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화학·소재 생산기업들이 헬스케어 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산하에 제약기업을 거느리고 있는지 여부가 수익성을 좌우하는 것으로 나타나 주목된다.
일본은 2018년 4월 의약품 가격제도 개혁을 실시했고 신약 가격이 대폭 하락하면서 전체적으로 의약품의 수익성이 약화되고 있다.
제약기업을 보유한 미츠비시케미칼(Mitsubishi Chemical), 스미토모케미칼(Sumitomo Chemical), 도레이(Toray), 테이진(Teijin) 4사는 수익성이 악화됐고, 해외 제약기업이나 벤처기업에게 바이오 의약품을 위탁생산하는 가네카(Kaneka), 후지필름(Fuji Film)은 영업이익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약기업 보유 여부가 수익성 좌우
일본은 2019회계연도(2019년 4월-2020년 3월) 소비세 증세에 따른 의약품 가격 개정, 2020회계연도(2020년 4월-2021년 3월)에는 2년마다 1번씩 실시되던 의약품 가격 조정이 매년 진행되는 것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세계적으로도 의료 긴축재정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어 안정된 수익원을 확보하지 못한 제약기업들은 당분간 수익성 악화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아사히카세이(Asahi Kasei)와 후지필름도 산하에 제약기업을 거느리고 있으나 수익성이 악화되지 않았다는 점이 주목되고 있다.
아사히카세이는 2018회계연도(2018년 4월-2019년 3월)에 미국을 중심으로 의료기관용 제세동기 판매가 크게 증가함으로써 의약품과 의료 사업의 영업이익 감소를 상쇄했다.
후지필름도 미국에 기반을 두고 실시하고 있는 바이오 의약품 위탁생산 사업과 내시경, X선 화상진단장치 판매가 증가하면서 헬스케어 사업에 주력하고 있는 9개 화학·소재 생산기업 가운데 가장 높은 영업이익 증가율을 나타냈다.
반면, 미츠비시케미칼과 스미토모케미칼, 도레이는 영업이익이 30% 전후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츠비시케미칼은 난치병 치료제 분야에서 제휴관계를 맺고 있는 노바티스(Novartis)와 로열티 관련 중재절차에 돌입하면서 관련 수익을 수익으로 인식하지 못한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
스미토모케미칼은 건강·농업 사업의 주력인 사료첨가제 시황이 악화돼 수익성이 부진했고, 도레이는 혈액 투석 등 의료기기의 보험상환 가격 하락으로 타격을 받았다.
바이오 의약품 위탁생산이 대세로…
2019회계연도에는 바이오 의약품 위탁생산 분야에서 인수합병(M&A)과 증설을 적극화하고 있는 후지필름, 가네카, JSR의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바이오 의약품 분야에서 주류를 이루고 있는 항체의약품은 약물복합체(ADC) 등 차세대제품이 암이나 난치병용으로 부상하는 가운데 약효가 뛰어나 정부와 투자가들의 지원을 받고 있고, 벤처기업들도 잇따라 진출하면서 신약 연구개발 분야가 넓어지고 있는 가운데 제조는 외부에 맡기는 흐름이 일반화되고 있어 위탁생산 수요 증가를 타고 대폭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스미토모케미칼은 의약품 부문에서 2018회계연도에 큰 타격을 안겼던 감손손실이 없어져 영업이익이 증가세로 전환되고, 미쓰이케미칼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제조하는 의치용 치과소재 수요가 증가하고 부직포 사업도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대로 아사히카세이는 주력 의약품이 후발 의약품의 성장에 밀려나 제세동기 판매가 계속 호조를 나타내도 헬스케어 부문 전체적으로는 영업이익 감소가 불가피해지고 있다.
미츠비시케미칼, 도레이, 테이진 3사는 2019회계연도에도 헬스케어 분야의 수익성 악화가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테이진은 주력인 진풍제 분야가 글로벌 사업에서 고전하고 있고, 도레이는 일본에서 후발 의약품이 등장하면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미츠비시케미칼도 중재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로열티 수익을 수익으로 인식할 수 없어 영업이익이 대폭 감소할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R&D 확대와 전문화 전략이 열쇠
화학·소재 생산기업들은 경기변동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분야로 헬스케어 사업을 주목하고 주력 육성해왔으나 제약기업 유무 등 사업구성 다각화 상황에 따라 수익성이 달라 앞으로 성장전략을 어떻게 정해야 할지 기로를 맞고 있다.
미츠비시케미칼은 미국에서 판매를 시작한 난치병 치료제 사업이 부진한 상태이고, 스미토모케미칼은 블록버스터급 항정신병약 성장이 더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일본은 2사 외에는 의약 사업에서 성장을 견인할만한 신약과 개발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곳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제약 전문가들은 아스테라스(Astellas)나 다이이찌산쿄(Daiichi Sankyo) 등 제약 전문기업들은 특허 만료 영향을 받아도 최첨단 기술을 활용해 신약 후보를 발굴하고 있다는 점에서 화학·소재 생산기업들도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신약 개발 난이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결국 연구개발(R&D) 투자액이 성패를 판가름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약은 석유화학, 소재 사업과는 투자방식이 근본적으로 다른 영역이며 보다 전문적인 전략 수립이 요구되고 있다.
화학기업, 생명과학 육성 가속화…
일본 화학기업들은 생명과학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TPC Marketing Research에 따르면, 일본은 2017년 화학 메이저 16사의 생명과학 사업규모가 2조6837억엔으로 전년대비 8.4% 확대됐다.
일본 화학기업들은 제약기업의 자회사화, 구조재편에 따른 기반 강화를 시작으로 신약 개발 지원, 위탁생산체제 강화, 재생의료 및 바이오의료 투자 등을 통해 생명과학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3.1%로 평균 1677억엔으로 환산되고 있다.
의약품이 1조3026억엔으로 48.5%를 차지해 가장 높았고 의료기기가 9245억엔으로 34.4%, 의약품 원제·중간체가 1413억엔으로 5.3%, 의료소재가 1502억엔으로 5.6%를 차지해 뒤를 이었다.
의약품은 암 관련 의약품, 핵산 의약품 등에 대한 투자를 적극화함에 따라 사업규모가 2016년에 비해 8.3% 확대됐으며, 의료기기는 2016년 감소한 반동으로 2017년 증가세로 전환됐다.
의약품 원제·중간체는 부진이 계속되고 있으나 재생의료 관련 분야에서는 해외 벤처기업 인수 및 제휴를 적극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츠비시케미칼이 5588억엔으로 20.8%를 차지해 1위를 기록한데 이어 스미토모케미칼이 5002억엔으로 18.6%, 후지필름이 4430억엔으로 16.5%, 아사히카세이가 2963억엔으로 11.0%를 차지했다.
생명과학 매출액 1000억엔 이상은 16사 가운데 7사이며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Nippon Kayaku가 28.3%로 가장 높았고 스미토모케미칼이 23.7%, 에어워터(Air Water)가 22.7%, 테이진이 18.6%, 후지필름이 18.2%로 뒤를 이었다.
2018년에는 16사 사업규모가 총 2조8102억엔으로 4.7% 확대된 가운데 의약품이 1조3296억엔으로 47.3%, 의료기기가 9765억엔으로 34.7%, 의약품 원제·중간체가 1470억엔으로 5.2%, 의료소재가 1601억엔으로 5.7%를 차지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바이오산업, 의료에서 소재로 이동
일본 정부는 바이오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새로운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발표한 바이오 전략 2019는 의료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소재를 비롯한 산업의 바이오화가 진전되고 있다는 판단 아래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 디지털 기술을 연동시켜 세계시장을 고려한 연구개발 기지인 국제 바이오 커뮤니티를 형성하겠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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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전략은 4가지의 이상적인 사회상과 바이오 의료, 재생의료 등을 지원하는 관련산업, 고기능 바이오소재, 바이오 플래스틱 등 9개의 중점 시장영역 등을 설정할 계획이다.
앞으로 10년을 대상으로 한 로드맵과 함께 작성할 계획이며 통합 이노베이션 전략 2019에도 포함시킬 방침이다.
소재를 일본의 강점산업 가운데 하나로 설정하고 있으며 CNF(Cellulose Nano Fiber), 리그닌 등 가볍고 강인한 바이오소재로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배양기술을 강화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바이오 플래스틱은 생분해성 플래스틱을 포함해 화석자원에 의존하지 않는 신규 플래스틱으로 온실가스(GHG) 감축, 해양 플래스틱 폐기물 문제 해결에 기여할 계획이다.
유기폐기물과 배수처리 분야에서는 퇴비, 화학제품 등을 고부가가치 물질과 소재 등으로 전환하는데 주력한다.
신소재 생산이 기대되는 분야는 스마트 셀로, 효율적인 합성에 활용이 가능한 대사경로 디자인 등을 실현하기 위해 공적조직이나 관련기업들이 보유한 게놈, 유전자, 배양·대사 관련 데이터를 가상 일원화하는 데이터 베이스를 구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제 바이오 커뮤니티는 세계 각국의 인재가 모일 수 있는 대규모 기지로 만들어 기초연구에서 사회실장, 창업까지 총망라하도록 할 방침이다.
막대한 투자자금이 필요해 민간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투자를 유치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으며 총 2곳을 건설할 예정 아래 2020년까지 후보지를 공모할 계획이다.
또 기능성 표시 식품 분야에서는 과학적 노하우 축적을 통해 면역기능 개선 등 표시항목 추가도 진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