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진출한 국내기업이 탈중국 기로에서 사업장을 철수하거나 축소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미국-중국 무역갈등에 따른 중국 경기둔화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을 뿐만 아니라 현지기업 대비 경쟁력 저하,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같은 정치적 이슈에서 촉발된 불매 운동, 미래 사업 불확실성 등이 탈중국을 고민하는 배경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발간한 중국 진출 한국기업의 국내 복귀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한국기업의 중국 사업장 철수 및 축소는 중국 내수시장 판매 부진에 따른 것으로 판단됐다.
여기에 중국 정부의 편파적인 자국기업 지원으로 반중국 정서가 팽배할 뿐만 아니라 미국-중국 무역분쟁이 심화되면서 미국 수출용 중간재 생산기업들은 사업장을 이미 축소했거나 축소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는 미국-중국 무역분쟁, 경기둔화, 단가 상승 등 중국 사업여건 악화로 현지 진출한 국내기업의 중국 사업 조정 필요 증가에 따른 것으로 대기업 6사, 소비재기업 2사, 하청기업 2사 등 10사를 대상으로 실시했다.
산업 분야는 주로 화학·소재, IT·가전, 소비재, 바이오, 전자기기, 자동차부품 등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와 휴렛패커드(HP), 델(Dell) 등에게 배터리팩을 납품하는 A사는 중국 원청기업 주변에 공장을 보유하고 있으나 원청기업의 시장점유율 감소와 인건비 상승에 따른 원가경쟁력 약화, 무역분쟁 여파로 공장 가동률과 매출이 악화돼 칭다오(Qingdao) 공장을 청산했다.
앞으로 HP와 델이 중국 노트북 생산의 30%를 해외로 이전할 계획이어서 A사도 베트남과 인디아 등으로 공장 이전 계획을 검토하고 있으며 임가공은 인건비가 가장 중요해 한국으로 유턴할 가능성은 아예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비재기업 B사는 2018년 무역분쟁으로 중국 판매량이 감소함에 따라 현지공장을 청산했다. 이밖에 생산중단 권한을 가진 중국 당국의 잦은 조사도 사업장 청산 이유로 파악되고 있다.
경영난으로 탈중국을 고민하고 있는 곳들이 대안으로 검토하고 있는 곳은 한국이 아닌 동남아시아와 인디아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조사 참여기업들은 중국시장의 중요성을 감안해 양국 정부 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데에도 의견을 모았다.
정귀일 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동향분석실 연구위원은 “중국에서 국내로 복귀가 가능한 분야는 북미 수출용 고급제품”이라며 “미국-중국 무역분쟁 심화로 중국산 생산제품에 관세가 부과됨에 따라 미국 수출제품을 중국에서 생산하는 것이 더이상 유익하지 않게 됐고 생산비용 증가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