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제품 현물가격이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25달러 수준으로 폭락하면서 기초원료 나프타가 200달러 수준으로 추락함으로써 코스트 부담은 크게 약화됐으나 에틸렌이 톤당 540달러, 프로필렌은 630달러, 부타디엔은 610달러, MEG는 377달러로 추락에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아로마틱은 더욱 심해 벤젠은 314달러, 톨루엔은 324달러, M-X는 330달러로 폭락했고 SM이 517달러, P-X는 473달러, O-X도 485달러로 이미 마지노선을 넘어섰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가동률 조정을 통해 폭락현상을 방지했던 폴리머도 폭락대열에 합류했다. LLDPE는 3월 말 700달러, HDPE는 740달러, PP는 780달러로 폭락세를 시작했고 PS는 870달러, ABS는 1180달러로 대폭락 현상이 나타났다.
더 큰 문제는 현재까지의 폭락세는 시초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중국을 중심으로 아시아 전방산업이 위축돼 수요가 줄어든 결과이나 코로나19 사태가 유럽, 미국으로 확산됨으로써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허리케인급 태풍이 다가오고 있다.
만약, 미국과 유럽에서 코로나19 사태가 조기에 종식되지 못하고 여름철까지 장기화된다면 아시아에 그치지 않고 2020년 미국, 유럽의 GDP(국내총생산)가 20-30% 감소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고, 곧이어 석유화학제품 수요 감소로 이어져 피바람을 불러올 가능성이 짙어지고 있다.
세계적으로 코로나19 감염자가 400만-500만명에 달하고 사망자도 10만명을 훨씬 넘어 30만-40만명에 이르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예고되고 있다는 점에서 결코 과장된 우려가 아님이 분명하다.
따라서 SK종합화학과 롯데케미칼이 울산공장 일부 공정의 가동을 중단한다고 발표한 것은 매우 적절했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둔화되면서 불황 장기화가 예고된 가운데 코로나19까지 겹침으로써 석유화학기업들이 적극적인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않고서는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SK종합화학은 울산의 No.1 에틸렌 20만톤 크래커를 12월부터, EPDM 3만5000톤 플랜트는 2분기에 가동을 중단할 계획이라고 발표했으나 앞당겨 시행해야 하지 않을까? 현재 상태로 판단할 때 No.2 에틸렌 67만톤도 남아돌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롯데케미칼도 울산의 PTA 60만톤 플랜트 가동을 중단하고 P-X는 가동률을 하향 조정한다고 발표했으나 충분하다고 할 수 없다. 3월 초 대산 크래커가 폭발사고로 6개월 이상 가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더욱 적극적인 구조조정 작업을 실행할 것이 요구된다.
LG화학은 롯데케미칼 폭발사고를 계기로 대산 및 여수 크래커의 가동률을 100%로 끌어올렸다고 한다. 롯데케미칼에게 기초유분을 공급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냉혹한 현실을 간과한 욕심으로 판단된다. ABS와 같이 가동률을 대폭 낮출 수는 없더라도 마지노선으로 일컫는 85% 이상은 곤란하다는 생각이다.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은 초유의 글로벌 시장 침체 사태를 맞아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SK종합화학이 결정했듯이 LG화학, 롯데케미칼, 여천NCC 등은 스팀크래커를 폐쇄하지는 못할망정 순번제로 가동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합성수지, 합섬원료 등 다운스트림도 가동률을 80% 이하로 낮추는 것은 물론 라인별로 가동을 중단하는 등 적극적 생산 감축에 나서야 한다.
코로나19 사태가 조기에 종식돼 가동중단 사태로 이어지지 않으면 다행이나 2020년 가을까지는 수요 침체가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순번제 가동 외에는 해답이 없다.
<화학저널 2020년 4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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