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ABS(Acrylonitrile Butadiene Styrene) 시장에서 투명 그레이드 바람이 불고 있다.
ABS는 주로 전자제품에 투입됐으나 최근 들어서는 자동차를 중심으로 수요가 증가함으로써 투명 그레이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중국, 수입량 201만톤으로 확대됐지만…
국내 ABS 시장은 중국 수출이 정체되면서 앞날이 불투명해지고 있다.
중국은 ABS 수입량이 2018년 201만2526톤으로 전년대비 12.5% 늘어나면서 2016년 이후 이어진 증가세를 계속했고 최근 10년만에 처음으로 10%대 증가율을 기록하는 등 호조를 계속했으나 한국산은 그만큼 늘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체 수입 증가율은 2016년과 2017년 4-6% 수준에 그쳤으나 2018년에는 상반기 수입량 증가가 눈에 띄었다.
춘절 연휴 영향으로 감소했던 2월을 제외하면 나머지 5개월 동안 30%에 가까운 증가율을 나타냈다.
반면, 하반기에는 9월 이후 감소세가 뚜렷했다.
주력 용도인 가전제품용 수요가 미국과의 무역마찰에 따라 감소하고, 추가관세 대상 지정 등으로 생산은 물론 판매대수 부진이 이어진 때문으로 판단된다.
한국산 수입 0.6% 증가에 수출단가도 하락
한국산 ABS는 중국 수입시장에서 말레이산에 밀려나고 있다. 중국은 2018년 ABS 수입량의 75%를 타이완, 한국산에 의존했으나 한국은 물론 타이완도 크게 증가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산 수입은 42만443톤으로 0.6% 증가에 그쳤다. 대신, 말레이산 수입이 15만7697톤으로 64.3% 급증하는 등 영향력 확대가 두드러졌다.
말레이산은 중국 수입 ABS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2017년 5.4%에서 2018년 7.8%로 상승한 것으로 파악된다.
수출단가 하락도 국내 ABS 시장에 타격을 미쳤다. 중국은 ABS 수입액이 2018년 39만1971만달러로 11.7% 증가했다.
수입량 증가를 소폭 하회했음에도 호조를 계속한 편이나 수입단가가 미국과 무역마찰이 본격화된 하반기부터 하락한 것으로 알려져 무역마찰이 계속되고 있는 2019년에도 영향이 우려된다.
중국 ABS 수입단가는 2018년 7월에는 kg당 2.00달러로 전년동월대비 7.8% 높은 수준을 나타냈으나 미국과의 무역마찰 영향으로 하락하기 시작해 9월에는 1.94달러로 2.4% 떨어졌고 12월에는 1.70달러를 기록하며 하락폭이 16.6%까지 벌어졌다.
2019년에도 수입단가 하락이 계속되고 있으며 1월 수입단가는 1.63달러로 19.7% 하락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A&L, 미국 현지 조달체제로 전환
일본도 중국시장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어 한국산의 영향력 약화에 대한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 일본 A&L은 ABS 사업의 글로벌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A&L은 상하이(Shanghai), 타이 방콕(Bangkok), 인디아 뭄바이(Mumbai), 미국 미시건에 현지법인을 두고 일본 자동차 관련기업 등에게 ABS를 공급하고 있다.
중국, 타이, 인디아에서는 현지 컴파운드 생산기업에게 ABS 생산을 위탁했으며 최근에는 미국 및 중국 시장 공략에 주력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2년 전 일본 자동차 관련기업들에 대한 공급을 담당하는 현지법인을 설립한 것을 바탕으로 2019년부터 현지에서 컴파운드 위탁생산을 시작하고 그동안 수입하던 체제에서 현지조달로 전환할 계획이다.
우선 스미토모케미칼(Sumitomo Chemical)에게 착색, PC(Polycarbonate) 얼로이(Alloy) 등 컴파운드를 위탁할 계획이며, 수요처의 요청에 따라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제를 마련함에 따라 미국에서 ABS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일본 A&L이 출자한 컴파운드 생산기업의 공장 이전이 결정됐고 상하이의 다른 지역에 건설할 신규공장을 약 1년 반 후에 상업가동하고 생산능력도 3만톤으로 2배 확대할 방침이다.
중국에서는 일본 자동차기업 뿐만 아니라 유럽과 미국기업들의 투자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으며 A&L이 자본 참여하고 있는 일본계 컴파운드 생산기업이 수요 신장에 맞추어 상하이 내부의 다른 지역으로 확장 이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늦봄 혹은 초여름경 상업가동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생산능력은 3만톤으로 시작해 조기에 5만톤, 최종적으로는 8만톤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생산품목은 친환경 도금 그레이드를 검토하고 있으며 고부가가치 그레이드 등도 갖출 예정이다.
타이, 인디아 공세도 강화하고 있다. 타이와 인디아에서는 현지법인의 공동출자 상대로 ABS를 생산하고 있는 현지 생산기업들과 협력관계를 더욱 강화해나갈 계획이다.
타이 IRPC에 대해 ABS의 원료인 고무 중합과 관련된 새로운 기술 라이선스를 공여하며, 공장 전체의 컨설팅 업무를 담당하는 것도 최근에 결정됐다.
생산능력 강화와 품질 향상 등에 대한 조언을 실시할 방침이다.
인디아에서도 제휴상대인 Bhansali Engineering Polymers가 고부가가치화를 추진할 수 있도록 기술을 지원할 예정이다.
도레이, 투명 그레이드30% “장악”
도레이(Toray)는 멕시코에서 ABS 특수 그레이드 컴파운드를 생산할 계획이다.
아시아 이외 지역에서 ABS 컴파운드를 생산하는 것은 처음이며, 북미 자동차 시장에서 급증하고 있는 고기능 ABS에 대한 수요를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기존에는 수출을 통해 대응해왔으나 현지생산으로 전환함으로써 수요처에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고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지에 구축한 자사 EP(엔지니어링 플래스틱) 컴파운드 생산기지를 활용해 2019년 중반 상업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며, EP 사업에서 확보한 자동차기업에 대한 판로를 활용함으로써 고기능 ABS를 중심으로 북미시장 개척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도레이는 ABS를 일본 치바(Chiba)에서 7만2000톤, 말레이지아에서 35만톤 플랜트를 가동하고 있으며 말레이 공장은 2020년 11월까지 생산능력을 7만5000톤 더 추가하는 방법으로 투명 ABS를 증설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레이는 투명 ABS 분야에서 글로벌 시장점유율 30%를 장악하고 있다.
2개 공장은 중합에서 컴파운드까지 일괄생산이 가능한 설비로, 컴파운드제품은 아시아 가전, 사무기기, 자동차 용도 등으로 공급하며 일부는 유럽과 미국 등에 수출하고 있으나 전체 판매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 미만에 머무르고 있다.
이에 따라 유럽·미국 시장 개척을 적극 추진하기 위해 우선 멕시코에서 ABS 컴파운드를 생산하기로 결정했다.
ASA(Acrylonitrile Styrene Acrylate), PC(Polycarbonate)/ABS 얼로이 등 특수 그레이드를 생산할 예정이다.
멕시코에서 투명 그레이드 상업화…
도레이가 북미에서 ABS 컴파운드를 생산하는 것은 위탁생산을 포함해 최초의 시도이며, 기존 중국 컴파운드 생산기지에서 특수 그레이드 생산을 위해 구축한 방법을 북미에도 적용할 방침이다.
멕시코 생산은 현지의 자사 EP 생산기지를 활용할 방침이며, 현재 샘플생산을 통해 사양 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수출제품과 사양이 맞다는 점을 확인하면 바로 현지생산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그동안 북미에 특수 그레이드를 수출해왔으나 편의성, 대응능력 향상을 위해 현지생산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화를 통해 세밀한 대응이 가능해짐에 따라 자동차부품 생산기업에 대한 판매량 증가를 기대하고 있다.
도레이는 북미에서 나일론(Nylon), PBT(Polybutylene Terephthalate), PPS(Polyphenylene Sulfide) 등 EP 컴파운드를 생산하고 있으며 우선 EP 분야에서 다양한 채용실적을 갖춘 일본기업을 대상으로 판매량 확대를 추진하고 이후 북미 자동차기업을 대상으로 제안을 강화할 예정이다.
고기능 투명 ABS의 유럽, 미국 수출 확대도 준비하고 있다.
투명 ABS 증설을 계기로 일본에서 생산하는 투명 ABS 가운데 의료용, 내약품용 그레이드 등 특수제품은 유럽·미국시장에 제안할 예정이다.
도레이는 ABS 사업에서 고부가가치 전략을 가속화하고 있으며 세계 각국에 구축한 EP 컴파운드 생산망을 활용해 아시아 이외 지역에 대한 판매량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멕시코 공략을 계기로 미국, 유럽 현지에서 ABS 컴파운드를 생산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말레이에서도 투명 그레이드로 “승부”
말레이지아에서는 투명 ABS 생산을 확대한다.
도레이는 말레이지아에서 총괄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현지 그룹기업 Toray Industries Malaysia(TIM)를 포함한 약 8사를 활용해 투명 ABS 사업을 확대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말레이 소재 ABS 공장은 2018년 말 증설투자 계획을 발표한 가운데 특히 투명 그레이드 공급을 확대할 계획이다.
자동차부품 등에 사용하는 ASA 제안작업도 강화하고 있다.
ABS 및 ASA 공장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에너지 절감 프로젝트도 조만간 실시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레이는 말레이의 ABS 중합능력을 약 20% 확대해 총 42만5000톤 생산체제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19년 3월 공사에 착수해 2020년 11월 가동할 예정이다.
증설 대상인 투명 그레이드는 모노머에 MMA(Methyl Methacrylate)를 사용해 내약품성, 내산성 등이 우수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증설투자를 통해 가전제품, 자동차부품용을 중심으로 수요 증가에 대응함과 동시에 현재 세계 1위인 투명 그레이드 시장 점유율을 유지해나갈 방침이다.
2015년 시장에 진출했던 ASA는 ABS의 B, 즉 부타디엔 고무(Butadiene Rubber) 대신 아크릴 고무(Acrylic Rubber)를 사용해 내후성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도장을 줄인 자동차 외장부품 용도로 공급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레이는 후발주자이지만 독자적인 저코스트화 기술을 통해 판매 확대를 도모하고 있다.
PET필름에 IT 솔루션 제공까지…
PET(Polyethylene Terephthalate) 필름 관련제품도 최근 공업용 필름 사업이 고전하고 있으나 LiB(리튬이온전지) 분리막(LiBS) 슬릿 가공과 연포장 소재용 알루미늄 증착필름 생산설비를 풀가동하고 있어 추가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증착필름은 샴푸 등에 사용하는 스탠딩 파우치나 식품포장 용도에서 거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에너지 절감 프로젝트도 추진해 현지법인 가운데 하나인 Penfabric의 공장에서 사용하는 냉장용 에너지 사용을 최적화할 방침이다.
일본 IT 서비스기업과 현지 도레이 그룹기업에게 IT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는 Toray Malaysia Systems Solutions가 에너지 절감에 주력하고 있다.
냉장용 에너지 사용량을 10% 절감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으며 조만간 시스템 운용을 시작할 예정이다.
<강윤화 선임기자: kyh@chemloc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