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아가 화학제품 수입규제를 강화할지 주목된다.
인디아 정부는 2018년 9월부터 가성소다(Caustic Soda)에 공업제품 규격인 BIS(Bureau of Indian Standard)를 적용해 품질 인증을 받지 못한 수입제품 유입을 차단해왔으며, 주로 액상제품 수출이 타격을 받은 것으로 파악된다.
4월부터 일부 일본산 수입 재개
인디아는 가성소다 자체 생산능력이 충분하기는 하나 물류능력 부족으로 수입 의존도가 높았고 BIS 적용 이후 주요 수요처인 알루미나(Alumina) 정제, 제지, 섬유, 비누 생산기업들이 수익성 악화를 호소하고 있다.
현재 일본산을 중심으로 BIS 인증을 받은 수입제품의 유통이 재개되며 수요처의 조달난이 조금씩 해소되고 있으나 앞으로 BIS 의무적용 대상이 가성소다 뿐만 아니라 다른 화학제품으로 확대될 수 있기 때문에 화학기업들의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인디아의 가성소다 수입규제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나라는 일본으로 파악된다.
일본은 액체 가성소다를 인디아와 오스트레일리아에 주로 수출하고 있으며, 2017년에는 인디아에 25만톤을 수출하면서 인디아 전체 수입 40만톤 가운데 60%를 장악한 것으로 집계됐다.
2018년에도 BIS 적용 직전까지 일본산이 수입제품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인디아 알칼리제조업자협회(AMAI)에 따르면, 인디아는 가성소다 수요가 400만톤으로 레이온 섬유용 20%, 알루미나 정련 10% 이상, 종이·펄프 제조 10%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연평균 6-8%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생산능력은 370만톤 정도로 Grasim, Gujarat Alkalies & Chemicals 등 메이저가 있으나 가동률이 80% 수준이고 생산설비가 서부에 집중돼 있어 동부에 주로 소재한 수요처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결국 수출길이 막힌 일본기업들이 자체적으로 인증작업에 착수해 빠른 곳은 2019년 4월부터 수출이 재개되고 있으나 가성소다 사태가 인디아 화학제품 수입규제의 신호탄이었다는 주장이 강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BIS 화학제품 전반 확대적용 우려
인디아는 중국산 수입제품이 저가에 자국시장을 장악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목적으로 철강제품을 중심으로 BIS 적용을 시작했다.
화학제품은 가성소다가 최초였으며 철강과 동일하게 중국산 차단을 위한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수입제품과의 경쟁을 막기 위한 인디아 전해(CA: Chlor-Alkali) 생산기업들이 신청해 시행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다만, 인디아 정부가 내수 증진을 위해 화학산업 육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어 화학제품 전반에 대한 수입규제가 시작될 수 있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인디아는 현재 에틸렌(Ethylene) 생산능력이 700만톤이 넘는 수준이고 2025년까지 400만톤 이상을 추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아직까지는 화학제품 순수입국으로 수입제품 없이는 내수를 충당할 수 없는 수준이나 현지 생산기업 육성에 힘을 쏟으면서 수입 의존도를 낮추고 있다.
반대로 인디아가 쉽게 수입규제를 강행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반론도 등장하고 있다.
가성소다가 특수한 사례였을 뿐으로, 화학제품은 수입의존도를 단번에 낮출 수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다른 화학제품은 대상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철강기업들의 로비로 가성소다가 피해를 입었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알루미나 정련업자들이 늘어나면서 알루미늄 소재가 대두될 것을 우려한 철강 관계자들이 정부에 제재를 요청했다는 것이다.
수입 의존도가 높은 PVC(Polyvinyl Chloride) 역시 2019년 4월부터 관세를 2%에서 1.4%로 낮추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화학제품 전반에 대해 수입규제를 강화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국도 BIS로 인디아 수출 “제로”
한화케미칼을 비롯한 국내 가성소다 생산기업들은 인디아 수출이 2009년 이후 3만-4만톤 수준을 유지한 후 2014년 12만2986톤으로 일시적으로 폭증했으나 2015년 반덤핑관세가 부과되며 2016년과 2017년에는 각각 1만4841톤, 1만8674톤으로 격감했고 2018년에는 BIS 규제 강화에 따라 아예 0톤을 기록했다.
반면, 중국 수출은 급증세를 나타내고 있다. 중국 수출량은 2015년 29톤, 2016년 41톤, 2017년 109톤에 불과했으나 2018년 5075톤으로 폭증했다.
기존 주요 수출국인 오스트레일리아는 여전히 수출 1위 자리를 장악하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 수출은 2015년 33만1968톤에서 2016년 27만7390톤, 2017년 26만4875톤, 2018년 26만981톤으로 감소했으나 수출비중은 2018년 기준 67%로 과반을 차지하고 있다.
베트남 수출은 2015년 1만662톤에서 2016년 1만9913톤으로 증가한 후 2017년 1만2296톤으로 감소했고 2018년에는 2777톤으로 격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수출은 2015년 62만2581톤에서 2016년 52만7826톤, 2017년 39만9012톤, 2018년 38만7099톤으로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2017년과 2018년 수출량 차이는 1만1913톤으로 인디아 수출이 2만톤 가까이 소멸됐으나 중국 수출이 폭증하며 상쇄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일본, 2018년 출하량 4년 연속 증가
일본 가성소다 시장은 인디아 수출 격감에도 호조를 누렸다.
일본 소다공업협회에 따르면, 2018년 가성소다 출하량은 399만9197톤으로 2017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해 4년 연속 증가세를 나타냈다.
수출은 동남아시아, 오스트레일리아가 안정적으로 늘어 3분기 이후의 인디아 수출 부진을 보완했으며 내수는 종이·펄프용을 중심으로 감소해 400만톤에 미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전체 수출량이 64만6593톤으로 5.9% 늘어 2년 연속 증가세를 나타냈다.
인디아 수출은 인허가 문제로 약 30% 감소했으며 동남아시아에서는 말레이지아 수출이 감소한 반면 타이, 인도네시아, 베트남 수출이 대폭 증가했고 최대 수출국인 오스트레일리아도 5% 수준 늘었다.
인디아 수출 감소가 확실시되면서 동남아시아 및 오스트레일리아 수출을 강화한 영향으로 파악되고 있다.
자가소비를 포함한 내수는 335만2604톤으로 1.0% 소폭 감소했다.
화학공업용은 무기약품, 유기·석유화학, 플래스틱 등 주력 용도가 제자리걸음에서 소폭 증가로 전환됐으나 종이·펄프용이 3.6% 줄었기 때문이다.
전체 생산량은 402만2235톤으로 0.8%, 재고는 15만4020톤으로 17.6% 늘었다. <강윤화 선임기자: kyh@chemloc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