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화학기업들은 3-4년 동안 호황을 맛보았으나 2019년부터 불황기에 접어든 것으로 판명되고 있다.
특히, 코스닥 상장 화학기업들은 2019년 경영실적으로 미루어보아 2020년에는 수익성이 크게 악화될 것이 분명하다.
2020년 2월 시작된 코로나19(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말할지 모르나 코로나19 이전에 중국 경제가 고도성장을 마감하고 저성장 국면에 접어든 것만으로도 매출액과 영업이익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내 경제·산업이 지나치게 중국에 의존함으로써 중국 종속형으로 변모된 지 오래됐으나 장기적인 비전을 설정하지 못하고 눈앞의 이익에 매몰돼 있기 때문으로, 화학산업 뿐만 아니라 경제 전체로 보았을 때도 눈앞이 캄캄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부터 시장을 다변화하고 고부가가치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해도 중국에 종속된 구조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의심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의식구조가 개선되지 않으면 불가능에 가까워 걱정스럽지 않을 수 없다.
더군다나 중국이 고도성장할 때는 코스트가 낮아야 경쟁력이 있고 품질이 떨어져도 별문제 없이 통했지만 GDP 성장률이 6-7%에서 3-4%로 떨어지면 코스트의 문제가 아니라 품질이 본격적으로 대두되고 나아가 차별화 여부가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점에서 국내 화학기업들은 대오각성하는 자세 정립이 요구된다.
그렇지 않다면, 한국국산 화학제품은 미국, 유럽, 일본에서 통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중국에서도 버림받아 인디아, 동남아, 중남미, 아프리카를 전전해야 하는 처량한 신세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 선진국과 중국만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선진 시장에서 통하면서도 개발도상국 시장을 개척하는 저변 확대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중국과는 기술 격차가 1년 수준으로 좁혀져 2-3년 후에는 중국이 한국을 따라잡을 가능성이 크고 인디아도 아직 개발도상국 위치에 머물러 있지만 범용 화학제품은 한국산에 의존할 가능성이 낮게 나타나고 있다. 범용은 석유화학을 중심으로 고도기술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자본과 시장이 중요하다는 관점에서 국민소득이 올라가 수요가 확보되면 외국자본과 기술을 들여와 투자하고 생산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강조하고 또 강조하지만 일본 화학기업들의 행태를 면밀히 분석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
일본은 석유화학을 중심으로 범용 화학제품 생산은 내수 수준에 그치고 동남아 중심으로 이전해 코스트 경쟁력을 살리는 해외진출 전략을 오래전부터 시행하고 있으며, 기술개발을 강화함으로써 부가가치가 높은 자동차, 전자, 반도체, 전지 소재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1차적으로 한국이 석유화학 투자를 확대해 수출을 적극화할 것에 대응한 것이고, 2차적으로는 중국의 부상을 염두에 두고 중국시장을 장악하는 전략을 가속화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일본은 중국과의 영토 분쟁 와중에서도 화학제품 수출이 큰 타격을 받지 않았고, 한국에 대해서는 반도체·디스플레이용 화학소재 수출을 금지하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옳고 그름을 떠나 일본산이 아니면 산업이 돌아갈 수 없다는 자신감의 표현이 아닐 수 없다.
국내 화학기업들도 2-3년 앞의 이익만을 쳐다볼 것이 아니라 100년, 200년은 아니더라도 20년, 30년을 내다보고 고부가화와 차별화를 강화하는 경영전략을 수립하고 실천할 것을 당부한다.
코로나19 사태로 생존이 위협받는 현실에서 한가한 넋두리를 읊고 있다고 손가락질해도 어찌할 수 없다. 고부가화와 차별화가 생존의 열쇠라는 점 다시 한번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