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는 경제성장률이 둔화되면서 화학 시장의 불투명성이 높아지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2018년 8-10월 아시안게임 개최 직전 도로 정비, LED(Light Emitting Diode) 가로등 설치 등 인프라 정비를 급속도로 추진했으며, 2019년 4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공공투자 관련예산이 순조롭게 집행됨에 따라 자카르타(Jakarta)에서 동부 공업단지로 이어지는 고속도로 입체화 및 철도 부설공사가 가속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석유화학 뿐만 아니라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소비재 시장이 대체로 호황을 맞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미국이 중국산을 중심으로 아시아산 수입을 제한하면서 지속적인 성장을 의문시하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SCG, CAP2 투자 재검토 가능성
인도네시아 최대의 화학 메이저 Chandra Asri Petro-chemical(CAP)은 2018년 말 자바(Java) 서부에 위치한 칠레곤(Cilegon)에서 최초로 SSBR(Solution Polymerized-Styrene Butadiene Rubber) 생산을 시작한데 이어 2020년까지 No.2 에틸렌(Ethylene) 크래커 및 폴리올레핀(Polyolefin) 증설을 포함한 CAP2 투자 프로젝트를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인도네시아는 PE(Polyethylene) 및 PP(Polypropylene) 수입비율이 약 50%에 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인도네시아에서 유일하게 에틸렌 크래커를 가동하고 있는 CAP의 증설 계획에 현지 화학기업 및 자동차 생산기업들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크래커 생산능력은 에틸렌 110만톤, 프로필렌(Propylene) 60만톤, 부타디엔(Butadiene) 17만5000톤이며, 폴리올레핀 130만톤을 포함해 2023-2024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2018년 10월 위험요인이 발생해 주춤거리고 있다.
CAP 지분을 30% 이상 보유하고 있는 2대 주주이자 CAP2 프로젝트에 책임자를 파견하고 있는 타이 화학 메이저 SCG Chemicals이 투자에 대한 재검토 의사를 표명했기 때문이다.
SCG는 54억달러를 투입하는 베트남 롱손(Long Son) 프로젝트와 타이의 에틸렌 증설 프로젝트에 경영자원을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CAP2는 CAP, SCG 등이 설립한 합작기업이 담당하는 방향으로 검토를 진행했으나 SCG는 투자비율을 낮추거나 완전히 철수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AP2 프로젝트는 투자액이 롱손 프로젝트와 비슷해 5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SCG 입장에서는 사업기반이 정비된 인도네시아 투자가 합리적이나 롱손 프로젝트를 합작에서 단독투자로 전환한 상황이어서 투자집중이 불가피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SCG는 원래 CAP2 운영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고려하지 않았고 CAP에게 자기자본이나 제3자 투자를 활용할 것을 요구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양사는 아시아를 중심으로 투자가를 모색할 의향을 보이고 있으며 SCG는 일본 금융기관과도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는 인도네시아가 SCG의 중요한 생산거점이라는 점에 변화가 없기 때문에 가동시기가 다소 늦어질 가능성은 있으나 프로젝트가 완전히 중단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Pertamna, CPC와의 합작투자도 불투명
인도네시아 국영기업 페르타미나(Pertamina)는 2018년 10월 타이완의 CPC와 나프타(Naphtha) 베이스 스팀 크래커 신규건설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2026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투반(Tuban), 발롱간(Balongan)을 후보지로 검토하고 있으나 부정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페르타미나는 최근 수년간 정유공장 고도화 및 신규건설, 석유화학 투자를 계획하고 다양한 MOU(양해각서)를 체결했으나 타이 PTT Global Chemical, 중국 사이노펙(Sinopec), 일본 JXTG에너지(JXTG Nippon Oil & Energy) 등이 투자일정 및 채산성을 이유로 잇따라 철수한 바 있다.
최근에는 중동산 중질 고유황 원유를 정제하기 위해 보르네오섬 동해안에 위치한 발릭파판(Balikpapan) 정유공장의 개조공사에 착수했다.
중동산 원유를 수입·처리해 부가가치 높은 경질 저유황 원유로 수출함으로써 외화를 벌어들이는 방식으로, 일본 상사가 1990년대 최초로 제안했으나 무려 약 20년이 지나서야 실행에 옮기는데 성공했다.
페르타미나는 정권의 정책에 좌우되는 경향이 있어 투자 실현까지 다양한 난관에 부딪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앞으로도 석유화학 사업을 확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롯데케미칼,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 추진
롯데케미칼은 인도네시아에서 석유화학 컴플렉스 건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동남아 석유화학 자회사 롯데티탄(Lotte Chemical Titan)을 통해 2012년부터 인도네시아 자바(Jawa)의 반텐(Banten)에서 에틸렌 생산능력 100만톤의 NCC(Naphtha Cracking Center)를 비롯한 유도제품 플랜트까지 석유화학 컴플렉스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2010년 롯데티탄을 인수한 직후부터 추진해온 프로젝트로, 2012-2017년 부지 확보에 난항을 겪으며 추진 자체가 장기간 지연됐으며 2018년에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구속으로 중단되는 위기를 맞았다.
부지 문제는 2017년 인도네시아 국영 제철기업 크라카타우스틸(Krakatau Steel)로부터 약 47만평방미터 부지 사용권한을 매입하며 해결했다.
또 신동빈 회장이 2018년 11월 경영에 복귀하며 석유화학부문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추진하겠다고 밝히며 프로젝트 재개에 속도가 붙고 있다.
롯데그룹은 동남아시아를 비롯해 미국, 중국, 러시아 등에서 해외사업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으며 그동안 신동빈 회장의 부재로 지연됐던 글로벌 투자가 재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컴플렉스는 NCC와 유도제품 플랜트로 구성되며 유도제품 생산능력은 구체화하지 않고 있으나 프로젝트 초기 계획안에는 PE 65만톤, PP 60만톤, 부타디엔 14만톤, MEG(Monoethylene Glycol) 70만톤 플랜트를 건설한다고 기재돼 있다.
현재 기본설계를 마친 상태이며 2019년 건설 관련 협상을 완료할 예정이다.
할랄제품 인증법규도 혼란 야기
인도네시아는 2019년 10월 할랄제품인증법을 시행할 예정이어서 식품, 음료, 의약품 등 관련기업들의 대응이 불가피해지고 있다.
인증대상은 식품, 음료, 의약품, 화장품, 각종 첨가물 등 입으로 들어가거나 피부나 머리에 닿는 것으로 화학제품도 다수 포함되며 돼지고기, 주류 함유제품은 기본적으로 할랄제품으로 인정되지 않아 포장에 비할랄 표기가 의무화된다.
이미 취득한 할랄 인증은 새로운 법이 시행된 후에도 유효한 것으로 인정되는 등 단계적인 도입 방침을 세우고 있어 큰 혼란이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나 아직까지 벌칙을 포함한 세칙이나 의약품 취급과 관련된 부분이 정해지지 않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할랄제품인증법에서는 증명서 발행 등 할랄 인증 권한을 가지는 기관이 변경된다.
현재는 이슬람교 고위 성직자로 구성된 이슬람 종교지도자 평의회(MUI)가 최종적인 인증 권한을 보유하고 있으나 2019년 10월 이후에는 종교성 산하 할랄제품인증청(BPJPH)이 맡을 예정이다.
아울러 온라인 신청 시스템을 정비하고 있어 인증 절차가 효율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할랄 적합제품인지 아닌지 실제로 검사하는 업무는 BPJPH가 지정하는 할랄검사기관이 수행하며 충분한 직원과 자체 검사설비를 보유하고 있는 관민 연구기관, 대학 연구소 등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인증대상은 1단계로 육류와 음료를 포함시키고 2단계 일반 식품, 3단계 의약품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나 2단계 이후는 정확한 시행시기가 결정되지 않았다.
의약품은 비할랄제품이라도 대체제품이 없으면 판매가 용인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MUI도 계속 동일한 견해를 밝히고 있으나 실제로 어떻게 운용될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며 구체적인 검사방법·기준이 정해지지 않아 시행시기가 다소 미루어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강윤화 선임기자: kyh@chemloc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