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에너지는 화석연료가 지구 온난화를 일으키는 주범으로 인식됨에 따라 세계적으로 보급 확대를 위한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구온난화 대책 및 생산기업들의 수익성에 관한 논의가 대부분이나 미국 및 유럽 등에서는 에너지 안전보장 및 산업정책의 관점까지 포함한 포괄적이고 전략적인 대응이 이루어지고 있다.
선진국들의 지구 온난화 문제에 관한 대책은 독일의 FIT(고정가격 매입제도) 변동 및 유럽연합(EU)의 신재생에너지 도입 목표 등을 비롯해 매우 전략적이고 계획적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ICT(정보통신기술)를 활용해 전력망의 비효율적인 운용을 개선하고 있으며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 따라 전력망을 증강할 수 있도록 장기적인 계획을 구상하고 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파리협약 탈퇴를 선언함으로써 신재생에너지 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정비가 요구되고 있다.
트럼프, 파리기후협약 탈퇴선언 “파장”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17년 5월 미국이 파리기후협약에서 탈퇴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일부 언론을 통해 9월 UN 총회를 앞두고 탈퇴 의사를 번복할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됐으나 백악관이 공식 부인했다.
미국이 파리기후협약에서 탈퇴하면 기후변화에 대응하려는 국제적 노력이 큰 타격을 입게 되고 파리기후협약 준수를 주요 의제로 지켜온 유럽과 미국 사이의 균열도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5월 말 이태리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서도 미국의 파리기후협약 준수를 요구하는 유럽 6개국 정상들과 끝까지 협약 준수를 밝히지 않은 트럼프 대통령 사이에 갈등이 있었다.
파리기후협약에는 195개국이 참여하고 있으나 세계 최대의 경제대국이자 세계 2번째 온실가스 배출국인 미국이 빠지게 되면 실효성에 큰 타격을 입게 되며 탈퇴 도미노 행렬도 우려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파리기후협약을 계속 준수하면 경제가 타격을 입고 지지층이 많은 지역에서 일자리를 늘리는데 방해가 되며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라는 메시지도 타격을 입는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여러 글로벌기업이나 외교 전문가들은 파리기후협약 준수를 주장하고 있지만 지지자들 중 특히 석탄산업 의존도가 높은 주의 공화당원들은 탈퇴를 환영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하기 위해…
한국 정부는 일정규모 이상의 발전사업자가 총 발전량의 일정비율 이상을 신재생에너지로 발전·공급하도록 의무화하는 RPS(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장기 고정가격 계약제도(SMP+REC)를 도입함으로써 경쟁입찰 시장을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기 도매가격인 SMP(계통한계가격)는 국제유가 변동 등에 따라 등락이 심해 kWh당 단가가 2012년 상반기 166원에서 2016년 하반기 92원으로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REC(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는 2012년 도입한 RPS와 연동해 움직이고 있다.
RPS에 따라 발전설비용량이 연간 500MW 이상인 발전기업들은 매년 발전량의 일정량을 신재생에너지원으로 충당해야 하며 직접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도입하거나 다른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로부터 REC를 구매해 의무할당량을 채울 수 있다.
민간 신재생에너지 사업자는 생산 전력을 SMP에 따라 한전에 판매한 뒤 추가로 REC를 팔아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기존에는 REC 입찰에 3MW 이하 사업자만 참여할 수 있고 12년 동안 고정가격에 구매계약이 이루어졌으나 정부가 제도 변경을 통해 입찰 참여대상에 제한을 두지 않는 것은 물론 입찰가격을 결정할 때 REC에 SMP까지 더한 뒤 20년 내외 장기 고정가격 계약을 의무화하고 있다.
EU, 사회시스템 변혁으로 대비
EU는 20년 이상 전부터 각종 신재생에너지 정책을 실시해 왔으나 2009년 이태리 라퀼라(L'Aquila)에서 개최된 G8 정상회담 이후 본격적인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G8 정상회담에서 주요 8개국은 세계 전체의 평균기온이 2℃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2050년까지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을 50%, 선진국은 80% 감축하는데 합의했다.
EU 위원회는 정상회담 직후 「Presidency Conclusion」 공식문서에 선진국들이 온실가스를 1990년 대비 80-95% 감축하는데 합의했다고 기술하고 있다.
EU는 라퀼라 정상회담에 앞서 EU 가맹국의 의사를 통일하기 위해 2가지 지령을 발의한 바 있다.
온난화 대책 목표에 관한 지령과 신재생에너지 도입 의무화 및 전력 시장의 공평성 확보에 관한 지령이며 EU는 라퀼라 정상회담을 계기로 에너지 시스템을 신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전환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2가지 지령은 EU가 신재생에너지 도입을 확대하기 위해 매우 전략적으로 움직였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특히, 단순히 신재생에너지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 뿐만 아니라 신재생에너지의 대량 접속을 위해 전력망을 개혁하고 있으며 로드맵 작성 등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전략을 세우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EU는 신재생에너지 도입 계획을 바탕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80-95% 감축하기 위해 2011년 3월8일 A Roadmap for Moving to a Competitive low Carbon Economy in 2050(EU Commission 2011b) 표제로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80% 감축한다는 목표를 책정했다.
로드맵은 단순한 온난화 대책에 머무르지 않고 경쟁력 있는 저탄소 경제로 이행한다는 거시적인 관점에 정책의 중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EU는 신재생에너지 도입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80-95% 감축하기 위해서는 임시적인 방편이 아니라 사회시스템 자체의 과감한 변화가 요구되며 장기적으로 산업정책과 관련해 다양한 이점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화석연료 투자금이 제조업 회복 씨앗으로…
EU는 신재생에너지 대부분이 연료 소비형 발전이 아닌 설비형 발전이기 때문에 신재생에너지 중심의 사회시스템으로 변화하면 연료비용으로 중동·러시아 등에 유출됐던 자금이 EU 역내 제조업에 대한 투자로 돌아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저탄소 전원으로 전환함에 따라 연료비용으로 사용한 자금이 EU로 흘러들어 GDP(국내총생산) 증가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개발도상국의 생활수준 향상 등에 따라 중장기적으로 화석연료 가격이 급등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신재생에너지 도입 확대를 통해 에너지의 해외 의존도를 낮추고 연료비용 급등으로부터 EU 경제를 지킬 수 있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신재생에너지 관련 산업 및 역내 투자는 신규 고용을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재생에너지 도입을 비롯한 저탄소사회의 구축을 위해서는 전력·가스망 개선, 친환경 자동차 확대, 다양한 분산 에너지 자원의 연계 등 많은 신규투자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전력 시스템을 비롯한 새로운 사회시스템으로의 이행은 많은 혁신을 창출하고 차세대 EU 제조업 발전의 근간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U는 EU Commission 2011b를 결정한 직후 3월11일 일본에서 동북지방 대지진이 발생함에 따라 원자력발전 영향 등을 포함해 2011년 12월 최종문서 「Energy Roadmap 2050」을 발표했다.
Energy Roadmap 2050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에너지 시스템 혁명」에 바로 착수해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발전 등 에너지 부문은 온실가스 배출량 가운데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2050년 배출량을 80% 감축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시스템에 중점을 두고 대책을 강구해야 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로드맵은 2005년 기준 참고 시나리오, 신재생에너지 최대 도입 시나리오, 원전 최소 시나리오 등 6개 종류의 시나리오에 대한 분석 및 비교를 통해 다방면에 걸친 영향에 대해 평가하며 EU 정책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EU 정책 방향은 2050년 에너지 절감이 이루어져도 에너지 점유율을 65% 차지한 소형·중형 자동차의 전장화 등에 따라 전력 소비 자체는 증가하기 때문에 전력의 탈탄소화를 위한 구조개혁이 필요하며 목표 달성을 위해 발전 부문의 96-99%는 탈탄소화해야 할 것이 요구되고 있다.
특히, 신재생에너지는 모든 시나리오의 주요 전력원으로 전체 소비량의 64-97%를 차지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의 사용이 확대됨에 따라 분산형 전원 통합시스템, 조정전원으로 가스화력·원자력의 집중형 시스템을 조합한 새로운 시스템, 사회시스템의 변혁이 요구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EU의 에너지 시스템은 OPEX(연료비·운전비)형에서 CAPEX(투자설비)형으로 전환되고 관련 산업의 이노베이션이 촉진될 것으로 파악된다.
EU는 산업정책 면에서도 글로벌 신재생에너지 시장을 리드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변동전원이 불편한 존재라는 기존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장기적인 경제 성장을 위한 미래 전략을 설계하고 있다.
전력망 확대 정책으로 시스템 강화
EU는 전체 에너지 사용량의 20%를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전력망 접속 및 운영, 확대, 비용부담, 출력 억제 최소화 등에 관한 항목을 설정하고 EU 가맹국에게 제도 규정을 의무화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신재생에너지를 일정량 이상 도입하기 위해서는 전력망 개선 및 확대가 필수적인 것으로 파악하고 FIT 제도와 전력망 확대 방안을 동시 추진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독일은 FIT 제도인 EEG를 통해 전력망 관리자에 대한 계통 증강 의무 등 각종 전력망 확대 방안을 규정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도입과 전력망 확대를 균형있게 실시하도록 제도적 조치를 취함으로써 전력망 용량 부족으로 신재생에너지 접속이 거부되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신재생에너지 출력 억제를 최소화하는 것도 의무화하고 있기 때문에 전력망을 확대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출력 억제를 요구하는 사태도 발생하지 않게 된다.
EU에서는 11만볼트 이하의 신재생에너지는 DSO(배전관리자) 배전망에 접속되고 있으나 EEG를 통해 DSO 전력망이 단순한 배전용이 아니라 신재생에너지의 집전 시스템으로서 업그레이드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EU는 지방에 분산돼 있는 신재생에너지 자원을 DSO 전력망에 모아 필요에 따라 TSO(송전관리자) 전력망을 통해 수요지역에 배분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으며 독일의 변전설비는 양방향 시스템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Energy Roadmap 2050에서는 2050년에 신재생에너지 보급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력망 확대 시나리오를 5가지로 정리하고 있으며 모두 신재생에너지를 주요 전력원으로 설정하고 있어 대폭적인 투자가 필요한 것으로 파악된다.
EU는 대부분의 신재생에너지가 DSO에 접속돼 있기 때문에 전력을 모으기 위한 DSO 수준의 필요 용량 증강 투자액이 TSO 필요 투자액의 몇배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역내 TSO 연합체인 Entso-e(Europian Network of Transmission System Operators for Electricity)는 2020년의 신재생에너지 도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력 네트워크 증설계획 TYNDP(Ten-Year Network Development Plan 2010-2020)을 확정하고 2020년 신재생에너지 도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네트워크 증강책을 발표함과 동시에 2030년 신재생에너지 도입 목표에 대응한 전력망 증강책을 제안하고 있다.
현재는 2050년 목표 달성을 위한 전력망 증강계획 「e-Highway 2050」의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EU는 분리된 송전기업, 배전기업은 특성상 사회 발전에 한계를 나타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신재생에너지를 도입하기 위한 발전망 신규투자를 실시해 성장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으며 유도적 요금 규제를 통해 발전망 신규투자를 고려한 상한요금을 설정함으로써 투자를 유도하는 정책이을 도입하고 있다.
이에 따라 EU에서는 구 전력기업들이 발전망 비즈니스 및 관련 신규 비즈니스에 주력하며 다른 선진국에 앞선 발전망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이하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