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이 중국경제 성장률 둔화에 미국·중국 무역마찰로 불황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우한(Wuhan) 폐렴이라는 복병을 만나 불황 심화가 우려되고 있다.
중국은 이미 우한폐렴으로 인한 사망자가 200명에 육박하고 확진환가가 1만명을 넘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고, 일부에서는 확진환가가 5만명을 넘어 10만명을 돌파하고 사망자가 1000명을 상회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특히, 우한폐렴 확산에 따라 노동일수가 감소하고 관광 위축이 장기화되면 중국경제의 성장률이 6%를 밑돌 뿐만 아니라 최악에는 4%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까지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중국 전문 연구기관 플리넘(Plenum)은 1분기 경제성장률이 4%대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국은 경제성장률이 2019년 6.1%로 29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고 2020년에는 5.9%로 6%가 무너질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미국과의 1차 무역합의가 중국의 2000억달러 구매에 한정되고 우한폐렴 사태가 겹침으로써 5%대를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시되고 있다.
중국은 우한폐렴 확산을 억제하기 위해 춘절연휴를 2월2일까지 3일 연장함으로써 노동일수가 줄어 1분기 생산량이 2% 감소하고, 우한을 포함해 14개 도시를 폐쇄하고 대중교통 운행을 중단한데 이어 후베이성을 고립시키는 극약처방을 내림으로써 관광, 교통, 소매, 음식 등 경제 전반이 타격을 입어 GDP가 2%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국은 2003년 사스 사태로 엄청난 타격을 받은 바 있다. 경제성장률은 중국 정부가 사스를 공식 인정하기 이전인 2003년 1분기 11.1%에서 2분기 9.1%로 무려 2.0%포인트 떨어진 후 하반기에 10%를 회복했다.
문제는 우한폐렴이 잠잠해지기는커녕 중국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고 세계적으로 퍼져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의 교역 위축이 불가피하다는 것으로, 계약거래와 함께 현물거래가 중심인 석유화학이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중국이 춘절연휴를 연장함으로써 플래스틱 생산이 차질을 빚었고 교통·운송까지 영향을 미쳐 당분간은 석유화학을 중심으로 교역 침체가 불가피해지고 있다. 자동차를 중심으로 한 수요산업 타격을 추가하면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PE, PP, PVC, PS, ABS 등 폴리머는 야적으로 재고를 쌓아둘 수 있다고 하나 한계가 있고 거래중단 사태가 장기화되면 가동률을 감축하는데 그치지 않고 가동중단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검토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춘절연휴 기간에도 무역상들이 폴리머 가격을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했으나 우한폐렴 사태가 겹침으로써 별 효과를 보지 못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에틸렌을 비롯해 프로필렌, 부타디엔, BTX, MEG, SM, P-X 등 모노머는 공급과잉을 타개하기 위해 이미 가동률을 감축하고 있는 마당에 재고를 무한정 늘릴 수 없어 가동률을 추가로 낮출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채산성 악화가 불가피해지고 있다.
가동률이 이미 90% 수준으로 떨어진 가운데 마지노선 80-85%를 지킬 수 없다는 것으로, 플랜트를 가동하면 가동할수록 적자가 쌓이는 진퇴양난의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우한폐렴 사태가 언제까지 어느 정도로 진행될지 가늠하기 어려운 가운데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우왕좌왕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물량으로 승부하는 후진국형 사업구조를 탈피해야 하고 대대적인 구조재편과 혁신작업이 필요하다.
<화학저널 2020년 2월 3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