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화학 대기업들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적극화하고 있다.
참 잘하는 일이다. 재벌이나 대기업에 대한 국민의 시선이 곱지 않은 가운데 환경과 사회를 생각하고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특히, 화학기업들이 ESG 실천을 위해 선봉에 선 느낌이어서 다행이 아닐 수 없다. 화학공장에서 폭발사고가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고 화학물질 유출을 비롯해 환경오염 사고까지 끊이지 않는 마당이니 ESG 경영이 상당한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경련이 15개 증권사를 대상으로 ESG 실태를 조사한 결과 SK와 LG화학이 삼성전자, KB금융을 앞질렀다. 국내에서는 화학, 정유, 철강을 중심으로 한 제조업과 금융업이 ESG 추진에 적극적이고 해외는 마이크로소프트, 테슬라, 애플 등 IT·기술의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국내 화학기업들이 갑자기 ESG 경영에 뛰어든 것은 환경과 사회를 우선시하겠다는 다짐이라기보다는 글로벌 투자유치와 수출이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정유를 비롯해 석유화학, 화학기업들은 싫든 좋든 ESG 경영에 참여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글로벌 투자기관들이 돈을 빌려주지 않을 수 있다며 엄포를 놓고 있고, 소비재 메이저들은 거래의 선행조건으로 ESG 경영을 요구하고 있다.
ESG 경영이 확산되면 반도체, 배터리, 자동차, 바이오산업이 혜택을 받을 것이라고 하니 화학산업이 ESG 경영을 마다할 이유도 없다.
평가기준의 일관성 확보와 투명한 평가체계 수립이 시급하고, ESG 경영 확산을 위해 제도적 인센티브를 마련해야 하며, 글로벌 기준에 준하는 한국형 ESG 평가지표 개발이 요구되는 것은 사실이나 시작이 반이라고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화학기업들이 기후변화와 탄소 배출량 감축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ESG를 들고나왔다면 큰 착각이 아닐 수 없다. 청정기술과 재생에너지 도입도 빼놓을 수 없는 요건이다.
지배구조 개선도 핵심 평가항목으로, 전통적인 제조업과 IT‧기술기업의 차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결정할 것이다.
얼마 전 뉴스를 장식한 IT 경영자들의 사회기부 행렬이 잘 대변해주고 있다. 카카오의 김범수, 배달의 민족 김봉진 창업자는 5조원, 5000억원을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선언했다. 모두 40대, 50대로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사업을 일구었다는 점에서 선친으로부터 회사를 물려받은 국내 재벌 지배자들과는 차원이 다르고 생각 자체도 비교 불가능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를 중심으로 한 IT 경영자들의 사회기부와 일맥상통한다고 하면 지나칠 수는 있겠지만…
국내 화학기업 경영자들도 김범수, 김봉진 창업자와 같이 기존 관념을 과감히 벗어던지고 새로운 출발선상에서 다시 시작하면 어떠할까? 세상 돌아가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고, 온통 사기꾼들이 판치며, 자식마저 미덥잖은 판국에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역정을 낸다면 할 말은 없다.
그러나 먼지가 켜켜이 쌓인 구식 경영방식으로는 새로운 세상에 적응할 수 없음은 모두가 잘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ESG 경영이 형식적이어서는 성공할 수 없고 목적을 달성할 수도 없다는 사실을 결코 부정하지는 못할 것이다.