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미국에서 벌이고 있는 배터리 소송에서 조기패소를 두고 또 정면충돌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따르면,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불공정수입조사국(OUII: Office of Unfair Import Investigations) 등 3대 주체는 재판부 요구에 따라 입장을 재정리한 2차 의견서를 12월6일과 12월11일 각각 제출했다.
LG화학은 의견서에서 “SK이노베이션은 계획적이고 고의적으로 증거를 훼손·은폐했다”면서 “자사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면 SK가 입증해야 하지만 입증도 하지 못했다”면서 거듭 SK이노베이션의 패소를 요청했다.
반면, SK이노베이션은 “일부 증거 보존 면에서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있긴 했으나 고의성은 없었고 소송이 제기된 후에는 전사적으로 증거 보존을 위해 노력했다”면서 LG화학의 요청을 전부 기각해달라고 요청했다.
12월15일 LG화학에 찬성하는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시했던 불공정수입조사국은 2차 의견서에서도 여전히 SK이노베이션의 조기패소를 수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유지했다.
조사국은 “SK이노베이션의 증거 훼손은 여타 사례와 비교해 정도가 심하다고 판단한다”며 “ITC의 포렌식 명령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데에도 악의성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ITC는 10월 SK이노베이션이 영업비밀 침해 소송과 관련한 중요 정보를 담고 있을 만한 문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LG화학의 요청을 받아들여 포렌식 조사 명령을 내린 바 있다.
이후 LG화학은 11월 초 SK이노베이션이 조직적·고의적으로 소송 전·후 과정에서 광범위하게 증거를 인멸하고 포렌식 명령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며 재판을 SK 패소로 끝내달라는 요청(Default Judgment)을 했다.
OUII는 LG화학 의견에 찬성하는 의견서를, SK이노베이션은 반박 의견서를 11월 중순에 차례로 제출했고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자 재판부가 주요 쟁점을 다시 정리해서 의견을 내라고 했으나 2차 의견서에서도 모두 같은 입장을 재확인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2월19일 해당 소송에서 SK이노베이션이 패소하면 관련제품에 대한 미국 내 수입금지 효력이 발생하며 북미지역 전기자동차(EV) 배터리 공급에 차질이 생겨 자동차산업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또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배터리 공장을 더 늘리고 싶어한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ITC 소송에서 LG화학이 승소하더라도 결국 거부권을 가진 미국 무역대표부(USTR) 선으로 올라가 정부 차원에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했다.
시장 관계자는 “소송이 한국 뿐만 아니라 세계 자동차기업과 각국 정부에게까지 예민한 문제라 큰 관심을 받고 있다”며 “결정을 내려야 하는 재판부의 부담이 한층 커졌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