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산업에 변화의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석유화학을 중심으로 한 화학산업은 오랫동안 미국, 유럽, 일본이 주도했으나 중국 경제가 1990년대 이후 산업화를 통해 고도성장을 계속한 결과 최근에는 중국이 시장을 주도하는 가운데 미국, 유럽, 아시아가 공급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중국은 앞으로도 패권 경쟁에서 한발 앞서나갈 것이 확실하다.
15억명에 가까운 인구가 글로벌 소비를 끌어들이는 블랙홀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홍콩사태가 어느 방향으로 움직일지 확실치 않고 중국 경제의 성장률이 6% 밑으로 떨어질 것은 분명하나 3-4%대 성장률만 유지해도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블랙홀 역할이 끝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급격한 자급률 향상이 중국을 지켜보는 화학기업들을 옥죄고 있지만…
환경오염과 기술혁신도 화학산업이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미세 플래스틱으로 대표되는 플래스틱의 유해성은 해양오염을 넘어 이미 글로벌 문제로 부상해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고서는 석유화학의 미래를 불투명하게 할 것이 확실하고, 화학공장의 독성 유해물질 배출 및 환경오염 유발도 인내의 한계를 시험하는 단계에 진입했으며, 화학공장에 한정된 것은 아니지만 안전사고에 대한 혁신적인 대책도 서둘러야 하는 시점이다.
여기에 IoT를 필두로 인공지능, 5G통신, 자율주행 등 기술혁신이 급속히 진행됨으로써 전통적 기술에 의지하고 있는 화학기업들이 얼마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시되고 있다. 아직까지는 대체수단이 없어 화학적 기술혁명이 일어나지는 않고 있으나 화학산업도 머지않아 기술혁신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은 확실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국내 화학기업들은 글로벌 경제지형의 변화, 환경 및 안전문제, 기술혁신에 매우 둔감하게 반응하고 있으며 미래를 내다보고 대비하는 비전이 보이지 않고 있다. 매출과 영업이익에 목매어 현상을 유지하는데 급급할 뿐 무엇을 혁신해 미래를 개척해야 할지 아무런 답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선진국이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고 글로벌 메이저들이 어떠한 선택을 하는지 쳐다보고 따라가기도 바쁜 판에 무슨 미래 비전이냐고 말한다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앞을 개척하지 못하고 남의 뒤를 따라가는 수동적 자세로는 글로벌 시장을 리드할 수 없고 생존 자체도 불가능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항상 중위권에 머무르고 2등에 만족한다면 모르지만…
국내 화학기업들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정학적 불안과 급속한 기술변화로 세계경제 질서가 위협받고 있으며 글로벌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말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최태원 회장은 11월 초 베이징포럼 2019 개막 연설에서 “테러와 빈곤, 환경오염 같은 오랜 숙제에 더해 지정학적 불안정 심화와 급격한 과학 혁신 및 기술변화라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며 “소셜미디어, 인공지능, 머신러닝 같은 첨단기술이 급속히 변화하며 인류에게 새로운 고민거리를 안겨주고 있다”고 피력했다.
그리고 SK는 2018년 세전이익 280억달러를 얻는 동안 150억달러의 사회적 가치를 창출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SK도 글로벌 문제로 부상한 플래스틱 문제에 대해서는 해결책이 없고, 플래스틱 패키징 소재 친환경 포럼을 개최했다고 하나 논의만 했을 뿐 구체적인 방향성을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다. 한계가 아닐런지…
화학산업이 현재에 안주해서는 안 되고 혁신에 나서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뚜렷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