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할당하면서 이치에도 맞지 않고 순리에도 어긋나는 엉터리 작품을 내놓아 비웃음을 사고 있다.
에너지 소비량이 많아 온실가스 배출량을 크게 감축해야 하는 에너지 다소비기업들에게 부담을 전가해야 하는 것이 맞는데도 불구하고 발전 공기업 6사를 제외하면 힘이 센 대기업들은 무상할당으로 감축 부담을 덜어주는 대신 힘이 약한 중소기업들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결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는 발전, 정유, 석유화학, 철강, 시멘트 등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에너지 다소비기업들의 에너지 소비 및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유도하기 위해 2014년 도입됐고 관련기업에게 연간 배출 가능한 총량을 미리 정해주고 총량 범위에서만 배출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할당량을 초과하면 배출권을 시장에서 구매하고 반대로 할당량보다 적게 배출하면 잉여물량을 시장에 판매해 수익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환경부는 무역집약도와 생산코스트에 영향을 미치는 생산비용 발생도를 고려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정유, 화학, 철강, 비철금속, 전기전자, 조선, 자동차 등 대기업이 중심인 업종은 전량 무상할당하고 식품, 음료, 플래스틱, 전기통신, 인터넷서비스, 숙박, 부동산 등 중소기업이 중심인 영세업종에게 유상할당을 전가했다.
이에 따라 발전 공기업 6사를 중심으로 26개 업종은 100% 무상으로 받던 배출권 중 3%를 거래소에서 구입해야 해 연간 1700억원 정도를 추가 부담해야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정부가 최저임금을 결정할 때 중소기업이나 영세사업장을 고려하지 않은 채 대기업이 중심인 한국노총 및 민주노총의 주장을 받아들여 2017년 시간당 7530원으로 결정함으로써 중소기업 및 자영업자를 코너로 몰아가더니 2018년에도 8350원으로 10.9% 올림으로써 편의점을 비롯해 영세기업들이 불복종 운동에 나선 것과 비슷한 행태이다.
화학산업도 석유화학을 비롯해 매출규모가 상당한 정밀화학 등은 무상할당을 결정하고 정작 영세기업이 중심인 플래스틱 가공이나 섬유염색은 3% 유상할당토록 결정하는 웃지못할 결과가 나타났다.
물론 발전 공기업 6사가 연간 1700억원씩 3년간 5000억원 대부분을 부담한다고 하나 어떻게 온실가스 대량 배출과는 거리가 먼 중소기업들에게 유상할당 책임을 지우겠다고 나서는지 이해할 수 없다.
발전 공기업 6사에게 유상할당 책임을 지우는 것 자체도 문제이다. 발전6사는 공기업이어서 정부 방침에 반발하기 어렵다는 점과 함께 전기는 대기업·중소기업을 가리지 않고 사용한다는 점에서 전가하기 쉬울 뿐만 아니라 명분도 확보하기 쉽다.
그러나 발전6사가 3년간 5000억원을 부담하면 전기요금 인상요인으로 작용할 것이 뻔하고, 더군다나 반발이 거센 가정용이나 상업용 인상보다는 산업용 인상을 우선할 것이 확실하다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나 가뜩이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 산업계에 치명타를 입힐 수 있다는 점에서 시점이 아니라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태양광 고정가격 매입제도(FIT)를 시행함으로써 발전6사의 부담이 크게 늘어나는 것도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환경부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하기 위해 무엇을 우선해야 하고 무엇을 중시해야 하는지 재고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