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쇼와덴코(Showa Denko)가 미래사회에 적합한 화학기업으로 살아남기 위해 인수합병(M&A)을 단행하고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쇼와덴코는 2019년 12월18일 기자회견을 열고 히타치케미칼(Hitachi Chemical)에 대한 주식공개매수(TOB)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어 12월18일 히타치케미칼 지분 51.24%를 보유하고 있는 히타치(Hitachi)와 TOB 응모 계약을 체결했으며 자회사 HC Holdings을 통해 2020년 2월경 매수를 시작할 예정이다.
쇼와덴코와 히타치케미칼은 매출액이 2018년 기준 약 1조7000억엔에 달해 인수를 마무리하면 일본에서 4번째로 큰 화학기업으로 부상하게 된다.
GAFA에 도전하는 의미로 히타치케미칼 인수
쇼와덴코는 데이터 기억매체에 사용하는 하드디스크나 반도체 제조용 고순도 가스, 파워반도체 소재, LiB(리튬이온전지) 소재 등을 생산하고 있으며, 히타치케미칼은 반도체 봉지재와 연마재, LiB 음극재 등을 주력 생산하고 있다.
쇼와덴코는 히타치케미칼과 사업을 융합하는 과정에서 기존에 중점영역으로 설정했던 정보전자, 이동‧수송 분야의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는 등 개성파 사업을 적극 육성하고 영업이익률을 12-13%대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인수액 9640억엔은 쇼와덴코의 2018년 매출액 9921억엔에 필적하는 수준이며 쇼와덴코의 시가총액이 4500억엔에 불과한 반면 히타치케미칼은 8500억엔에 달해 부담이 큰 거래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쇼와덴코는 CASE(커넥티드·자율주행·공유·전동화)로 대표되는 자동차 시장의 변화와 차세대 이동통신 규격인 5G의 등장 등으로 산업구조가 크게 변화하는 가운데 세계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소재 생산에 그치지 않고 서비스 등 다운스트림 분야로 밸류체인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 아래 히타치케미칼 인수를 결정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구글(Google), 아마존(Amazon), 페이스북(Facebook), 애플(Apple) 등 GAFA가 세계시장에 등장한 이후 밸류체인이 변화하고 있어 히타치케미칼 인수와 같은 파격적인 행보가 필요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동안 가상의 존재에 머물렀던 GAFA 같은 곳들이 자율주행, 양자 컴퓨터 등 현실세계와 밀접한 분야에 진출하고 있고 앞으로 CASE로 대표되는 미래 자동차 시장이나 빅데이터 시대를 좌우하는 반도체 소재 분야까지 진출할 가능성이 높아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아울러 GAFA와 대적해 생존하기 위해서는 서플라이 체인의 업스트림에 위치한 소재도 생산제품, 평가‧설계, 서비스까지 수직통합함으로써 수요기업의 니즈에 일괄적으로 대응이 가능한 원스톱형 비즈니스 모델로 진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반도체·배터리·헬스케어 시너지 기대
쇼와덴코는 히타치케미칼을 확보함으로써 정보전자, 이동‧수송 등 기존 중점영역에서 높은 시장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본의 기술력으로 암모니아 제조를 최초로 성공시킨 Showa Fertilizers와 일본 최초로 암모늄을 상업 생산한 Nihon Denki Kogyo가 합병해
1939년 탄생한 화학기업이다. 2019년 창립 80주년을 맞이했으며 데이터 기억매체에 사용하는 하드디스크와 반도체 제조에 투입하는 고순도 가스 사업에서 세계 시장점유율 25%를 차지하고 있다. 전로강 생산에 사용하는 흑연전극 역시 시장점유율이 30%에 달하고 있다. 2018년 연결 기준 매출액이 9921억엔, 순이익은 1115억엔이었으며 직원 수는 1만603명이다.
또 히타치케미칼이 소재보다 다운스트림에 위치한 부재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사양 설계나 평가, 컨설팅 기술에서 강점을 갖추었다는 점을 활용할 계획이다.
기존 자사의 파워반도체 소재나 방열소재, LiB 소재 등 소재 기술과 조합한다면 5G용 반도체에서 중요시되고 있는 열 대책이나 CASE 시대의 축전지에 요구되는 대용량화 및 급속충전 등에 대응하기 위한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쇼와덴코는 2019-2021년 실행하고 있는 중기 경영계획에서 이동‧수송 등 7개의 중점영역을 설정한 바 있다.
중점영역에 포함된 생명과학 및 헬스케어 분야는 사업 창출이 뒤처졌다는 평을 받고 있으나 히타치케미칼이 재생의료와 진단 의약품 등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다는 점을 활용한다면 성장세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가신하고 있다.
히타치 창업자인 오다이라 나미헤이의 강력한 신념 아래 전기절연 와니스 자급화에 나섰던 1912년 설립돼 1962년 독립했고 설립 50주년을 맞이한 2013년 현재 회사명으로 변경했다. 스마트폰과 EV용 LiB 음극재, 반도체 봉지재 사업에서 세계 시장점유율 1위를 장악하고 있다. 최근에는 재생의료 관련제품 제조공법 개발과 위탁제조(CDMO) 시장 진출 등을 통해 생명과학 사업도 강화하고 있다. 2018회계연도에는 연결 기준 매출이 6810억엔, 순이익은 287억엔을 기록했다. 직원 수는 2만2989명으로 파악되고 있다.
융자 2950억엔 불과해 재무구조 양호
인수액은 특별목적기업이 은행 등으로부터 일부 자본으로 인정된 우선주를 활용한 출자와 히타치케미칼의 변제능력에 의거한 비소구금융(Nonrecourse Loan) 등을 활용해 6750억엔을 조달한 상태이다.
쇼와덴코는 2950억엔만 융자를 받기 때문에 보통주 발행을 수반한 자금조달은 실시하지 않을 계획이다.
자체 재무구조 악화를 방어해 기존 주주들의 불안을 불식시키는데 성공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다만, 2022년 말이나 2023년경 히타치케미칼을 경영통합할 예정이고 통합기업이 특별목적기업이 조달한 자금 변제도 맡아야 하기 때문에 경영통합 이전까지 재무체질을 개선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있다.
순부채 자본비율은 히타치케미칼 인수 후 일시적으로 1.6-1.7배로 늘어날 수밖에 없으나 중기적으로 건전한 상태를 가리키는 1배 정도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조기 재무건전화와 지속적인 성장투자자금 확보를 위해서는 현금 창출능력이 뛰어난 사업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장기비전, 개성파 사업 중심으로 재편
쇼와덴코는 원료 공동구매와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등을 통해 3년 후에는 200억엔 이상의 코스트 감축 효과를 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히타치케미칼과는 TOB 후 양사 경영진으로 구성된 운영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본격적인 논의에 착수할 방침이며 2020년 말 발표할 예정인 신규 중기 경영계획에서 히타치케미칼 인수 후 사업전략을 더욱 구체적으로 제시할 계획이다.
모리카와 코헤이 쇼와덴코 사장은 히타치케미칼 인수 결정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사업의 선택과 집중은 성역을 따로 만들지 않고 실행할 계획”이라며 “양사 합계 1000억엔 수준의 재편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쇼와덴코는 매출액이 수백억-수천억엔 수준이고 세계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사업을 개성파 사업으로 분류하고 장기적으로 개성파 사업으로만 이루어진 화학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비전을 내세우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는 개성파 사업으로 분류가 불가능하거나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할 수 없는 사업은 포트폴리오에서 제외할 방침이며 경기 변화에 받는 영향이 미미하고 회복이 빠른 개성파 사업을 극대화함으로써 수익기반을 강화할 계획이다.
포트폴리오 재편 작업은 1-2년 안에 본격화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강윤화 선임기자: kyh@chemloc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