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문명과 산업 발전에서 전기, 자동차, 통신을 빼놓을 수 없듯이 플래스틱은 일상생활에서 꼭 필요한 존재이고 없으면 대단히 불편할 수밖에 없는 생활필수품으로 자리를 잡은 지 오래됐다.
플래스틱은 가볍고 견고하며 편리한 가운데 가격까지 저렴하니 부담 없이 사용하는 생활 도구로 자리를 잡고 있다. 생활용품이나 가공식품 포장에도 필요하고 가전제품이나 건축자재 포장에도 유용하며, 나아가 반도체, 전자, 자동차도 플래스틱을 필요로 하고 있다.
하지만, 플래스틱이 너무 흔하게 사용된 나머지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부상했고 해양오염은 심각성이 더해 반드시 퇴출시켜야 할 존재로 여겨지고 있다. 땅속에 묻어도 500년 이상 썩지 않고 바다가 온통 플래스틱 쓰레기 천지로 변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세 플래스틱 문제가 급부상한 이유이고 세계적으로 플래스틱 사용 및 처리를 개선·규제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서고 있는 이유이다. 만약, 현재와 같이 플래스틱을 무분별하게 생산하고 사용한다면 머지않아 지구 전체가 플래스틱으로 뒤덮여 인류 문명에 치명타를 안길 것이라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바스프, 다우케미칼 등 글로벌 화학기업들은 플래스틱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생산과 소비 양 측면에서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고 유럽, 일본은 플래스틱 사용 감축에 발 벗고 나섰으며 경제·산업적으로 한국을 쫓아오고 있는 타이까지도 플래스틱 문제 해결에 적극적이다.
글로벌 화학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서는 것은 플래스틱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화학산업을 지속가능하게 영위할 수 없다는 절박감이 깔려 있고, 플래스틱 원료를 생산해 공급하고 있다는 원초적 책임감도 작용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환경부가 플래스틱 및 비닐류 사용 감축을 주도하는 가운데 석유화학기업이나 플래스틱 가공기업들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석유화학기업들은 한국이 플래스틱 원료 생산대국으로 성장한 마당에 정부가 정면으로 플래스틱 문제를 건드리지 못할 것이라는 자신감이 엿보이고 있고, 플래스틱 가공기업들은 중소기업으로서 어찌할 방법이 없다며 남의 일로 치부하고 있다.
오히려 전자제품 생산기업들은 플래스틱 재활용 대책을 활성화하면서 포장소재를 플래스틱에서 폐지로 전환하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고, 생활용품 및 가공식품 생산기업들도 재활용이 불가능한 복합소재 사용을 피하고 단일소재를 사용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환경부도 일상화되고 있는 포장용 비닐을 줄이기 위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음료용 플래스틱 사용을 규제하는 시간표를 마련하고 있다. 환경부의 정책이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지만 자원 재활용 대책마저도 없다면 환경 후진국의 오명을 벗을 길이 없을 것이라는 점에서 안심되는 측면도 있다.
한국은 글로벌 4대 석유화학 생산대국이고 플래스틱의 원료인 PE, PP, PS, ABS, 합섬원료, 합성고무는 생산량의 70% 안팎을 수출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플래스틱 문제에 눈을 감고 있을 여유가 없으며 재활용 대책을 강구함은 물론 바이오화를 서둘러야 한다.
눈앞의 돈벌이에 급급해 플래스틱 문제를 남의 일로 취급하고 모른 채 하기에는 책임감이 너무 크고, 만약 플래스틱세를 중심으로 글로벌 사용규제가 본격화되면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