lithium-ion Battery)의 핵심소재인 분리막 기술력을 활용해 경쟁기업 대비 차별화된 고성능 배터리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S-Oil은 석유화학 투자에 집중하고 있으나 다른 정유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R&D 투자가 부족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S-Oil은 2018년 4월 완공을 목표로 잔사유를 프로필렌(Propylene), 휘발유 등 고부가가치제품으로 전환하는 RUC(Residue Upgrading Complex)와 PP(Polypropylene) 40만톤 및 PO(Propylene Oxide) 30만톤을 생산할 수 있는 ODC(Olefin Downstream Complex) 건설에 4조789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솔브레인·SK머티리얼즈, 삼성전자 믿고 투자
반도체 소재 생산기업인 SK머티리얼즈는 2016년 R&D 투자액 41억원에 투자비중 0.89%, 솔브레인은 투자액 164억원에 투자비중 2.28%를 기록했다.
3D 낸드플래시, OLED 확산과 중국 반도체산업 육성 등으로 중장기 성장동력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 관련소재 투자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SK그룹은 반도체 계열사인 SK하이닉스를 통해 반도체 관련 사업 확대에 주력하고 있으며 OCI로부터 OCI머티리얼즈를 인수해 2016년 2월 SK머티리얼즈를 출범시켰다.
SK머티리얼즈는 반도체에 투입되는 WF6(육불화텅스텐) 및 NF3(삼불화질소)를 생산하고 있으며 NF3는 세계시장 점유율 1위로 R&D투자도 확대할 방침이다.
반도체 제조공정에서 질화막 미세가공에 사용되며 주로 미세화가 요구되는 3D 낸드플래시, D램 등에 활용되고 있는 식각가스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또 Showa Denko와 51대49 합작으로 2017년 2월 식각가스 합작기업 SK쇼와덴코를 설립하고 2017년 하반기 상업가동을 목표로 2만톤 생산설비를 건설하고 있다.
2017년 12월 완공을 목표로 CH3F(플루오르메탄) 공장을 건설하고 있으며 C4F6(육불화부타디엔) 공장도 설계하고 있다.
솔브레인은 R&D 투자가 164억원으로 2015년과 비슷했으며 2016년 반도체 식각액과 디스플레이의 Thin-Glass 사업이 매출 신장을 견인한 만큼 식각액 관련 R&D투자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반도체 식각액 매출은 2016년 약 2900억원으로 2015년 2400억원에서 20% 가량 증가했으며 전체 매출 가운데 40%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식각액은 디스플레이 생산기업들이 OLED를 증설하고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생산기업들이 3D 낸드플래시 투자를 확대하면서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3D 낸드플래시는 기존 반도체 공정에 비해 식각액 투입량이 증가함에 따라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솔브레인은 삼성전자의 평택 3D 낸드플래시 공장 건설과 함께 인산계와 불산계 에천트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공주공장에 약 300억원 투자를 결정했다.
셀트리온, 화장품 신규사업 R&D “확대”
바이오 및 헬스케어기업들은 2016년 R&D투자를 확대에 적극 나선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2016년 1-9월 바이오 및 헬스케어 분야 스타트업·벤처기업에 투입된 자금은 총 3423억원으로 2015년 3170억원을 뛰어넘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셀트리온은 R&D투자액이 2016년 1639억6300만원으로 4위를 기록했으며 R&D투자 비중은 24.45%로 1위를 차지했다.
셀트리온은 램시마, 트룩시마, 허쥬마 등 바이오시밀러 3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바이오신약 CT-P27(독감 치료제) 신약과 CMO(Contract Manufacturing Organization) 사업, 바이오시밀러 추가 파이프라인도 수익 창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 관련기업들은 화장품 등 신규사업 추진을 위한 R&D투자도 점진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2016년 R&D투자액이 1625억9400만원으로 5위, 매출 대비 투자비중은 18.42%, 영업이익률은 3.03%를 기록했다.
녹십자와 대웅제약도 R&D투자액이 각각 1170억800만원, 1079억9300만원으로 9위와 11위에 올랐다.▶ P.28에 계속
제약기업들은 화장품의 Cosmetics와 제약의 Pharmaceuticals이 합쳐진 코스메슈티컬 시장을 새로운 먹거리로 주목하고 R&D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유한양행은 2016년 매출액 1조3208억원을 기록해 국내 제약기업 가운데 1위를 달성했으며 R&D투자액은 884억64만원으로 13위를 차지했다.
유한양행은 2017년 5월1일 뷰티·헬스 전문 자회사 유한필리아를 설립하고 대리점을 통해 자체 브랜드를 런칭함으로써 본격적으로 코스메슈티컬 사업에 뛰어들 예상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미약품은 2014년 자체 브랜드를 런칭해 4000억원에 달하는 약국화장품 시장에 진입했으며, 대웅제약은 계열사인 디엔컴퍼니를 통해 화장품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반면, 국내 화장품 생산기업 1, 2위인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2016년 R&D투자액에서 큰 차이를 나타내지 못했다.
아모레퍼시픽은 1159억9500억원에 투자비중 2.12%, LG생활건강은 1152억8600만원에 1.89%를 기록했다.
화장품 생산기업들은 저성장 기조가 지속되면서 성장세가 소폭 둔화됐으나 혁신적이고 차별화된 브랜드 개발을 통해 글로벌기업과의 치열한 경쟁을 지속하고 있다. <화학저널 취재·편집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