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에 나서면서 국내기업들이 관련 원재료 및 부재 재고 확보에 동분서주하고 있다.
현재 재고 확보 움직임이 활발히 나타나고 있는 분야는 일본 정부가 1차적으로 규제 대상으로 발표한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뿐만 아니라 자동차, 가전제품 등으로 광범위하며 최대 6개월분에 달하는 재고를 확보하기 위해 유럽 및 미국기업들과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기업 사이에서는 일본산 사용 자체를 리스크라고 인식하는 흐름이 정착되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신제품 개발단계에서 일본산 원재료와 부재를 가능한 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일본이 8월28일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안보상 수출심사 우대국)에서 제외한데 이어 추가적으로 어떠한 조치를 취하느냐에 따라 국내시장에서 일본산 원재료 및 부재 등이 차지하는 점유율이 대폭 낮아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기업들은 그동안 일본산 원재료 및 부재를 안정적인 자원으로 평가해왔으며 다소 구매가격이 높아도 고품질제품 생산을 위해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반도체 제조 등에 사용되는 불소(Fluorine)계 폴리이미드(Polyimide), 포토레지스트(Photoresist), 불화수소(에칭가스) 등 3개 화학소재에 대한 수출관리 강화 조치와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 등이 잇따라 시행되며 국내기업들은 더이상 일본산을 안정적 자원으로 평가하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리스크가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반도체 관련 분야에서는 삼성전자 등 메이저들이 관련소재 및 부재 재고 축적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미 일본이 규제에 나선 불소계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불화수소(에칭가스) 뿐만 아니라 제조공정 부재 등으로 대응품목을 확대해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이 직접 나서 9개월분의 재고는 확보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일부 일본 화학기업은 그동안 재고를 축적할 필요가 없어 재고를 만들어놓지 않았던 생산제품조차 한국기업들의 움직임에 발맞추어 재고를 확보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고 확보 움직임은 반도체 관련분야 뿐만 아니라 자동차, 가전제품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정밀화학 및 고기능성 화학소재 분야는 일본산 수입의존도가 상당히 높아 화이트리스트 제외로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또 수출허가 취득 작업이 장기화되면 서플라이 체인이 큰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최대 6개월분의 소재 및 부재 재고를 확보해야 하는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일본산에서 다른 수입제품으로 전환하는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
국내 자동차 및 전자소재 관련 일부 분야에서는 신제품 개발 초기단계에서 일본산을 배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일본기업이 독자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소재·장비를 제외시킴은 물론 중장기적으로는 일본산에서 탈피하려는 흐름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무역상사들은 한국 거래처들에게 일본 정부의 조치가 무역 전면금지가 아닌 만큼 기존에 거래하던 소재는 큰 타격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산업계는 현재의 사태를 자유무역에 위배되는 협박이자 서플라이 체인이 단절될만한 리스크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앞으로도 일본 정부가 추가적인 규제 조치를 강행할 수도 있어 일본과의 견해 차이를 좁히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