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PVDF(Polyvinylidene Fluoride) 시장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쿠레하(Kureha)는 이와키(Iwaki)에 신규 건설한 생산설비를 상업 가동했다.
PVDF는 주로 LiB(리튬이온전지) 바인더에 사용되는 수지로 쿠레하가 이와키 공장을 증설한 것은 8년만이다.
전기자동차(EV)를 중심으로 자동차에 탑재하는 배터리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한국, 일본, 중국 배터리 생산기업에 대한 공급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증설을 단행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쿠레하는 이와키 공장을 기능성 수지를 비롯한 고부가가치형 제조공장으로 육성하는 차별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으며 PVDF가 전략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약 47억엔을 투입해 2018년 8월 신규설비를 준공했으며 이후 시험가동, 수요기업에 맞춘 품질 확인을 거쳐 2019년 1월 상업운전에 들어갔다.
PVDF는 접착성, 전기적 안정성, 리튬이온 투과성이 뛰어난 특징을 바탕으로 주로 양극 집전체에 활물질을 도포할 때 바인더로 사용되고 있다.
바인더는 도전성을 저하시키는 내부 저항으로 작용함에 따라 소량 투입만으로도 높은 접착성능을 발휘할 것이 요구되고 있다.
쿠레하는 LiB 바인더용 PVDF 세계시장의 40% 수준 장악하며 2강으로 활약하고 있는 가운데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신규설비를 건설했다.
PVDF는 불소화합물을 이용해 중간원료인 모노머를 만든 후 현탁중합공법으로 물속에서 교반하면서 폴리머화해 생산하기 때문에 중합, 세정, 탈수 등에 사용하는 설비를 새롭게 도입했으며 배터리 단락을 유발하는 금속, 이물질에 대한 대책도 철저하게 강구했다.
또 기존설비를 포함한 모든 PVDF 플랜트를 일괄적으로 감시·제어하는 계기실을 재건설했다.
쿠레하는 1970년 일본에서 최초로 PVDF를 공업화해 이와키 소재 300톤 설비를 가동했다.
초기에는 높은 내열성, 내약품성 등 특성을 활용해 낚싯줄, 화학공장 밸브 및 커플링, 태양전지 백시트, 수처리용 중공사막 등 다양한 용도를 개척했으나 대규모 수익원은 확보하지 못했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 전환기를 맞았다. 핸디형 비디오카메라에 LiB가 탑재된데 이어 컴퓨터, 휴대폰 등 소형기기를 중심으로 LiB 시장이 확대됨에 따라 바인더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쿠레하는 2011년까지 PVDF 4000톤 생산체제를 구축했으며 2013년 신규 가동한 중국 장수(Jiangsu)의 창슈(Chang-shu) 소재 5000톤, 최근 상업가동을 시작한 이와키 증설설비를 포함해 총 생산능력을 1만1000톤으로 확대했다.
최근에는 자동차에 탑재하는 배터리용으로 바인더 수요 증가가 가속화되고 있다.
정책적인 영향도 있어 세계적으로 전동자동차 전환이 급속히 진행되고 있으며, 중국 정부는 2019년부터 자동차 생산기업에 EV를 비롯한 신에너지 자동차(NEV: New Energy Vehicle) 제조·판매를 의무화하는 규제를 시작할 방침이다.
Fuji Keizai에 따르면, 글로벌 자동차용 2차전지 시장은 2030년 12조4000억엔(약 125조7000억원)으로 2017년에 비해 3.5배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쿠레하는 PVDF 사업의 LiB용 판매비율이 70-80%에 달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자동차 배터리용으로 중국 및 한국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한국화학연구원이 2차전지와 태양전지의 필수 소재로 사용되는 PVDF 공정기술을 개발해 켐트로스(대표 이동훈)에게 이전했다.
불소수지의 일종인 PVDF를 제조하는 공정기술로, PVDF 제조공정은 원료로부터 열분해 반응 및 정제공정을 거쳐 VDF 단량체를 만드는 1단계, 단위분자인 VDF를 결합하는 중합공정을 통해 고분자 수준의 PVDF를 만드는 2단계로 구성돼 있다.
한국화학연구원 연구진은 VDF를 생산하는 단위분자 제조공정과 해당 공정을 활용해 PVDF를 만드는 고분자 제조공정을 모두 개발했다.
특히, 원료로부터 VDF를 생산하는 열분해 기술에서 열분해 반응 전환율 99.5%, VDF 순도 98.5%, 정제 VDF 순도 99.97% 등 세계 최고 상용기술과 동등한 결과를 얻었다.
다시 말해 불순물이 거의 생성되지 않은 것으로, 미국·일본·독일은 열분해 전환율 98%, VDF 순도 95-98%를 기록하고 있다.
또 VDF 제조기술을 토대로 동일규모 PVDF를 만들 수 있는 공정도 개발했으며 이미 국내에 후속 PVDF 가공 및 조립산업이 활성화돼 있는 만큼 사실상 PVDF 자급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PVDF는 내후성, 내오염성 등이 우수해 2차전지 양극재, 태양전지 필름, 취수장 분리막 등 산업 전반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제조공정 기술을 확보하지 못해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벨기에 솔베이(Solvay), 프랑스 아케마(Arkema), 일본 쿠레하 등이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다.
국내 PVDF 수입량은 4000톤, 수입액은 1000억원 수준으로 켐트로스가 상업화에 성공하면 수입 대체효과가 막대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