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을 비롯해 한국, 중국 화학기업들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방지를 위해 가동을 중단했던 중국공장을 재가동하고 있다.
다만, 재가동에 돌입해도 지방정부 방침에 차이가 커 생산을 정상화하지 못하고 있으며 현장에서는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또 다른 지역이나 국가를 방문한 후 복귀한 직원에 대해 여전히 이동제한 조치가 불가피하고 물류 마비가 이어지고 있어 풀가동 및 정상공급 상태로 돌아가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국, 민영기업 40% 공장 가동중단
중국은 정유‧화학 분야를 중심으로 민영기업 가운데 40%가 공장 가동을 중단한 상태이다.
부분적으로 가동을 재개한 곳까지 포함하면 70% 가까운 민영기업들이 가동에 차질을 빚고 있으며 물류 마비에 따른 원료 조달난, 수요 감소, 자금 문제 등으로 애로사항이 많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중국 석유‧화학공업연합회(CPCIF)가 공업정보화부 요청에 따라 2월12일 시점에서 코로나19가 정유 및 화학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결과 대부분의 화학기업들이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중소기업공작위원회를 통해 중국 14개 성·시에 소재한 민영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조사 대상 62%는 석유화학제품을 생산하고 있으며 2월12일 기준으로 29%가 공장을 정상 가동하는 반면 31%는 부분적 가동, 약 40%는 완전 가동중단 상태로 파악됐다.
또 물류 마비로 생산제품의 중국지역 수송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수출도 곤란해졌고 수요가 격감하며 시장 자체가 축소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춘절 연휴 동안 귀성한 직원의 복귀가 늦어지며 공장 가동에 차질을 빚는 곳도 많고 자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응답한 곳이 많아 마스크 등 위생용품 공급을 포함해 중앙정부의 지원이 시급한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산시성(Shanxi), 샨시성(Shaanxi) 등 석탄산업이 발달한 지역에서는 물류망 마비로 원료탄 수송이 불가능해 대부분 탄광이 가동을 중단한 상태이다. 육로로 원료를 조달하고 있는 화력발전소들도 영향을 받고 있다.
북부를 중심으로 봄철 농번기를 앞두고 심각한 비료, 농약 부족 사태를 호소한 곳도 많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춘절 연휴가 끝나면 매월 수출량이 증가세를 나타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물류가 마비된 상태에서 무역 제한까지 더해지면서 수출은 아예 정체된 상태로 판단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해외에 소재한 수요기업에게 원료를 공급하지 못하면서 다른 국가 제조업에도 큰 차질을 야기하고 있다.
EO(Ethylene Oxide) 메이저인 Oxiranchem은 현재 축적해둔 재고의 가격 하락, 자금 부족, 수요 격감 등으로 도산하는 곳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 수 급증을 막기 위해 물류와 개인의 이동, 제조업 생산활동을 모두 규제하는 지방정부도 적지 않으며 산업 현장으로부터 많은 비난을 받고 있다.
물류 마비에 주재원 복귀 지연까지…
운전인력 부족, 도로 폐쇄 및 통행규제 강화 등으로 물류 차질도 심각한 상태이다.
지방정부별로 검문절차가 달라 혼선이 빚어지고 있으며 다른 지역을 방문한 적이 있으면 14일 동안 운전을 금지하는 지역도 있어 물류는 거의 마비상태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수요기업들이 대부분 공장 가동을 중단한 상태이고 물류가 마비돼 화학기업 중에서는 공장 가동에 아무런 문제가 없으나 재고만 축적해둘 수 없다는 판단 아래 불가피하게 가동중단을 결정한 곳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정부의 화학공장 재가동 승인이 늦어지고 있는 점도 가동 재개를 늦추는 요인이 되고 있다.
난퉁시(Nantong) 일부 지역에서는 상장기업과 중점기업부터 먼저 공장을 재가동하도록 하고 있어 중소기업들은 여전히 가동중단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중앙정부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경제성장 둔화를 막기 위해 지방정부에게 불필요한 심사는 하지 말 것을 명령했으나 관할지역 내 확진자 수를 늘리고 싶지 않은 지방정부 관계자들이 엄격하게 심사하고 있어 재가동 일정 연기가 불가피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자가격리 14일 조치에 인력부족 “심화”
중국 화학기업들은 화학공장을 재가동하고 있다.
광둥성(Guangdong)의 광저우(Guangzhou)에 본사를 두고 있는 중국 수지 메이저 Kingfa Sci & Tech는 코로나19가 최초 발생한 후베이성(Hubei)의 우한(Wuhan) 공장 외에 다른 공장은 모두 가동을 재개했다
특히, 광둥성에서 의료방호복용 통기성 필름 원료롤 공급하고 있어 일찍이 1월29일부터 일부 생산라인을 가동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상하이(Shanghai)의 난퉁에 위치한 파인케미칼 산업단지에서도 단지 관리위원회가 1월27일부터 재가동 준비를 시작했고 2월10일 전면적으로 재가동을 시작했다.
일본 화학기업들도 대부분 2월10일까지 중국 주재원들을 복귀시키고 중국공장 가동을 재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대부분 화학기업들은 코로나바이러스 잠복기간인 14일 동안에는 주의해야 한다는 규칙에 따라 정상 가동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후베이성은 물론 다른 지역에 체류한 후 복귀한 직원들의 사무실, 공장 출입이 14일 동안 제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무역진흥기구 제트로(JETRO)의 상하이 국제무역센터도 원칙적으로 상하이 이외 지역에 체류하면 14일 동안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상하이에는 확진자가 나오면 사무실 폐쇄를 요구하는 건물주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법률상 외국기업에는 해당 사항이 없으나 실제 현장에서는 해석에 따라 적용이 가능한 함정을 이용해 현지에 진출한 외국기업에 압박을 가하는 곳도 등장하고 있다.
장쑤성(Jiangsu)과 상하이시 일부 지역에서도 다른 지역에 체류한 후 복귀한 직원들에게 14일 자가격리를 요구하도록 하고 있어 인력 부족에 따른 가동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후베이성 이어 저장성도 서플라이체인 “마비”
확진자가 많이 발생한 광둥성과 저장성(Zhejiang)에서는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사업 재개 일정을 미루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미츠비시케미칼(Mitsui Chemicals)은 현재 주재원의 안전 확보가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으나 반도체 관련 공장은 가동을 중단하면 글로벌 경제에 미칠 영향이 심각하고 생산 책임도 크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리스크 수준에 맞춘 대응이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다.
미쓰이케미칼(Mitsui Chemicals)은 광둥성 중산(Zhongshan)에서 PP(Polypropylene) 컴파운드 공장을 가동하고 있으나 입주한 산업단지로부터 가동 인‧허가를 얻기까지 시간이 걸리면서 재가동 일정을 2월10일에서 2월17일로 연기했다.

DIC는 중산에서 수지 공장을 가동하고 있으나 중산 지방정부가 가동중단 상태 유지를 요청해 아직 재가동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저우(Wenzhou), 항저우(Hangzhou)를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산 추세가 심각한 저장성에서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Fujikura Composite은 2월10일 재가동할 예정이었으나 2월17일로 연기했다.
원저우에서는 아직까지 대부분 공장이 가동을 중단하고 있다.
도소(Tosoh)는 원저우의 뤼안시(Ruian)에서 우레탄(Urethane) 공장을 가동하고 있으나 현재는 가동중단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재가동 가능해도 수요기업 상황에 맞춰 연기
가동을 재개한 화학기업들도 수요기업인 자동차기업의 재가동 상황에 따라 가동률을 높이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혼다(Honda)가 우한공장을, 도요타자동차(Toyota Motor)는 공장 4곳을 모두를, 마쓰다(Mazda) 역시 난징(Nanjing) 공장의 재가동 일정을 연기했으며 현재는 재고로 대응이 가능하지만 사태가 장기화되면 판매량은 물론 영업실적이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스미토모케미칼(Sumitomo Chemical)은 자동차기업의 재가동에 맞추어 PP 컴파운드 공장의 가동재개 시기를 2월17일 이후로 변경했으며, 간사이페인트(Kansai Paint) 역시 자동차용 페인트 공장 재가동 시기를 자동차기업에 맞추어 조정할 계획이다.
현대자동차와 닛산자동차(Nissan Motor)가 중국산 부품 수급에 어려움을 겪으며 각각 일본공장과 국내공장 일부 라인의 가동을 중단한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한에서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혼다가 우한시의 외출금지 명령에 따라 가동을 초기부터 중단함으로써 자동차용 수지, 부품을 공급해온 관련기업들도 모두 차질을 빚고 있다.
외출금지 명령이 해제된 이후에도 도로 상황이 언제 정상화될지 알 수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사태 장기화에 따른 서플라이체인 마비가 우려되고 있다.
혼다는 3월10일부터 재가동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나 사실상 생산 정상화가 불가능한 상태이며 시장 관계자들은 3월까지도 혼선이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중국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던 전시회 등 행사들도 모두 연기되거나 중단된 상태이다.
아데카(ADEKA)는 2월10일 진행할 계획이었던 저장성 수지첨가제 공장 기공식을 열지 않기로 했으며 상업가동 준비만 진행하고 있다.
매년 참관객 수가 18만명 수준에 달하는 세계 최대의 플래스틱‧고무 전시회인 차이나플라스(ChinaPlas) 역시 행사기간을 4월21-24일에서 8월3-6일로 옮겼다.
차이나플라스에는 SK종합화학, SK케미칼, LG화학, 롯데케미칼. 코오롱플라스틱, 효성화학 등 국내 화학기업들이 대거 참가해왔기 때문에 국내기업들도 일정 변경이 불가피한 상태이다. (강윤화 선임기자: kyh@chemloc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