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기업들이 석유화학 기초소재 생산에 진출하며 차별성을 강조하고 있다.
국내 정유기업들은 에틸렌(Ethylene) 호황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최근 잇따라 올레핀 사업 진출 및 투자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롯데케미칼과 2014년 컨덴세이트(Condensate)를 정제해 M-X(Mixed-Xylene)과 경질 나프타(Naphtha)를 생산하는 현대케미칼을 설립했으며 2018년 5월에는 현대케미칼 대산공장에 2021년 말 상업가동을 목표로 에틸렌 75만톤, PE(Polyethylene) 75만톤, PP(Polypropylene) 40만톤 생산설비를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GS칼텍스 역시 2018년 2월 2조원 가량을 투자해 에틸렌 생산능력 70만톤, PE 50만톤의 신규 생산설비를 건설하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주목할 점은 정유기업들이 신규 생산설비에 기존 석유화학 설비와는 다른 명칭을 붙였다는 점이다.
현대오일뱅크는 현대케미칼 신규설비를 HPC(Heavy Feed Petrochemical Complex: 중질유 석유화학 설비)로 이름붙였으며, GS칼텍스는 MFC(Mixed Feed Cracker: 혼합 올레핀 생산설비)로 명명하고 있다.
HPC는 기존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이 주로 가동하는 NCC(Naphtha Cracking Center)와 달리 나프타를 최소로 투입하고 더욱 저렴한 탈황중질유를 60% 이상 투입해 원가를 낮출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MFC는 나프타는 물론 정유공장에서 생산되는 액화석유가스(LPG), 부생가스 등 다양한 유분을 원료로 투입할 수 있어 원료 시황에 따라 수익성이 크게 변동하는 것을 막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 국내 대부분의 NCC 역시 시황에 따라 LPG 등 추가 유분을 이용할 수 있는 설비를 보유하고 있어 실제로는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결국 정유기업들이 석유화학기업과의 불편한 경쟁을 피하기 위해 NCC가 아닌 다른 명칭을 붙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정유 사업은 매출은 크지만 영업이익률은 한자리에 머물러 수익이 크게 남는 구조가 아니다”라며 “정유기업들의 화학 사업 확장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공급 경쟁자가 늘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석유화학기업으로서는 반가울 수만은 없는 소식”이라고 덧붙였다. <강윤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