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과거로 회귀하자는 말입니까?”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8월26일 자청한 기자간담회에서 “최근의 경제지표는 소득주도성장 포기가 아니라 오히려 속도감 있게 추진하라고 역설하고 있다”며 한 말이다. 실패한 정책 기조를 바꾸지 않고 오히려 강화하겠다는 것으로 국민들을 상대로 한 선전포고와 다름없다.
그러면서 “소득주도성장은 가계소득을 높이고 생계비 등 지출비용을 줄이며 사회 안전망을 확충하는 3가지 축으로 구성된다”며 “최저임금 인상 영향은 미미하다”고 강변했다. 최근의 경제지표 부진은 성장 잠재력이 낮아진 탓이지 소득주도성장 기조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8월25일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영상 메시지를 통해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 기조가 “올바르게 가고 있다”며 “청년과 취약계층의 일자리, 소득의 양극화 심화, 고령화 시대의 노후빈곤 문제를 여전히 해결하지 못하고 있어 중·하 소득층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거들었다.
문재인 정권 관계자들은 취약계층 근로자의 임금을 올려주면 소비가 늘어나 수요가 창출되고 생산설비 투자로 이어져 다시 소득 증가를 유발하는 선순환을 강조하지만 인건비가 급격히 올라가면 고용을 줄이는데 그치지 않고 한계에 다다른 영세기업들이 문을 닫아 고용과 함께 국민소득 자체가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기 싫을 것이다. 당장은 경제지표가 좋지 않지만 혹시나 개선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1년여 동안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54조원을 퍼부은 결과 일자리 창출이 5000개에 그치고 저소득계층의 실질임금이 9% 줄었다는 통계를 접하고 보면 이미 증명이 되고도 남음이 있다.
최저임금을 2년에 걸쳐 40% 수준 올리고 시급 계산에 각종 수당을 배제함은 물론 주52시간 근로, 휴일 포함 등등 최저임금을 100% 가까이 인상했으니 영세 편의점주들이 못살겠다며 불복종을 선언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최근 들어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식당 음식 값이 들썩이는 것을 보면 머지않아 영세 자영업자들이 손을 들 것이고, 곧이어 중소기업들까지 폐업전선으로 내몰릴 것이 확실하다.
중소기업들은 겉으로 표현하지는 않지만 속으로 끙끙 앓고 있으며 당장 문을 닫지는 않지만 더 이상 회사를 운영하기 힘들어졌다며 아우성치기는 마찬가지이다. 업무에는 관심이 없고 놀고먹기에 바쁜 젊은이들을 고용해 성과를 올리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함부로 해고도 할 수 없으니 죽을 맛이라는 것이다. 상전이 따로 없다는 자조섞인 말까지 회자되고 있다.
원래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일정수준 이하의 비주류 취약계층을 사회에서 배제시키기 위해 도입했다고 한다. 최저임금을 인상함으로써 학력이나 능력이 뒤떨어지는 하위계층의 일자리를 없애 사회를 주류의 의지대로 끌고 가겠다는 것이 목적으로, 문재인 정권에서도 역설적으로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편의점주들이 직접 일선에 나서 아르바이트를 고용하지 않고 영세 식당들도 인건비가 무서워 가족경영이 보편화되고 있다.
취약계층을 낭떠러지로 몰아넣음으로써 사회에서 격리시키기 위해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시행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갖가지 부작용이 현실화되고 있음에도 소득주도성장 노선을 버리지 못하는 것을 보면 마르크시즘을 신봉하는 비주류 경제학자들이 청와대를 틀어쥐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사회주의 경제체제를 지향한다”고 솔직히 털어놓고 국민들의 이해를 구하는 것은 어떠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