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폐플래스틱 수입국이었던 중국이 2017년 말부터 수입을 금지한 영향이 확산되고 있다.
일본은 2018년 7월 정부가 폐플래스틱 처리기업의 증설투자를 지원해 국내처리를 강화하는 전략으로 전환하고 있으며 2019년 오사카(Osaka)에서 개최되는 G20 회의에서 폐플래스틱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플래스틱은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주요 물질로 최근에는 미세 플래스틱에 따른 환경오염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화장품, 치약 등에 포함된 5mm 미만의 플래스틱 조각인 미세 플래스틱은 하수처리시설에서 걸러지지 않아 바다와 강으로 그대로 유입돼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폐기물이 해류에 따라 이동하는 과정에서 부서져 미세화된 플래스틱도 환경오염을 유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적으로 플래스틱 사용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으며 유럽연합(EU)은 2021년까지 빨대, 나이프, 풍선, 음료용기 등 일회용 플래스틱제품 10종의 사용을 금지하기로 결정했다.
중국, 폐플래스틱 수입 전면금지
아시아에서는 중국이 폐플래스틱 수입을 금지함에 따라 혼란이 야기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17년 가정에서 배출되는 폐플래스틱 수입을 금지한데 이어 2018년 말부터 제조현장에서 배출되는 폐플래스틱도 수입을 금지하기로 결정했다.
일본은 연평균 120만톤의 폐플래스틱을 중국으로 내보내 처리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전체 플래스틱 폐기량은 900만톤, 연료 등으로 소각 처리하는 열회수(Thermal Recycle) 등 리사이클물량은 240만톤으로 절반 가량을 중국에 수출한 것으로 파악된다.
일본 환경성은 중국의 수입금지로 폐플래스틱이 급증할 것으로 우려됨에 따라 2018년 10억엔의 예산을 편성해 증설을 실시하는 리사이클기업을 대상으로 투자금액의 50%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그럼에도 재생제품과 원제품의 가격 차이에 따른 수익 악화로 고전하고 있는 리사이클기업들의 불안을 불식하지는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폐플래스틱 조달이 어려워진 중국 리사이클기업들이 일본으로 진출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어 가격경쟁에 따른 고객 쟁탈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플래스틱 가격이 상승세로 전환됨에 따라 리사이클 사업의 수익이 개선될 것이라는 의견을 제기하고 있다.
이란과 사우디의 대립, 미국의 이란 경제제재 등으로 중동지역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감산을 선언함에 따라 국제유가 및 나프타(Naphtha) 가격이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PP·PE 이어 PS·ABS도 리사이클
일본에서는 PP(Polypropylene) 공급의 30%를 차지하고 있는 화학 메이저가 최근 플랜트 트러블로 가동을 중단함에 따라 플래스틱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있어 리사이클기업들이 주목하고 있다.
일본은 세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플래스틱 재생기술을 더욱 강화함과 동시에 재생제품의 뛰어난 특성을 내세워 세계시장을 리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일본플래스틱리사이클공업협회(JPRA), 일본플래스틱유효이용조합(NPY)은 2016년 자원순환형 사회 구축을 목표로 CFP(Carbon Foot Print) 인증사업을 시작했다.
CFP 인증사업은 플래스틱을 리사이클할 때의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을 가시화하는 것으로 재생제품의 CO2 배출량이 원제품에 비해 적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인증대상은 당초 PP, PE(Polyethylene) 뿐이었으나 인증 취득기업이 꾸준히 증가함에 따라 최근 PS(Polystyrene), ABS(Acrylonitrile Butadiene Styrene), PP 컴파운드를 추가했다.
JPRA는 플래스틱 재생제품의 인지도 향상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도요타자동차(Toyota Motor) 등 자동차기업들은 내장재 등에 플래스틱 재생제품을 본격 채용하고 있으며 자동차 해체공장이 참여하는 순환형 리사이클 대책을 전국적으로 펼치기 시작했다.
해체현장에서 처리가 가장 까다로운 조각 쓰레기(Shredder Dust)를 유효 활용하는 국가 프로젝트 뿐만 아니라 리사이클기업의 설비투자 계획도 잇따르고 있다.
리사이클기업들은 지속가능 발전목표(SDGs)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기술혁신과 환경전략 관점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기 위한 도전에 나서고 있다.
북미·유럽, 포장소재 100% 재활용
북미, 유럽 화학 관련협회들은 플래스틱 포장소재 재생·재이용 목표를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미국 화학협회(ACC), 캐나다 화학협회(CIAC)와 플래스틱산업협회(CPIA), Plastic Europe 등은 2040년까지 100% 재생·재이용을 목표로 내걸고 있다.
최근 플래스틱 폐기물 문제가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는 가운데 관련 산업협회들이 순환경제 구축을 위해 자체적인 목표를 설정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ACC는 2030년까지 모든 플래스틱 포장소재를 재활용하거나 에너지로 재이용할 수 있는 소재로 변경하고 2040년까지는 재사용을 포함해 모든 플래스틱 포장소재를 재생·재이용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플래스틱 생산기업들이 효율적으로 재활용 및 재사용이 가능한 소재를 개발하고 회수·재생·재이용 등에 적합한 기술 및 시스템을 창출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동시에 플래스틱 폐기물이 유효한 자원이 될 수 있다는 점을 홍보하는 활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CIAC 및 CPIA도 ACC와 마찬가지로 2030년, 2040년을 기한으로 한 새로운 목표를 발표했다.
CIAC는 목표 달성을 위해 플래스틱 포장소재와 관련된 모든 밸류체인에서 재생·재이용을 위한 인프라를 정비해야 하며 패키지 디자인 개선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화학적 리사이클 등 신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투자를 더욱 지원해야 한다며 CIAC, CPIA가 캐나다만의 자체 솔루션을 주도하자는 결의를 표명했다.
Plastic Europe은 2030년까지 플래스틱 포장소재의 60%를 재사용·활용하고 2040년까지 모두 재생·재이용해야 한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2040년 목표 적용국은 유럽연합 가입국 및 노르웨이, 스위스 등으로 파악되고 있다.
Plastic Europe은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모든 밸류체인과 관계당국의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촉구하고 있다.
또 플래스틱 포장소재를 폐기물로 배출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하며 환경보호 활동을 알리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련 산업협회들이 강력한 목표를 내세운 가운데 산업계에서도 재생·재이용을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그동안 재활용이 어려웠던 플렉서블(Flexible) 플래스틱 폐기물을 재이용하기 위해 새로운 연구 프로젝트 팀을 출범시켰다.
다우케미칼(Dow Chemical), 라이온델바젤(Lyondellbasell), Chevron Phillips Chemical(CP Chem) 등 화학메이저 뿐만 아니라 P&G, 네슬레(Nestle), 펩시코(Pepsico) 등 식품·일용품 메이저, 포장소재 메이저 암코(Amcor) 등이 참가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혼합 플래스틱 재활용을 위한 독자적인 기술을 보유한 독일 APK가 헝가리 MOL 그룹과 전략적 제휴관계를 맺었으며, 식품 포장에 사용하는 다층 필름의 재활용 분야에서는 네덜란드 DSM과 협력하고 있다.
네슬레, 2025년까지 포장소재 단일화
포장소재는 식품·음료, 일용품 산업계를 중심으로 세계적으로 단일소재화 흐름이 정착되고 있다.
글로벌 식품 메이저인 스위스 네슬레는 2025년까지 포장소재를 100% 재활용 및 재사용이 가능하고 매립처리 등이 필요하지 않은 소재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단순히 소재 자체를 재생수지로 변경하는 것이 아니라 소재 구성 자체도 단순화하겠다는 계획이어서 주목되고 있다.
식품·음료 포장소재는 배리어성, 내구성 등이 요구되기 때문에 여러 수지, 금속을 부착하는 다층필름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
네슬레는 다층필름을 사용하는 이상 리사이클 비중을 확대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하고 단일소재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소재 생산기업들은 네슬레가 원하는 기능을 모두 갖춘 단층필름을 개발하고 해당 필름을 부착하기 위한 씰 종류도 함께 연구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북미, 중동, 중국에서 생산을 확대하고 있는 PE, PP 등은 재생이용이 용이하고 포장소재 분야에서 다른 수지를 전환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다만, 다층필름도 심재에 재생소재를 사용하고 표면은 오리지널 소재를 사용해 친환경성을 향상시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고, 유럽에서 신제품 펄프의 사용을 줄이기 위해 수지제 고기능 팩으로 변경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어 단일소재화가 빠르게 정착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네슬레 외에 미국 펩시코, 프랑스 다농(Danone), 영국·네덜란드의 유니레버(Unilever), 프랑스 로레알(L‘Oreal), 미국 월마트(Walmart)도 2025년까지 네슬레와 유사한 목표를 내세우고 있고 미국 아마존(Amazon), 중국 통신판매 메이저들이 동참한다면 단일소재화 흐름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반박도 등장하고 있다.
수지, 복합소재 리사이클은 화학산업의 미래를 좌우하는 핵심 키워드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
유엔(UN)이 해양 플래스틱 문제 해결에 주력하고 있는 가운데 생분해성 수지가 토양에서 분해되도록 충분한 가수분해성을 부여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단일소재화 흐름이 본격화된다면 화학기업들도 적절한 대응이 요구되기 때문에 리사이클, 생분해수지 기술을 보유한 바이오벤처들이 좋은 사업기회를 얻게 될 것으로 판단된다.
다우케미칼, 도로포장에 재생제품 투입
플래스틱 폐기물에 따른 환경문제가 세계적인 이슈로 부상하면서 화학 관련기업들의 재활용·재이용 프로젝트도 잇따르고 있다.
다우케미칼은 플래스틱 재생제품 이용을 강화하고 있다.
다우케미칼의 타이법인 Dow Thailand는 Siam Cement Group(SCG)과 공동으로 플래스틱 재생제품을 도로포장에 이용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양사는 다우케미칼이 인디아 등에서 실증한 기술 및 노하우를 활용함으로써 플래스틱 폐기물, 도로공사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함과 동시에 포장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타이의 해양자원 보호를 추진하는 공공기관에 따르면, 타이 앞바다에 유입된 폐기물 약 1150만톤 가운데 폐플래스틱이 150만톤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에 따라 다우케미칼과 SCG는 해양 쓰레기를 시작으로 문제시되고 있는 폐플래스틱을 감축하기 위한 대책의 일환으로 재생제품을 도로포장에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다우케미칼은 인디아, 인도네시아에서 플래스틱 재생제품을 아스팔트 포장에 사용하는 소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인디아에서는 재생제품 100만톤 이상을 투입해 Pune 및 Bengaluru 소재 도로 40km를 정비했으며 인도네시아에서는 시험적으로 폐플래스틱 3.5톤을 이용해 Depok 소재 도로 2km를 포장했다.
다우케미칼은 1995년부터 타이에서 지속가능계획의 일환으로 플래스틱 폐기물을 처리하고 있으며 SCG와 파트너십을 체결함으로써 타이의 순환경제를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타이에서는 폐플래스틱을 감축하기 위한 관민 공동대책이 활발해지고 있다.
2018년 6월에는 민간기업, 행정기관, 시민단체 등 200여개 조직이 폐플래스틱 감축 프로젝트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Dow Thailand와 타이공업연맹(FTI)이 선도하고 있으며 SCG도 참여하고 있다.
네스테, 원료·연료로 재이용 목표
핀란드 국영 석유기업 네스테(Neste)는 폐플래스틱을 연료 및 원료로 재이용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2019년 상업설비에서 시험생산을 시작해 2030년까지 연평균 100만톤 이상을 재이용하는 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다.
네스테는 오래전부터 친환경 청정연료 생산에 적극 나서고 있다.
팜유, 잔사유, 동식물성 유지 등을 원료로 사용하는 바이오 디젤(Diesel)은 생산능력이 세계 최대로 2020년까지 총 300만톤 생산체제 구축을 목표로 싱가폴과 네덜란드 로테르탐(Rotterdam) 소재 정유공장에서 증설을 거듭하고 있다.
폐플래스틱 재이용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유럽위원회(EC)는 2018년 2월 플래스틱 용기 및 포장재를 모두 재활용·재이용 가능제품으로 전환하는 플래스틱 전략을 채택함에 따라 재활용 비율을 2025년 50%, 2030년 55%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유럽에서는 플래스틱 폐기물 감축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으나 2700만톤에 달하는 폐기물 가운데 리사이클용 회수물량은 약 33%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에 따라 네스테는 폐플래스틱을 액화해 연료, 플래스틱, 화학제품 원료로 이용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밸류체인 관련기업 등과 파트너십을 강화해 사업화를 위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2019년 상업설비에서 시험생산을 시작한 이후 2030년까지 100만톤 이상을 재이용하는 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다.
네스테는 가구 메이저 이케아(IKEA)와 공동으로 조리용 유지, 재생 가능한 식물유를 원료로 PP, PE 등 폴리올레핀(Polyolefin)을 생산하는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2018년 가을 상업설비에서 시험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며 구체적인 생산능력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재생 가능한 바이오 베이스 PP를 상업생산하는 것은 세계 최초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시험생산에서는 우선 원료의 20%만 재생 가능제품을 투입하고 본격적으로 상업생산할 때는 네스테가 공급하는 100% 재생 가능한 탄화수소 원료를 사용할 방침이다.
이케아는 네스테가 생산한 재생 폴리올레핀을 박스 등의 원료로 사용할 계획이다.<강윤화·정세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