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중국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1990년대 초까지는 상호 왕래할 수 없는 적대관계를 유지했으나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정책 이후 중국경제가 고도성장을 계속하면서 무역을 중심으로 상호의존도가 커졌으며 오늘날에는 없어서는 안 될 지경에 이르고 있다. 물론, 중국도 꼭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화학산업은 정치, 사회, 경제를 넘어 더욱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석유화학은 한국이 글로벌 생산대국으로 발돋움한 후 생산량의 50% 이상을 수출하고 수출량의 50% 이상을 중국으로 내보내고 있을 정도이다. 무기화학은 국내 생산의 경쟁력 저하로 중국산 수입의존도가 매우 높고, 정밀화학은 염료, 안료를 중심으로 중국산을 수입하지 않고서는 가공공장을 가동할 수 없는 지경이다.
특히, 의약품 및 건강식품은 원료·중간체의 중국산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인디아 및 유럽산도 일부 수입하고 있으나 중국산 수입이 끊기면 당장 공장을 가동할 수 없을 정도이며, 중국이 일시적으로 생산을 중단하거나 수출을 차단하면 엄청난 타격을 받는 사례가 비일비재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사망자가 78명에 이르고 사상자가 700명을 넘어선 장쑤성 옌청 화학단지가 대표적이다. 중국 옌청시 당국은 샹수이 화학단지의 폐쇄를 결정하고 인근 화학단지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나서 수소화 공정을 필요로 하는 원료 및 중간체 수입이 일부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톈자이 폭발사고는 사망자가 165명에 달한 톈진 물류기지 폭발사고 이후 가장 큰 사고로 중국 당국은 사망자가 30명 이상에 달하자 특별중대사고로 규정하고 전국에 산재해 있는 위험 화학제품의 수소화 프로세스 관련 설비를 비롯해 생산, 유통, 저장시설에 대한 전면검사에 들어갔다고 한다.
수급 차질이 벤젠계 원료, 중간체에서 끝나지 않고 화학제품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로, 국내 화학기업 및 수요기업들의 적극적 대처가 필요하다. 수입처를 다원화함은 물론 중국산 수입에만 의지하지 않도록 국산화 노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중국은 1990년대 이후 급격히 산업화를 추진함으로써 화학공장의 안전성이 크게 결여돼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고 앞으로 중대형 안전사고가 다발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코스트를 이유로 중국산에 대한 의존을 줄이지 않는다면 상당히 곤란한 지경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화학공장의 안전성 결여에 앞서 경제성장률이 크게 둔화될 것이라는 예측이 강조되고 있어 중국산 수입 뿐만 아니라 중국에 대한 수출도 상당한 차질이 우려되고 있고 최근 현실화되고 있다. 표면에 미국과 중국의 무역마찰이 자리를 잡고 있지만 부동산 폭락, 과잉부채 등 여러 가지 불안요인이 잠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만약, 미국과의 무역협상이 순조롭게 타결되지 못하면 2020년 이후 중국경제가 곤두박질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경제·사회적 불안요인이 그만큼 크다는 것으로 중국에 대한 수출의존도를 낮추지 않으면 낭패를 당할 수도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중국은 손가락으로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리스크가 많다는 점에서 석유화학을 비롯한 국내 화학기업들의 적극적 대응 노력을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