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들어 국내 화학공장에서 환경‧안전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확산되면서 세계적으로 경제가 침체일로를 걷고 있는 가운데 국내 화학공장들의 환경‧안전에 대한 관리가 느슨해진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을 정도이다.
화학기업 경영진들이 코로나19 사태 확산에 따른 경영 악화를 막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환경‧안전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은 경영진 자체가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음은 물론 직원 일부의 정신상태가 해이해졌음을 대변해주고 있다.
특히, LG화학은 인디아 폴리머 플랜트에서 폭발사고가 일어나 10명 이상이 사망하는 대형사고가 일어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대산 촉매센터에서 또다시 사상 사고가 발생한 것은 정신적 해이가 극심하다는 점을 말해주고 있다.
화학공장은 주의를 다해도 환경‧안전 사고가 일어날 재연성이 높은데 정신적 해이가 상당하다면 2건의 사고에 그치지 않을 수도 있고, 코로나19 사태가 진행되고 있다는 측면에서 경영쇄신에 대한 불만이 사고를 부른 것일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LG화학은 2019년에도 해외 사업장이 받은 제재 총 8건 가운데 환경·안전 관련이 5건에 달했다고 하니 경영효율만을 강조한 나머지 환경‧안전에 관한 주의의무를 소홀히 했다고밖에 해석할 수 없다. 더군다나 비슷하게 해외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SK이노베이션,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등은 해외 사업장이 환경·안전 관련 제재를 받지 않았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내에서도 LG화학 사업장은 18건의 환경·안전 관련 제재를 받아 SK이노베이션 0건, 롯데케미칼 7건, 한화솔루션 3건에 비해 훨씬 많았다고 한다.
LG화학과 함께 대산단지 입주 화학기업들의 환경‧안전에 대한 관리 소홀도 도마에 올리지 않을 수 없다.
3월4일에는 롯데케미칼 대산 컴플렉스의 스팀 크래커에서 대규모 폭발사고가 일어나 36명이 부상했고 파편이 200-300미터 떨어진 민가까지 날아가 인근 주민들이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2019년에도 한화토탈 SM 플랜트의 유증기 유출사고, KPX그린케미칼의 암모니아 누출사고 등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대산단지에 화학기업 60개 정도가 밀집돼 있다고 하나 매년 5건 안팎의 환경‧안전 사고가 발생하고 있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다. 특히, 울산단지는 60년이 넘었고 여수단지도 50년이 경과한 반면 대산단지는 30년이 약간 지났을 뿐이다.
현대오일뱅크, 한화토탈, LG화학, 롯데케미칼 4사가 앞으로 5년 동안 안전·환경 분야에 8000억원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약속하고 충청남도가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나섰음에도 사고가 계속 터지는 것은 무엇인가 근본적인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
LG화학이나 대산단지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라고 스스로 위로하지만 자꾸 신경이 쓰이는 것은 어찌할 수 없다. 정신적 해이와 함께 삼성‧현대와 다른 경영행태에 대한 반발, 목표 상실에 따른 박탈감, 수도권과 가까운 지리적 문제 등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특히, LG화학은 특유의 관료주의적 행태까지 겹쳐 시대 흐름에 동떨어진 의식이 환경‧안전 사고를 유발했을 가능성을 주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