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네시아 석유화학산업이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2018년 발표한 산업진흥책 Making Indonesia 4.0을 통해 GDP(국내총생산), 고용, 수출 등에 대한 기여도를 기준으로 자동차, 전기‧전자, 식품‧음료, 섬유‧의류와 함께 화학을 중점육성 산업으로 지정했다.
5대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국내외 투자를 확대하는 한편으로 세제 우대를 통해 경쟁력 향상을 위한 디지털 기술 도입과 연구개발(R&D) 투자를 장려할 방침이다.
특히, 화학제품은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자국산나프타(Naphtha)와 천연가스를 이용하기 쉽도록 규제 완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인도네시아는 최근 수년 동안 화학 분야에 대한 투자액이 전체의 10% 수준을 차지하고 있으며 2020년에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에도 불구하고 화학‧의약품 분야 FDI(외국인직접투자)가 1-9월에만 이미 2019년 전체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석유화학, GDP 성장률보다 빠르게 성장
인도네시아는 화학제품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어 현재 계획된 투자를 모두 진행해도 생산능력이 따라잡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석유화학제품 수요는 2019년 기준 에틸렌(Ethylene) 180만-190만톤, PE(Polyethylene) 180만톤, PP(Polypropylene) 190만톤으로 2010년 이후 GDP 성장률을 상회할 정도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에틸렌은 Chandra Asri Petrochemical(CAP)이 가동하고 있는 자바섬(Java)의 반텐(Banten) 크래커가 유일한 생산설비이고, 에틸렌 뿐만 아니라 일상용품 및 자동차 부품용 폴리올레핀(Polyolefin) 등 범용수지도 수요의 약 50%를 수입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석유화학제품 수입이 급증해 2016년부터 매년 10억달러(약 1조원) 이상에 달하는 수입초과 상태를 계속하고 있다.
수입초과액이 20억달러를 넘어섰던 2012-2015년에 비해서는 개선됐으나 무역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인도네시아로서는 화학제품 수출입 밸런스를 맞추는 것이 시급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국영기업 페르타미나(Pertamina)의 석유정제-석유화학 수직계열화 프로젝트가 진전되지 못함으로써 에틸렌 원료용 나프타 수입률은 90%에 달하고 있다.
페르타미나, 석탄화학 프로젝트 추진
인도네시아는 코로나19 사태로 다소 지연됐으나 화학 투자를 다수 진행하고 있다.
페르타미나는 정유공장과 석유화학 컴플렉스의 수직계열화 프로젝트를 다수 검토하고 있으며, CAP와 롯데티탄(Lotte Chemical Titan) 역시 컴플렉스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도 화학 투자를 적극 지원하고 있으며, 특히 수입이 아닌 인도네시아산 자원 사용을 중시하고 있다.
수마트라섬(Sumatra) 남부에서는 페르타미나를 포함한 국영기업 3사와 CAP가 공동으로 석탄 베이스 화학제품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인도네시아산 저품위 석탄을 가스화해 DME(Dimethyl Ether), 요소를 생산한 다음 비료, PP 원료로 투입할 방침이며, 국영 석탄기업인 Bukit Asam이 주도하는 석탄가스화 설비는 2021년 착공한 후 2026년경 프로젝트 전체 가동을 계획하고 있다.
생산량 기준 세계 5위인 농산물을 원료로 사용하는 바이오화학 육성도 중장기적인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CAP, 석유화학 신증설 프로젝트 “총력전”
CAP는 다양한 석유화학 설비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반텐의 칠레곤(Cilegon) 석유화학 컴플렉스에서는 2020년 8월 MTBE(Methyl tert-Butyl Ether)와 부텐(Butene)-1 생산을 시작했다.
MTBE는 수지‧페인트의 원료인 MMA(Methyl Methacrylate)와 휘발유(Gasoline)의 옥탄가 향상제 등으로 투입하고, 부텐-1은 공중합 수지, 용제의 원료 등으로 사용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그동안 MBTE와 부텐-1을 전량 수입했으나 CAP가 국산화함으로써 자급률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CAP는 2018년 프랑스 타이어 메이저 미쉐린(Michelin)과 합성고무 SSBR(Solution Polymerized-Styrene Butadiene Rubber) 합작 생산을 시작했고 부타디엔(Butadiene) 생산능력도 40% 확대했다.
2019년 들어서는 나프타 분해로를 소폭 증설했고 12월 포장소재용 LLDPE(Linear Low-Density PE) 신규라인을 완공했다.
MTBE와 부텐-1 상업생산을 계기로 3년에 걸친 컴플렉스 증설 작업이 일단락된 것으로 파악된다.
앞으로는 회사채 발행을 통해 자금조달을 확대하고 재무구조를 건전화하면서 No.2 에틸렌 크래커 프로젝트인 CAP2 추진시기를 결정할 방침이다.
에틸렌 No.2 프로젝트는 2026년 상업가동
CAP2 프로젝트는 2020년 최종투자를 결정할 예정이었으나 최근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2022년 투자결정, 2025년 완공, 2026년 상업가동으로 연기됐다.
2020년 인도네시아 화학산업이 코로나19 타격을 크게 받아 투자를 진행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자카르타(Jakarta) 등 수도권 및 주변 지역은 4월부터 6월 초까지 봉쇄조치에 들어가 화학제품 수요가 크게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화학산업을 중요산업으로 분류해 가동중단은 피할 수 있었으나 수요 급감으로 HDPE(High-Density PE)는 생산라인 1개를 가동중단했고 자회사 Styrindo Mono Indonesia(SMI)의 SM(Styrene Monomer) 플랜트도 가동률을 크게 낮추었다.
이에 따라 2020년 1-9월 매출이 12억6800만달러(약 1조3000억원)로 전년동기대비 8.6% 감소하고 EBITDA(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는 6500만달러로 57.9% 급감했으며 순이익은 마이너스 1900만달러로 적자 전환했다.
2020년 설비투자액도 계획보다 1억달러 이상 줄었다.
그러나 3분기에는 중국과 일본에 대한 폴리올레핀 수출이 회복되면서 당기순이익 3200만달러를 확보하는 등 회복기조를 나타냈고 SMI를 흡수합병해 운영의 일체성을 높이는 한편으로 2010년 10월에는 탱크터미널 운영 메이저인 네덜란드 Vopak과 합작기업을 설립하며 칠레곤 화학제품 터미널 증설을 결정하는 등 CAP2를 위한 준비를 계속하고 있어 백지화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판단된다.
SCG 이탈 후 파트너 물색 안간힘…
최근에는 파트너 물색에 난항을 겪고 있다.
CAP의 설비투자 및 가동을 지원해온 제2주주 타이 SCG(Siam Cement Group)의 SCG Chemicals이 CAP2 운영기업 Chandra Asri Perkasa에게 출자하지 않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SCG는 베트남에서 독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석유화학 프로젝트에 전념하기 위해 CAP 투자를 지원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CAP는 2019년 아랍에미리트(UAE)의 아부다비(Abu Dhabi) 국영 투자기업인 Mubadala, 오스트리아 에너지 메이저 OMV와 계약을 체결했으며 2020년 1월에도 아부다비 국영 석유기업 ADNOC, 8월에는 페르타미나 자회사와 협력하기로 합의하는 등 파트너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CAP2 프로젝트에 총 50억달러(약 5조2000억원)를 투입할 계획이어서 자금조달도 본격화하고 있다.
2020년 5월 인도네시아 Permata은행과 총 7000만달러에 달하는 차입액 설정에 합의했으며 8월 회사채를 발행하고 전액 인수하기로 했다. 인도네시아 루피 기준으로 CAP가 발행한 회사채 가운데 최대로 파악되고 있다.
CAP는 앞으로도 기존 주주에 대해 신주 71억주를 주주할당 방식으로 발행함으로써 총 5조루피를 조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