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 석유화학 시장에 모처럼 훈풍이 불고 있다.
프로필렌은 애초부터 600달러대 강세에서 700달러대 중반으로 올라섰으니 그리 기뻐할 필요가 없겠으나 에틸렌은 300달러대로 밀려던 현물가격이 600달러대 중반을 회복했으니 수익성 개선 기대가 커지고 있다.
에틸렌, 프로필렌에 그치지 않고 있다. 자동차 타이어 생산 침체에 천연고무 생산과잉으로 바닥을 헤매고 있는 부타디엔과 폴리에스터 체인 붕괴로 고전하고 있는 MEG를 제외하면 벤젠, SM, P-X 등 아로마틱 계열과 PE, PP, ABS 등 합성수지가 예상 밖으로 양호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AN, 카프로락탐도 바닥을 탈출한 것으로 판단된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40달러 수준으로 올라선 가운데 기초원료로 사용되는 나프타가 300달러대 중반을 회복함으로써 석유화학제품 현물가격이 상승할 수 있는 동력을 확보했고 봄철 시작된 정기보수가 본격화되고 중국을 중심으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에서 벗어나면서 수요가 회복되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래서일까? 중국과의 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는 칼럼은 읽지도 않는 분위기이다.
생산능력이 국내수요를 300% 이상 웃도는 석유화학제품이 다수인 가운데 생산량의 60-70%를 수출하고 수출량의 50% 안팎을 중국으로 내보내고 있는 마당에 중국과의 관계를 재정립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그리 달갑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화가 저물어가고 있고 글로벌 서플라이 체인이 붕괴되고 있는 마당에 중국 수출에 의지해 매출을 올리고 수익성을 유지하겠다는 전략은 더이상 먹혀들 여지가 없다는 의견이 일반적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대부분 미국-중국의 무역마찰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중국과 건전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불가능해질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중국의 공산당식 자본주의가 경제를 일정수준으로 성장시켜 중국을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끌어올린 것은 사실이나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중국에 대한 투자 확대를 어렵게 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글로벌 컨설팅기관들이 요즘 들어 부쩍 강조하고 있다.
최근 석유화학 현물가격이 급등 또는 폭등한 것도 중국이 코로나19 사태에서 벗어났음을 증명하기 위해 재고를 확충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일시적 현상일 뿐 결코 중국 수요가 살아난 것은 아니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중국 경제가 예상보다 큰 타격을 받아 쉽게 회복되기 어렵고 부채문제 때문에 재정을 무한정 확대하기 어려우며 미국-중국 무역마찰까지 겹쳐 2020년 경제성장률이 잘해야 1%, 잘못하면 마이너스 2-3%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석유화학 현물가격 급등 현상이 국제유가의 일시적 강세에 중국의 재고 확충용 구매 확대에 기인한 것이지 근본적으로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더군다나 코로나19는 2차 대유행에 들어갈 조짐이다. 남미를 중심으로 남반부가 서늘해지면서 확진자‧사망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고 미국도 다시 증가추세이다. 우리나라도 대구발 확산이 잠잠해지더니 재난지원금 살포를 계기로 수도권이 뚫려 전국적인 대유행이 우려되고 있다.
국제유가도 그렇고, 경제‧산업도 그렇고, 안심할 단계가 전혀 아니라는 것이다.
국내 화학산업은 코로나19 사태가 던지는 화두를 잘 이해하고 발 빠르게 대응하지 않으면 생사가 불투명해질 수도 있다는 점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