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제품 수출 환경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중국 경제가 예상 밖으로 저조한 측면도 없지 않지만 중국이 신증설을 통해 자급률을 끌어올리고 있고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심화되면서 중국의 미국 수출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의 중국 수출의존도는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고 오히려 심화되는 측면이 있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20-30년 전부터 중국에 대한 수출의존도를 낮추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또 강조했지만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특히, P-X는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중국 수출의존도 30-40%도 낮지 않은 판국에 90%를 넘어 97-98%에 달한다는 것은 지나침을 넘어 스스로 휘발유를 뒤집어쓰고 불 속에 뛰어드는 형국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수출할 곳이 없다고 하더라도 한 국가에 90% 이상을 수출하는 것은 전례를 찾아볼 수 없다.
더군다나 중국과 한국이 항상 긴장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북한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SM은 P-X와 같이 중국 수출의존도가 그리 높지는 않았지만 중국이 자급률을 높이면서 반덤핑으로 한국산 수입을 규제하자 중국 수출 뿐만 아니라 전체 수출도 곤두박질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많은 양을 수출하면서도 많은 양을 수입하는 형국이어서 수출 감소를 수입 감축으로 커버해 다행이지 그렇지 않았더라면 어찌해야 할지 답을 찾을 수 없었을 것이다.
SM은 국내 수요처가 상당해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지만 P-X는 전혀 그렇지 않다는데 문제가 있다. 다운스트림인 PTA 생산능력이 상당하지만 중국의 신증설로 이미 100% 자급화를 넘어선 상태이고 지금도 1000만톤이 넘는 투자를 추진하고 있어 구조조정이 절실한 상태이다. 최종 다운스트림인 폴리에스터는 이미 경쟁력을 상실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만약, 중국이 어느 날 갑자기 P-X 수입을 반덤핑으로 규제하고 나선다면 어찌할 것인가? 그저 막막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중국의 P-X 생산능력이 턱없이 부족해 당장은 반덤핑이라는 족쇄를 채우지 않겠지만 현재의 속도로 신증설을 추진하고 인디아 및 동남아 국가들이 수출에 적극 나선다면 어떠한 반응이 돌아올지 짐작이 가고도 남음이 있다.
더군다나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이 장기 거래를 염두에 두고 계약거래를 선호하기보다는 단기 거래가 중심인 현물 공급에 치중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최근 중동 국가들이 중국시장을 일정부분 장악하고 있는 가운데 동남아가 자급률을 끌어올리고 있고 미국마저 셰일 베이스 수출에 적극 나서면서 한국산 구매를 기피 또는 거부하는 현상이 감지되고 있다. 한국산이 아니어도 부족물량을 충분히 조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일 것이다.
현물거래는 원료가격 변동도 중요하지만 수급에 따라 등락이 좌우된다는 점에서 국내기업들이 높은 가격을 받기 위해 공급을 조절하거나 배짱 거래로 일관하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건전한, 그리고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한 거래상대가 아니라는 인식이다.
앞으로도 수출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라면 상호 호혜적인 입장에서 신뢰를 바탕으로 거래할 수 있도록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릴 수 있는 장기적이고도 넓은 안목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