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2017년 조사한 결과, 화학산업은 최근 5년 TSR(총주주수익률) 순위가 34개 산업 중 28위에 그쳤다. 화학산업 성장률이 매우 낮은 상태에서 투자자들이 평균 수준의 수익률이라도 올리려면 화학산업을 신중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는 것으로, 투자자들은 단일 스페셜티(Focused-Specialty) 화학기업을 선택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BCG는 2017년 화학산업 가치 창출 보고서에서 화학산업을 기초 화학제품 및 플래스틱(관련기업 46개), 단일 스페셜티 화학(70대), 산업용 가스(6개), 복합 스페셜티 화학(52개), 농화학 및 비료(33개) 5개 부문으로 분류하고 수익률을 분석했다.
가치창출 평가방법 TSR은?
2017년 BCG는 글로벌 200개 화학기업을 분석했는데, 역대 최대 표본이다. 2016년 말 기준 시가총액 10억달러 이상 화학기업을 분석 대상으로 했다. 2017년 분석에서는 처음으로 시가총액 75억달러 이상의 라지캡 화학기업과 시가총액 10억-75억달러의 미드캡 화학기업을 구분했다.
일정기간 주가 변동 및 주주의 순자산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요소가 반영된 TSR은 여러 요소들이 결합돼 나타난 결과물로, TSR 요소별 기여도 평가 모델은 해당기업의 근원적 가치의 개선을 파악하기 위해 매출 증가율과 마진 변동률을 함께 반영한다.
다음에는 투자자들의 기대가 TSR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화학기업의 가치평가 승수 증감을 평가하고, 마지막으로 잉여현금흐름 지급이 TSR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배당금, 자사주 매입, 부채 상환의 형태로 투자자들과 채권자들에게 돌아가는 잉여현금 흐름을 분석한다.
화학산업 TSR 순위 또 다시 하락
BCG 분석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6년까지 라지캡 화학기업의 평균 TSR은 14%로 전체 산업의 중간값 대비 3%포인트 낮아 화학산업은 TSR 순위에서 5회 연속 하락했다.
TSR이 오르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매출 성장률이 낮았기 때문이다.
미국화학협회(American Chemistry Council)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6년까지 화학산업의 글로벌 매출 성장은 1.8%에 그쳤다.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면서 농화학 및 비료, 기초 화학제품 부문에 타격을 입혔기 때문이다.
2번째 요소는 화학산업 여러 부문에서 확대되고 있는 범용화로 화학기업의 마진을 압박하고 일부는 혁신 투자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3번째 요소는 중국의 기초 화학제품 공급과잉 문제로, 최근에는 공급과잉이 후방으로 확대돼 이소시아네이트(Isocyanate), CPL(Caprolactam) 등 중간체의 공급과잉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화학산업은 매우 다양하며 동종기업은 물론이고 다른 고성장 산업과 비교해도 훨씬 높은 수익을 창출한 화학기업도 발견되고 있다.
어디서 경쟁할지를 신중하게 정하고 해당부문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역량을 개발했기 때문이다. 또 전략을 명확히 하고, 지속적으로 전문성을 확대해 고객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성공적으로 혁신했다.
높은 수익을 창출한 화학기업은 다수가 단일 스페셜티 화학 부문에 속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중국•북미 수익률 가장 높아
중화권 화학기업들은 유일하게 전체 산업의 평균 5개년 TSR 17% 보다 높은 18%를 기록했고, 북미 화학기업 역시 전체 산업 글로벌 평균 수준의 TSR인 17%를 기록하며 입지를 지켰다.
최근 5년간 가장 큰 TSR 증가세를 보인 것은 중화권과 유럽 화학기업으로 평균 TSR은 이전 5개년 대비 8%포인트 상승했다.
동북아 화학기업들의 TSR도 7%포인트 상승하며 비슷하게 높은 성장세를 기록했다. BCG가 분석한 중화권 45개 화학기업들의 TSR 중 2/3가 매출 증가에서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의 빠른 GDP(국내총생산) 성장, 합병, 일부 화학 다운스트림 부문의 수입의존도를 줄이고자 하는 정부 정책 등이 중화권 화학기업들의 높은 성장을 도운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에는 여전히 경기에 매우 민감한 범용제품 시장에서 경쟁하는 화학기업들이 많지만 단일 스페셜티 화학기업도 많다.
특히, 2017년 분석에서 잉크 및 안료 생산기업 Sky Dragon, 첨가제 및 기능성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Shenzhen Sunrise은 가장 높은 TSR을 기록했다.
동북아 지역에서 성과가 좋은 국가는 일본으로, 일본 화학기업의 매출은 평균 3% 증가했는데 아베노믹스, 엔화 약세에 따른 수출 증가, 일부 단일 스페셜티 화학기업의 경영성과에 힘입은 것으로 분석된다.
Nippon Paint가 성과가 좋은 단일 스페셜티로, 인수합병(M&A)에 대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신중한 태도를 완화하고 비유기적인 방식으로 글로벌 사업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2012년부터 2016년까지 5년 동안 일본 화학기업의 외국기업 인수 또는 투자가 이전 5년 대비 2배 가량 증가했다.
동북아에서 비교적 떨어지는 국가는 한국으로, 가장 부진한 10개 화학기업 중 8개가 한국기업으로 분석됐다. 국내 대형 화학기업들이 매출이 감소한 기초 화학제품 사업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으로, 태양광 실리콘, LCD(Liquid Crystal Display), 폴리머 필름 등 수요시장 침체도 영향을 미쳤다.
전체 화학기업 TSR에 가장 큰 타격을 입힌 지역은 신흥시장으로,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신흥시장 화학기업들의 TSR 평균은 7%에 불과했다. 신흥시장 카테고리에는 소수의 중남미 화학기업들이 포함돼 있는데 1개를 제외하고는 TSR이 마이너스 또는 한 자리 수에 그쳤다.
신흥시장 카테고리에는 사우디와 동남아 화학기업들도 포함된다. 표본에 포함된 사우디 화학기업들은 주로 기초 화학제품 및 기초 플래스틱 사업을 영위하며 국제유가 하락으로 타격을 입었다. 마찬가지로 국제유가에 민감한 동남아 화학기업들도 크게 좋지는 않았고 평균 TSR이 5.3%에 불과했다.
다만, 인디아와 파키스탄 화학기업들은 예외였다. 건설물량이 늘어 일부 현지 페인트 및 코팅기업들의 수익이 증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식습관 변화로 인디아의 PI Industries와UPL, 파키스탄의 Engro와 같은 현지 농화학 및 비료기업들의 수익도 증가했다.
단일 스페셜티 화학기업 수익률이 가장 높은 이유
5년 동안 최상위 성과를 기록한 7개 클러스터가 단일 스페셜티 화학 부문에 속한다는 점은 단일 스페셜티 화학 접근방식의 힘을 잘 보여주고 있다. 페인트 및 코팅기업 TSR은 25%로 최고치를 기록했고 잉크 및 안료가 24%로 뒤를 이었다.
단일 스페셜티 화학 부문에 유리하게 작용한 것은 3가지 트렌드로, 페인트 및 코팅은 건설 경기의 반등, 합병 및 신흥시장의 강세로 수혜를 입었다. VOCs(휘발성 유기화합물) 제로 페인트 등 한몫했다.
2번째로 높은 성과를 보인 그룹인 잉크 및 안료기업들은 전통적으로 큰 수익원이었던 신문 인쇄 수요 감소를 극복해야 했고, 일부는 디지털 프린팅과 같은 새로운 영역에 성공적으로 진출했다. 다른 일부는 유연한 식품포장 트렌드에 기반하여 유연기판(Flexible Substrate)에 더 적합한 새로운 잉크 수요 창출로 혜택을 누리고 있다.
잉크 생산기업들은 산소 및 수분 차단력 개선 등 식품의 유효기간을 연장하는 플래스틱을 위한 새로운 종류의 잉크를 개발 및 판매하고 있다. 식품원료 클러스터도 식품기업으로부터 혁신에 대한 요청을 주기적으로 받고 있다.
단일 스페셜티 화학기업의 강점은 고객 니즈에 대한 파악 및 대응으로, 다각화기업 또는 기초화학기업이 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고객의 언어를 이해하며 고객과 밀접히 관련된 기회 및 도전과제에 대응해나가고 있다. 혁신의 주제가 단편적인 제품혁신이 아닌 혁신을 통한 고객의 니즈 충족이 많았다.
단일 스페셜티 화학기업과 고객간의 파견근무는 상대적으로 보편적이다. 즉, 고객의 R&D 직원들이 단일 스페셜티 화학기업의 영업 또는 고객 관리직을 담당하는 사례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다른 하위부문 대비 단일 스페셜티 화학기업의 강점은 우수한 운영성과에서 명확히 나타나고 있다. 최근 5년간 단일 스페셜티 화학기업의 평균 TSR 22%의 절반은 매출 성장 및 마진 개선에서 기인했다. TSR에 대한 수익 기여도 11%는 복합 스페셜티 화학기업의 1%와 대조적이다.
단일 스페셜티가 복합 스페셜티에 주는 교훈
복합 스페셜티 화학기업들의 매출과 시장 지배력을 감안할 때, 화학산업에서 뛰어난 수익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춘 것처럼 보인다. 복합 스페셜티 화학기업들은 2017년 초 시가총액 5000억달러를 기록했으며 세계 대부분의 블루칩 화학기업들이 여기에 포함돼 있다.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인재도 끌어모으고 있다. 모든 젊은 화학도들은 복합 스페셜티 화학기업에서 일하기를 희망한다.
그러나 복합 스페셜티 화학기업들은 최근 몇년간 단일 스페셜티 화학기업 대비 TSR이 6-9%포인트 낮았다.
복합 스페셜티 화학기업들이 가치 증대를 위해 참고할 수 있는 단일 스페셜티 화학기업들의 몇 가지 기법이 있다.
•시장 포지션에 대한 확고한 원칙: 단일 스페셜티 화학기업들은 시장 및 경쟁 환경의 변화에 발 빠르게 반응하며 지속적인 우위 확보를 위해 수익성 있는 틈새 시장 및 기회를 파악한다. 이러한 원칙은 강점을 살릴 수 없는 트렌드를 쫓거나 비핵심적인 역량에 투자하는 것을 방지해준다. 즉, 왜 여러 단일 스페셜티 화학기업들이 시장 성장이 둔화되거나 축소되었음에도 평균 이상의 수익 성장을 달성하는지를 설명해준다.
•지속적인 전문성 강화: 복합 스페셜티 화학기업의 이점 중 하나라고 생각되는 것이 운영의 폭 및 수익원으로, 자원을 가장 빨리 성장하는 사업에 할당하는 것을 가능케 하며 최고의 인재를 그 사업으로 배치하는 것을 포함한다. 하지만, 복합 스페셜티 화학기업의 대기업적 사고방식은 특정 최종 소비자 세그먼트를 간과하거나 서비스를 충분히 제공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대조적으로, 단일 스페셜티 화학기업들은 경쟁하는 영역에서 꾸준히 전문성을 개발하는 것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고객 중심 R&D: 더 좁은 범위의 고객에 자원을 집중하는 단일 스페셜티 화학기업은 구체적인 고객 문제 해결에 R&D 노력을 기울일 수 있고, R&D 접근방식을 통해 공략 시장에서의 선도적인 포지션을 공고히 해나간다.
「집중」의 가치
많은 복합 스페셜티 화학기업들은 포트폴리오의 일관성 확보 및 집중 효과를 확보하기 위해 M&A를 활용하고 있다.
Bayer(Covestro를 분사), AkzoNobel(2개 사업으로 분할) 및 FMC(최근 포트폴리오 관련 움직임)를 들 수 있다. 2012년부터 2016년 기간 동안 가장 높은 TSR을 달성한 2개의 북미 복합 스페셜티 화학기업 Chemutra와 Dow Chemical도 마찬가지이다. Chemtura의 전문화 확대를 위한 노력(농화학 사업 매각 이후)은 2016년 말 랑세스(Lanxess)가 27억달러에 Chemtura를 인수하기로 결정함으로써 결실을 맺었다.
랑세스의 인수로 Chemtura는 24%의 TSR을 달성했고, 5년간 미국에서 이루어진 화학기업 투자 중 4번째로 성공적인 케이스로 기록됐다.
Dow Chemical과 DuPont은 역사적인 합병이 완료돼 앞으로 보다 집중된 3개 전문 화학기업으로 분리할 계획이다.
2017년 복합 스페셜티 화학기업인 미국 Huntsman과 스위스 Clariant의 합병 발표는 집중화 트렌드에서 예외인 것처럼 보이나 합병으로 포트폴리오가 더 복잡해진 곳이 주주가치를 창출 할 수 있다는 것을 납득하지 못한 투자자들은 10월 합병 거래를 무산시켰다.
포트폴리오 우선순위화
일부 단일 스페셜티 화학기업들은 최종소비 시장을 가치수준별로 분리하기 위해 범주화 기법을 사용한다. 예를 들어, 미국의 폴리머 생산기업 Ashland는 핵심성장(Core Growth) 타겟시장, 기반(Foundation)으로 현금을 창출하는 타겟시장, 성장의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은 틈새(Niche) 타겟시장이 있다.
범주화 기법은 주로 복잡한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화학기업의 체계화에 유용한 것으로 보일 수 있다. 복합 스페셜티 화학기업이 보다 세부적인 사업관리 방식을 도출할 수 있도록 하며 여기에는 최종소비 시장에 필요한 것만을 제공하도록 하는 시스템 활용이 포함된다. ▶ 다음호에 계속
표, 그래프: <가치창출 평가방법, TSR 기준 전체 산업 중 라지캡 화학시업이 하위 25% 차지, 화학부문 순위에서 단일 스페셜티 클러스터가 선두, 화학산업 TSR 비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